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는 한정우(박유천)와 이수연(윤은혜)의 첫 사랑을 담은 정통 멜로드라마를 목표로 출발했지만, 끝내 해리(유승호)의 광기 어린 복수극으로 마무리됐다.
'보고싶다'가 17일 21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방송에서는 납치된 이수연을 구하러 14년 전 이수연이 성폭행 당했던 끔찍한 기억이 남아있는 창고를 찾아 온 한정우와 이수연을 향한 광기 어린 집착을 선보이는 해리의 모습, 그리고 끝내 첫사랑을 이룬 한정우와 이수연의 결혼식이 그려졌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을 앞두고 '보고싶다'가 내건 포부는 겨울철에 어울리는 정통 멜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극 초반 '보고싶다'는 주인공 커플 한정우와 이수연의 첫사랑을 풋풋하게 그려나갔다.
어린 한정우는 살인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이수연의 곁에 늘 함께했고, 두 사람은 노란 우산과 낙서, 일기장, 꺼진 가로등, 버스 뒷자리 등 둘 만이 공유하는 추억을 만들어갔다. 아역배우 여진구와 김소현의 연기도 호평을 받아 향후 전개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를 높였다.
극에 새로운 시도가 등장한 것은 주인공들이 납치, 성폭행, 살인 등을 겪으며 이별한 뒤,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이수연을 찾아 헤매고 있는 한정우의 모습이 비춰지면서부터였다. 이때부터 '보고싶다'에는 추리 요소가 더해지기 시작했다.
CCTV 화면에 어렴풋이 잡힌 붕대나 지팡이의 '또각' 소리 등 매회 범인을 암시하는 단서가 꾸준히 시청자에게 제시됐고, 각 회의 말미에는 반전이 등장하기도 했다.
추리를 품은 '보고싶다'의 시도는 일정 부분 시청자의 몰입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앞서 말하던 정통 멜로드라마의 정체성과는 이미 조금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이어 충분한 단서가 공개되고, 시청자들이 범인을 짐작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자 극은 또 한 번의 변화를 겪었다. 추리를 마친 '보고싶다'가 이번에는 사건들을 배후에서 조종해 온 흑막 해리의 시선을 따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극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것은 해리의 감정 변화와 그가 펼치는 복수극이었다. 화면에 한정우와 이수연이 등장하는 비중이 줄어든 건 아니었지만, 극의 감정선은 재회한 두 사람의 애정보다는 해리의 광기와 함께했다.
해리의 숨은 범행이 점차 드러나며, '보고싶다'에는 해리가 어머니의 부재라는 환경 속에서 성장하며 겪은 심리적 방황이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급기야 종반에는 죽은 줄 알았던 해리의 어머니 강현주(차화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후, 이번에야말로 진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이 그려지며 해리의 동요는 더욱 극적으로 치달았다.
이렇게 해리의 감정이 격해지고, 부각될수록 자연히 해리의 음모를 피해 시골에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한정우와 이수연은 극의 감정선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보고싶다'의 종반은 한정우와 이수연의 사랑이야기라기보다는 해리의 복수극에 가까웠다.
장르를 뛰어넘는 다양한 시도가 신선한 재미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보고싶다'는 중반 이후 멜로와 복수 사이에서 균형점을 잃고 초반 의도했던 바와는 사뭇 다른 결과물을 완성하고 말았다.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의 아역배우 여진구와 김소현-배우 유승호-박유천과 윤은혜(위부터).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