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2000년대 후반, 프로야구에서는 류현진(LA 다저스, 당시 한화 이글스)을 필두로 김광현(SK 와이번스), 봉중근(LG 트윈스), 장원준(경찰청, 당시 롯데 자이언츠), 양현종(KIA 타이거즈) 등 좌완 투수들이 각 팀을 대표하고 있었다.
2000년대는 이들 좌완투수들의 시대로 마무리됐다. 이들이 있기 이전에 우완투수들이 리그를 주름잡았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혔다. 하지만 좌완투수들의 시대 이전에는 우완투수들이 각 팀의 에이스였다. 그 중에서도 롯데의 손민한(38), 두산의 박명환(36), 삼성의 배영수(32)는 ‘우완 빅3’로 불렸다.
2000년대 중반 이들의 활약은 실로 눈부셨다. 2004년 9승 2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2.73으로 생애 첫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손민한은 이듬해인 2005년 18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6의 빼어난 활약으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음에도 MVP를 수상했다. 이후 2008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승리를 해냈다.
박명환은 두산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LG로 팀을 옮기며 'FA 대박'에 성공했다. 다른 에이스들과 비교해 내구성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지만 2004년부터 2년 연속으로 2점대 평균자책점과 두 자릿수 승리(2년간 합계 23승)를 거둔 박명환의 주가는 치솟았다. 박명환은 2006년 7승에 그쳤음에도 시즌을 마친 후 LG와 4년간 최대 40억이라는 거액에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배영수는 선동열 수석코치의 조련 아래 가능성을 만개시키며 2004년 17승 2패, 평균자책점 2.61로 MVP에 올랐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한국시리즈에서 10이닝 동안 안타와 실점을 전혀 허용하지 않은 투수는 현재까지 배영수가 유일하다. 2005년과 2006년에도 규정 이닝을 채우며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 배영수는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의 일등공신들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2연패의 기쁨도 잠시, 배영수의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 이미 2006 한국시리즈 이후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계획했던 배영수는 2007년을 통째로 날렸고, 2008년에도 예전과 같지는 않았다. 2009년에는 평균자책점 7.26으로 1승을 올리고 12패를 당했다. 배영수의 이름 앞에 에이스라는 수식어를 붙이려면 과거를 떠올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 셋 중 프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는 배영수 뿐이다. 배영수는 강속구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수술 이후 처음으로 3점대 평균자책점(3.21)과 두 자릿수 승수(12승 8패)에 진입했다. 한국시리즈 2연패의 영광도 다시 맛봤다.
반면 배영수보다 연배가 위인 손민한과 박명환은 현역 연장과 은퇴의 기로에 놓여 있다. 야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명예다. 손민한은 권시형 전 선수협 사무총장의 배임수죄 및 횡령 혐의에 연루되어 한때 자신이 회장으로 몸담았던 선수협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손민한이 다시 유니폼을 입고 복귀한다고 해도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기량과는 별개의 문제로, 손민한의 잃어버린 명예는 회복될 수 없다. 손민한은 최근 함께해온 동료들에게 사과문을 발송했다고 알려졌지만 이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마운드에 오르기 위한 '악어의 눈물'인지는 알 수 없다.
박명환의 경우 도덕적 결함은 없지만 부진으로 인해 선수생활의 막바지가 명예롭지는 못하다. 박명환은 LG에서 뛰기 시작한 2007년 10승을 달성했을 뿐, 이후 5년간 단 4승에 그쳤다. 지난 2년간은 1군에서 등판 기록도 없었고, 지난해 팀에서 방출됐다. 현역 생활을 연장하기를 희망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반면 배영수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끝에 새 시즌에도 디펜딩 챔피언인 삼성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한 축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겨울 눈앞에 와있던 일본 진출까지 B형 간염 우려로 인해 무산되는 시련을 겪은 뒤에 성숙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서 있는 배영수의 피칭은 현재진행형이다. 빅3의 전성시대는 갔지만, 배영수로 인해 빅3의 시대가 아직 마지막을 고하지는 않았다.
[왼쪽부터 손민한-박명환-배영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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