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김미리 기자] 한국영화계의 신(新) 르네상스로 불리었던 2012년이 저물었다. 축제같았던 한 해를 보내고 맞게 된 2013년에도 우리 영화는 올해의 발전을 발판삼아 더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을까, 아니면 2000년대 초처럼 거품이 사라지고 산적해있었으나 애써 방관했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시기로 기억될까.
지난 한 해를 열심히 보냈던 영화인들에게 2013 영화계에 대한 전망을 물어봤다. 많은 영화인들과 '미래'를 전망해보았는데 대다수가 핑크빛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신년의 라인업은 천만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던 작년 그 이상으로 화려하다.
당장 1월부터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 '베를린'(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이하CJ)이 개봉된다. 뒤이어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이십세기폭스코리아)와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CJ),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CJ)도 모두 2013년도에 선을 보인다. 또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조정석 등이 출연하는 사극 '관상'(배급사 쇼박스)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부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만으로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GO'(쇼박스)도 있다. 김윤석 주연의 '남쪽으로 튀어'(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이하 롯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계도 예외가 아닌 양극화 문제를 더 이상 방관했다가는 영화계 전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상업영화가 발전하면서 저예산 영화가 살아남을 길을 국가차원에서 터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올해도 뜨겁게 제기됐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영화인들이 말하는 2013 영화계를 밝혀본다(가나다순)
구성목 대표(영화사 무쇠팔 대표. 올해는 영화 '이웃사람'을 선보였으며 2011년도에는 영화 '통증'을 선보였다. 국내 최연소 영화제작자이기도 하다)
: 작년에도 그러했지만 재능있는 신인배우, 기존 배우들을 위협할 유망주들이 많이 나타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배우들의 물갈이가 많이될 것 같다. 신인배우들과 기존 배우들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본다.
김인권(영화 '해운대'에 이어 '광해'로 2000만 배우 반열에 오른 배우. 영화 속 감초 역할로 스크린을 빛나게 해줬는데 올해는 '광해' 속 도부장 역으로 연기적인 변신에도 성공했으며 그의 2번째 주연작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도 선보였다)
: 2013년엔 영화를 더 잘 만들어야 합니다.
민병훈 감독(영화 '터치'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진출했지만, 영화는 교차상영논란 속에 일주일 만에 자체적으로 막을 내렸다. 꾸준히 양극화 문제에 대해 지적해오고 있는 감독이다)
: 2012년은 영화계에서 양극화가 굳어진 한 해였다. 2013년도에는 그러한 굳힘세가 더욱 강해질테고 여전히 가진 자들이 승리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여기에 편승하지 못하는 소규모 영화들은 작품의 질과는 상관없이 선보이지도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 적어도 내가 보고싶은 영화를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봐야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꼭 극장이 아니더라도 영화를 틀 공간은 많지 않은가.
성현수 팀장(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유지태가 소속된 T엔터테인먼트 팀장. 우리 영화계의 희로애락을 묵묵히 함께 한 인물)
: 2013년도 한국영화계는 많이 보는 영화에서 많이 버는 영화로 전환되는 해이지만, 좋은 작품과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로 관객들의 호기심과 주머니를 공략할 수 있는 한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2012년은 관객수가 늘어 시장의 파이가 커진 동시에, 한국영화의 내적 발전도 강화됐다. 2000년대 중후반 침체기 이후 각고의 노력으로 ‘기획, 제작, 투자 역량’이 강화되고 영화 산업 전반의 프로세스 혁신이 있었다. (물론 아직도 넘어야 할 산과 걸어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 그 결과 참신한 소재와 다양한 장르의 웰메이드 상업 영화들이 탄생했고, 기획 단계부터 시장을 염두하고 관객의 취향과 트렌드를 철저하게 분석, 대응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또 신진 감독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 ‘늑대소년’ 조성희 감독 등이 그 좋은 예다. 한국 영화계가 기존의 명성 있는 창작자들에 더해, 재능 있는 새로운 인력들이 끊임없이 수혈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2013년에도 한국 영화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지금 현재도 크고 작은 규모의 좋은 영화들이 기획 중이고 한창 제작되고 있다. 실제로 2013년에도 많은 기대작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CJ의 경우 '설국열차'와 '베를린' 뿐 아니라 '감기', '전설의 주먹', 'AM 11:00', '공범', '협상종결자', '고령화가족', '깡철이', '방황하는 칼날', '집으로 가는 길' 등 참신한 소재의 탄탄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쇼박스, NEW, 롯데 등도 강력한 신작들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긍정적인 전망에 앞서, 지금 현재 영화계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함께 인식, 고민하고 있다. 더욱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한국 영화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
이상훈 팀장('대세' 하정우가 소속된 매니지먼트 판타지오의 팀장. 하정우 전에는 전도연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었다.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2'와 영화 '577프로젝트'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 2012년 한국영화 관객이 1억 명을 돌파했다. 2013년에도 쭉 이어가서 발전했으면 좋겠다. 올해에는 라인업도 좋고 '설국열차'나 '베를린' 등 대작들도 많다. 작년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이윤정 대표(영화 홍보사 퍼스트룩의 대표. 여러 홍보사들 중 가장 활약이 대단했던 홍보사. 천만영화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가 퍼스트룩을 거쳐갔다. 이윤정 대표는 '2012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홍보마케팅 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2013년 한국영화 시장은 '별들의 전쟁'이다. 한국 대표급 감독들의 귀환이 이미 예고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전쟁이 '소모전'의 양상을 띄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제작되는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관객을 만나게 될 것이다. 2012년 한류의 중심에 'K-Pop과 싸이'가 있었다면, 2013년은 'K-Film'이 한류의 핵심을 담당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의 한 해라는 것이 설레고 기대된다.
정기훈 감독('애자'(2009)이후 영화 '반창꼬'로 컴백한 감독. 여배우를 빛나게 해주는 감독. 올해 역시도 한효주의 가장 눈부신 변신을 이끌어냈다)
: 올해 우리 영화계는 더욱 막강할 것이다. 스타 감독들이 줄줄이 복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적어도 올해까지는 작년 이상의 (관객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정성엽(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홍보TF팀 사원, 작년 1월에 입사해 첫 출장지가 무려 칸 영화제였던 행운의 주인공. 특유의 사교성과 신입사원 다운 패기와 열정이 강점)
: 2012년 영화 관객 수가 지속적으로 놀고 있기 때문에 2013년에도 관객 수는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영화 콘텐츠의 품격에 따라 변화될 수 있으므로 장담은 금물. 영화는 일반 제품과 달리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구(영화 '26년'으로 '포텐' 터졌다는 평을 받은 배우. 518 민주화운동의 대를 이은 상처를 보여준 '26년' 속 명장면 중 명장면 포차신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 작년보다 더 많은 배우와 더 많은 관객들이 호흡할 수 있는 영화들이 나올 것 같다.
황준(쇼박스㈜미디어플랙스 기획홍보팀 대리. 쇼박스는 올해 '범죄와의 전쟁'의 성공 이후 '도둑들' 천만 흥행으로 알짜 배급사에 등극했다. 이런 흥행 뒤에는 그가 있었다.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도둑들' 탄생의 또 다른 주역)
: 한국영화계는 작년에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천만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만 이상의 영화가 10편 가까이 나왔다는 것은 한국영화 시장이 탄탄해 진 것을 반증한다. 올해에는 작년 이상의 기대작들이 있다. '미스터고'와 '설국열차' 등 국내를 넘어 글로벌 프로젝트로 준비한 작품들이 올해에 몰려오는데 그 영화들의 흥행여부가 올해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것 같다.
허철 감독(100여명의 영화인들이 나서 우리 영화계의 불편한 진실을 폭로했던 다큐멘터리 영화 '영화판'의 연출을 맡았다)
: 2013 영화판은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 속에 감독조합 등 영화노조들을 중심으로 영화제작 현장 및 배급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본격화 될 것이다.
[사진 = 2013년 1월 개봉하는 영화 '베를린'(위)와 2012년을 화려하게 수놓은 영화 '도둑들'-'광해'-'범죄와의 전쟁'-'늑대소년']
배선영 기자 ,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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