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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말 한국은 WBC서 7위를 차지할까.
확실히 이번 한국 WBC 대표팀 수준이 베일에 가린 모양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이 17일(한국시각) 흥미로운 예상을 내놓았다. WBC 예상 순위를 정했는데, 빅리거 추신수와 마이너리거 유망주 이학주가 빠진 한국이 7위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었다. 한 마디로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서 탈락할 것이란 평가였다.
▲ 냉정한 미 언론, 그러나 쉽게 무너질 전력 아니다
ESPN은 미국, 베네수엘라, 도미니카 공화국, 일본, 쿠바 순으로 예상 순위를 매겼다. 눈에 띄는 게 있다. 결국 대체로 많은 메이저리거가 대표팀에 합류하는 국가들을 상위권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2006년 1회 대회와 2009년 2회 대회서 해외파가 대거 포진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ESPN은 이번엔 해외파마저 빠졌으니 한국이 고전할 것이란 해석이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15일 출정식에서 당당히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다. 다른 나라들보다 빨리, 그리고 철저히 대회를 준비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온 목표. 물론 류 감독이 한국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성적을 예상한 건 맞다. 실제로 “한국의 전력이 불안하다”는 김인식 기술위원장의 냉철한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쉽게 무너질 것이란 예상을 하는 것도 섣부르다. 이번 대회서 선발된 대표팀 멤버들은 이대호를 제외하곤 모두 국내파이지만,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고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섞였다. 확실히 국내 리그 경쟁력은 높아지고 있다. 최근 2~3년사이 국내에 수준급 외국인선수가 유입되고 있는 건 뒷돈 논란이 있긴 해도 그만큼 해외 에이전트들이 국내리그의 수준을 인정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 그래도 무시할 순 없는 전망, 실력으로 보여주자
ESPN의 7위 선정은, 한편으로 여전히 한국 국내리그 수준 자체를 높게 쳐주지 않는 미국 언론의 냉철한 시각이 투영된 결과다. 흔히 미국 언론은 “메이저리그 외엔 해외리그 수준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그들도 일본과 한국리그를 꾸준히 체크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유명한 칼럼니스트들은 한국에 파견된 각 구단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들이나 관계자들을 통해 꾸준히 한국리그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전했다.
객관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해서 그들의 전망을 완전히 무시하기엔 어려운 이유다. ESPN은 한국 리그에 대한 구체적 특성을 명기하진 않았지만, 미국을 1위로 선정하면서도 “미국은 늘 좋은 멤버임에도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뉘앙스의 부연설명을 달기도 했다.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도 나름대로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 속에서 한국의 전력이 분명 떨어진다는 계산을 한 결과다.
어떻게 보면 ESPN의 7위 전망은 류 감독과 선수들에게 자존심 상하는 결과다. 지금 나오는 전망에 일희일비를 할 필요는 없다.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대표팀이 선전할 경우 다시 한번 세계에 한국야구를 알릴 수 있다. 당장 올 시즌 LA 다저스서 뛰는 류현진을 보는 시각에서부터, 향후 줄줄이 FA로 풀리는 최근 국제대회 호성적을 이끈 젊은 기수들의 해외진출에도 좀 더 수월한 분위기 조성이 될 수 있다. 국제대회 성적으로 해당 리그 수준의 모든 걸 파악할 순 없지만, 여전히 중요한 잣대인 건 사실이다.
결국 대표팀은 잠재된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 그들의 전망이 틀렸다는 것을 그리고 일각에서 한국에 보내는 냉소적인 시선을 결과로 일축하면 된다. 1~2회 대회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야구는 늘 위기에서 강했다. 위기 뒤 찬스라는 말. 철저한 준비만 이뤄진다면 한국을 위한 격언이 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나오는 미국 언론의 전망에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
[WBC 출정식에 나선 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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