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O가 야구계 컨트롤타워 입지를 회복했다.
KT의 10구단 사업자 최종 확정을 두고 야구계에선 “KBO가 또 다른 승리자”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국내야구계는 현대의 해체에 이은 8구단 사업자 결정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들리며 시끄러웠고, 그 과정에서 KBO가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평가였다. 이미 2007년엔 현대의 운영비를 야구발전기금으로 거의 다 날린 상황. 공교롭게도 KT도 현대 사태 때 구단 운영 결정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철회하며 KBO를 곤혹스럽게 했었다.
이후 실행위원회와 이사회 등에서 KBO보다 구단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야구계 현안에 대한 결론 도출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KBO는 이번 KT 창단 과정에선 야구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자체적인 이미지 메이킹은 물론, 한국야구의 외적 평창 및 내실 성장의 밑거름을 다졌다.
▲ KBO의 초고속행보, KT를 끌어들이다
지난해 6월 KBO 이사회는 10구단 사업자 결정을 무기한 연기 및 보류했고 7월엔 KBO에 이 결정을 위임하기로 했다. 확실한 진전이 없었던 시점. 지난해 가을 선수협의회가 KBO와 각 구단들에 직격탄을 날렸다. 2012년 내로 10구단 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 WBC, 전지훈련 불참을 포함한 모든 단체행동금지를 결의했다. 선수협의회는 실제로 당시 연내로 10구단 승인이 나지 않았다면 최악의 경우 올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보이콧 가능성도 검토했었다.
KBO는 막다른 골목에 놓였다. 위기에서 구본능 총재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물밑에서 각 구단 사장들을 설득했다. 단순히 도와달라는 게 아니라 10구단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결국 12월 11일 오전 이사회가 열려 10구단 창단 승인이 결정됐다. KBO는 곧바로 10구단 사업자 결정에 속도를 냈다. 초고속이자 광폭행보였다.
마침 KT가 11월 수원시와 손을 잡고 10구단 유치에 나섰고, 12월엔 전라북도도 콘소시엄 구성을 백지화한 뒤 부영과 손을 잡고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분위기가 고조됐다. 10구단 승인이 된 상태에서 KBO로선 우물쭈물할 이유가 없었다. 점점 과열되는 유치전에서 내부적으론 10구단 평가위원단을 구성하면서 평가기준 마련에 고심했다. 외부적으론 정보가 새나가지 않게 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 중심을 바로잡은 것이다.
KBO는 10구단 사업자 후보들의 최종 프리젠테이션 장소까지 비밀에 붙이다 마지막에서야 공개했다. 그 와중에 KT의 야구발전기금 200억원 쾌척 공약이 외부에 유출됐지만, 구체적인 평가방식과 세부점수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KT와 부영 모두를 배려했다. 10구단 유치전이 네거티브 양상을 띄는 와중에 신속한 일처리와 객관적인 판단으로 이사회, 구단주 총회 승인을 통해 1월 17일 KT를 10구단 사업자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 KBO, 야구계 컨트롤타워 입지 회복
KT는 야구발전기금 200억원, 가입금 30억을 KBO에 낸다. 예치금 100억원은 KT와 수원시의 새 야구장 건설 이행 과정을 체크한 뒤 5년 내로 돌려줄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KBO는 KT의 공약이행을 점검하면서 자연스럽게 10구단체제 안착 과정 속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됐다. 또한, KBO로선 과거 현대 운영비 충당으로 줄어들기만 했던 내부금고에 230억원이 쌓인 것도 수확이다. 야구발전을 위한 어떤 사업이든 해볼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5년 전 현대 위기 때 야구단 운영을 논의했다가 철회했던 KT가 지금 어마어마한 투자를 약속한 건 결국 팬들의 야구사랑이 프로야구의 가치상승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몰래 뒷받침을 하고 KT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주체는 KBO다. 구본능 총재의 리더십이 빛났다. 또 KBO 각 부서의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도 돋보였다.
KBO가 야구계 컨트롤타워 입지를 회복했다. 각종 현안 논의 과정에서 각 구단들에 살짝 넘어갔던 힘의 균형을 팽팽하게 맞췄다. 향후 야구계 현안 및 야구발전 논의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구본능 총재(위), KBO 이사회 장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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