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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개그맨 정형돈이 부른 박명수 작곡의 '강북멋쟁이'가 이렇게 큰 파장을 몰고 올지는 미처 몰랐다. 지난 5일 공개된 '강북멋쟁이'는 반응이 좀 '핫'하다 싶더니 예상치 못하게 기존 가수들을 제치고 단숨에 각종 음악사이트 음원차트 1위에 올라 10일 연속 정상을 수성했다.
17일 국내 음원 차트를 공식 집계하는 가온차트 측에 따르면 박명수의 '어떤가요' 6곡 음원은 1월 3주차 129만 8484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정형돈이 부른 '강북 멋쟁이'는 38만 6986 다운로드 수로 1위에 올랐다. 이밖에 다른 멤버들의 노래도 모두 10위권 안에 랭크되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가요 제작자들의 한숨이 깊어지더니 결국에는 불만과 하소연이 터져나왔다. 잘 짜여진 스토리를 덧입고 방송을 통해 거대한 홍보효과를 누린 미디어 콘텐츠들이 음원시장을 삼키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주장의 타겟은 비단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만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케이블채널 엠넷의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 MBC '나는 가수다', KBS '톱밴드' 등이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음원수익을 창출해 왔다.
이에 16일 한국연예제작사협회(이하 연제협)은 제작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섰다. 연제협은 "방송사의 프로그램 인지도를 앞세워 음원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것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는 국내 음원시장의 독과점을 발생시켜 제작자들의 의욕을 상실하게 하고, 내수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으며 장르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한류의 잠재적 성장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외부환경이나 요인들을 비판하고 나서기 전에 내부적인 각성과 재정비가 필요하다. 음원시장 문제의 꼬리를 물다보면 기본적으로 1차적인 문제는 가요계 내부에 있다. 가장 먼저는 가요계 자체의 불균형적인 시장구조다. 이미 가요계에는 대형 기획사가 내놓은 아이돌 위주의 불균형적인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현재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방송사라는 불청객이 찾아왔을 뿐이지, 자본력을 가진 대형 기획사들이 내놓은 아이돌 가수들들이 음원 및 음반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자연적스럽게 음악적 다양성을 저해했고, 과부화된 아이돌은 전자음이 섞인 비슷한 노래를 부르며 똑같은 댄스를 췄다. 그들의 음악에 자신들의 이야기나, 음악에 대한 철학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중들은 권태를 느꼈고, 아이돌스럽지 않은 음악를 찾게 됐다. 지난해 열풍을 몰고 온 밴드 버스커버스커나 싸이의 음악이 단적인 예다. 버스커버스커는 기타를 치며 나지막하게 노래를 불렀고, 싸이는 자신의 철학이 담긴 음악에 말춤이라는 시너지 효과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현재 가요계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돌 및 가수들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중적인 음악을 따라가기 보다는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음악으로 장르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힙합, 록, 발라드 등 다양한 매력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아이돌은 '그 나물에 그 밥'같은 노래를 들고 나온다. 과거에야 그런 노래가 인기를 끌었다지만, 대중들의 취향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자명하지 않은가.
사실 대다수의 아이돌들이 자신의 앨범에 들어가는 곡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좋아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소속사가 던져주는 노래를 기계처럼 녹음하고 열심히 연습을 해서 퍼포먼스를 펼치지만 그들의 무대는 대중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자본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그에 응당하는 보상이 주어지지 못하는 구조가 안타깝다. 하지만 대중들은 냉정하다. 철학이 없는 곳에는 시선이 머물지 않는다.
'무한도전'을 비롯한 미디어 콘텐츠들이 음원시장을 휩쓴 것에 대한 가요계의 목소리에 어떤 사람들은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고 일각에서는 '방송사의 횡포'라고도 하지만, 그 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가요계 스스로의 자기반성이다.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음원을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MBC '무한도전' 팀, MBC '나는 가수다' SBS 'K팝스타' KBS '톱밴드'. 사진 = MBC, SBS, KBS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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