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경산 김진성 기자] 여자농구, 아직 죽지 않았다.
모두가 여자농구의 위기를 말한다.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참패로 여자농구가 더욱 침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여자농구의 미래는 마냥 밝다고 볼 수 없다. 남자농구보다 훨씬 아마추어 저변이 약하다. 현재 여자프로농구 6개 구단 주축 선수들이 나이를 먹고 은퇴할 경우 뒤를 받칠 확실한 새싹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이 챌린지컵 대회를 신설한 건 이 때문이다. 원래 WKBL은 비 시즌에 유망주들만 출전하는 퓨처스리그를 열었었다. 그러나 지난 여름엔 신세계 해체 사태와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관계로 열리지 못했다. 마침 남자농구가 지난해 12월 프로-아마 최강전을 신설하면서 WKBL도 프로와 아마를 아우르는 챌린지컵 대회를 창설했다. 여자농구엔 실업팀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회의 품질이 풍성해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대회는 13일부터 19일까지 경산체육관에서 열렸고, 삼성생명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WKBL이 이번 대회를 세심하게 준비했다. 대회 기간에 W-클리닉을 3회에 걸쳐서 진행했다. 6개팀이 두 팀씩 나뉘어 경산 농구 유망주들에게 농구를 가르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 결승전 도중에는 팬들과 선수들이 함께 이벤트에 참가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각 팀 주전들도 휴식을 반납하고 대회 기간 내내 경산에서 팬들과 호흡했다.
19일엔 선수들이 경산재래시장을 방문해 지역상인들의 민심을 보듬어줬다. 일회성 이벤트였지만 WKBL은 직접 목도리와 떡을 제작하는 성의를 보였고, 여자농구 선수들도 추운 날씨에 기꺼이 모두 뭉쳐서 좋은 일에 앞장섰다. 20일엔 경산에서 올스타전도 열린다. 경산 팬들에게 확실하게 서비스를 하고 떠난다. 국회의원이기도 한 최경환 총재의 지역구이긴 하지만, 어쨌든 여자농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이라 의미가 깊다.
WKBL과 6개 구단 선수, 프런트들은 이번 대회가 열린 경산에서 1주일 내내 뭉쳤다. 모두 여자농구의 발전이라는 대명제 속에서 최선을 다해서 대회를 치렀다. 팀 개수가 6팀이라 남자농구와는 달리 가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19일 저녁엔 WKBL 주최로 6개 구단 감독, 단장 이하 프런트들과 취재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했다.
여자농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오래 일을 했다. 이전투구보단 서로 똘똘 뭉치는 분위기다. WKBL 직원, 구단 프런트, 감독 대부분 사석에선 형, 동생 하는 사이다. 이들은 테이블을 돌며 기자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서로 다른 팀의 감독과 사무국장, 단장, 기자들이 섞여 앉아 회포를 풀었다.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여자농구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한쪽에선 올 가을에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와 내년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한 구단 단장은 “여자농구가 런던올림픽에 가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이젠 모든 팀이 힘을 합쳐서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 기자들도 많이 도와달라”라고 했다. 또 다른 팀의 사무국장도 “다른 프로스포츠 단체 중에 시즌 중에 모든 구단 감독, 프런트, 단장이 똘똘 뭉치는 데가 있느냐”라며 “여자농구가 위기지만, 모든 사람이 힘을 합치면 이겨낼 수 있다. 여자농구는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챌린지컵 대회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막을 내렸다. 만년 최하위 우리은행의 반란과 WKBL 역사상 최대 블록버스터급 트레이드로 기억될 신한은행과 KDB생명의 3대3 맞교환까지. 여자농구가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치부할 게 아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다면 고 퀄리티 스포츠로 재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6개 구단이 똘똘 뭉친 경산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챌린지컵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삼성생명과 KB 선수단(위), 재래시장을 방문한 선수들(아래). 사진 = WKBL 제공, 경산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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