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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하던대로 하면 될 것 같아요.”
류현진이 23일 메이저리그 정복의 꿈을 안고 미국 LA로 출국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류현진은 “마이 웨이”를 외쳤다. 미국에서 차근차근 몸도 만들고 타자 분석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한 가지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다. “내 투구패턴이 1~2년 정도는 노출되지 않을 것이다. 힘이 좋은 미국 타자들을 맞춰 잡기보다 전력피칭을 하겠다”고 한 것. 다시 말하자면 한국에서처럼 직구와 체인지업 승부를 하되, 좀 더 강하게 던져 힘 대 힘 승부를 하겠다는 의미다.
▲ 신구종 장착은 없다
류현진은 다저스 첫해 신구종 장착 없이 기존의 투구패턴으로 승부한다. 사실 류현진이 직구와 체인지업만으로 승부를 해도 된다는 계산을 한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직구와 체인지업만으로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신구종 장착에 실패했을 경우 투구 밸런스 붕괴 혹은 부상 위험 등 오히려 손해보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팀내 입지 그리고 본인의 빅리거 인생까지 걸린 중차대한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미국 현지에서 최근 류현진을 냉정하게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그의 체인지업 위용을 폄하하는 언론은 없다. 특유의 뚝 떨어지는 각도와 직구를 던질 때와 차이가 없는 투구 밸런스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또한 류현진은 마음먹고 던질 경우 직구 평균구속을 140km대 후반, 직구 최고구속을 150km 초반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120km대 후반으로 구속되는 체인지업과 확실한 스피드 차이가 난다. 타이밍 뺏기에 용이하다는 뜻.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또 하나. 신구종 장착의 위험성이다. 류현진은 2006년 한화에 입단하자마자 구대성에게 지금의 필살기인 서클 체인지업을 전수받았다. 곧바로 실전에서 사용했고, 대박을 터뜨렸다. 이를 일반적인 성공 사례라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실제로 투수가 새로운 구종을 익혀서 완벽한 투구 밸런스로 던지면서 다른 구종의 구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부상 위험을 피할 정도의 요령을 터득하는 데는 2~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게 중론이다.
류현진은 천부적인 자질 속에 체인지업을 익혔다. 이후 투심패스트볼 혹은 컷패스트볼을 익히려 했다가 포기했다. 실제로 잘 익혀지지 않을뿐더러, 투구 밸런스 붕괴와 부상의 위험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그런 투수는 많다. 자신이 익숙하게 던지던 구종에서 갑자기 다른 구종을 던질 경우 팔꿈치와 어깨에 미세하게 무리가 가면서 부상 위험이 높아지고, 기존 구종의 위력도 감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류현진이 신구종을 장착하려다 직구 구속이 떨어질 경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류현진은 올 시즌 빅리거 1년차다. 올 한해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해야 향후 5~10년 입지가 넓어진다. 어디든 사회는 첫 인상이 중요하다. 첫해 부진할 경우 대박의 꿈, 장기적으론 미국에서의 한국야구 입지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류현진으로선 신무기를 장착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성공할 경우 분명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 수월해지지만, 확률적으로 반대급부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전에 소극적인 게 아니라 현실론이다.
▲ 달라지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말의 의미를 명확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투구패턴을 유지하겠다는 의미이지, 패턴 속에서 스피드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건 아니었다. 류현진은 “미국 타자들은 힘이 좋아서 맞춰잡는 건 위험하다”고 정확하게 지적했다. 대신 “전력 피칭하겠다”고 했다. 1~9번타자가 모두 홈런을 날릴 수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현실적인 대안이다. 류현진의 직구평균구속은 140km대 초, 중반. 140km대 후반으로 끌어올릴 경우 타자들의 타구 힘을 억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전제조건이 있다. 그만큼 스테미너를 키워야 한다. 경기 내내 강속구를 뿌리기 위해선 더 좋은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위타선을 맞춰잡는 피칭으로 상대하며 힘을 비축할 여유는 이제 없다. 류현진은 국내에서도 웨이트 트레이닝에 긴 시간을 할애했고, 미국에서도 그럴 계획이다. 전문가들도 올 시즌 류현진 미국 적응의 성패를 스테미너로 보고 있다. 전력피칭을 7회 정도 이어갈 수 있어야 성공 가능하다.
류현진은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태연하게 “하던대로, 마이웨이”를 외쳤다. 무심코 던진 말 같지만 알고보면 치밀한 계산 끝에 내뱉은 말이었다. 류현진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뚜껑은 다저스타디움에서 열어보면 될 일이다.
[환하게 웃는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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