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좌완 선발 확보에 대한 선동열 감독의 열망이 투수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좌완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좌완투수는 큰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 지도자들 역시 좌완투수들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타자의 경우 최근 우타 거포가 희귀해지면서 우타자들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기도 하지만, 투수만큼은 시대를 막론하고 좌완이 지도자들의 더 큰 구애를 받아 왔다.
선동열 감독의 성향도 마찬가지다. 선 감독은 삼성 시절부터 좋은 좌완을 얻고자 했다. 삼성에 비해 마운드의 힘이 약했던 KIA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에는 좌완투수에 대한 갈증이 더욱 심했다. 외국인 선수 두 자리 중 하나도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야심차게 메이저리그 통산 40승의 호라시오 라미레즈로 채웠고,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대졸 좌완인 손동욱을 가장 먼저 지명했다.
하지만 라미레즈는 선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선발과 중간 어디에서도 만족스러운 피칭을 보이지 못한 라미레즈는 결국 시즌 중 우완 헨리 소사로 대체됐다. 선 감독은 결국 2번째 시즌은 좌완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에 들어가게 됐다. 앤서니와 소사가 준수한 피칭을 해준 덕분이다.
하지만 좌완 선발에 대한 미련은 버릴 수 없었다. 선 감독은 좌완인 양현종을 이번 시즌 선발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2년간 부진했지만, 이전 2년 동안에는 연속으로 10승을 넘기며 28승을 따낸 양현종을 재신임키로 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정에는 팀의 마무리 불안도 큰 몫을 차지했다. KIA는 지난 시즌 8개 구단 가운데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린 선수가 없는 유일한 팀이었다. 시즌 중에 들어와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최향남(9세이브)이 팀 내 최다 세이브를 기록했을 정도로 KIA의 불펜은 열악했다.
설상가상으로 불펜의 핵심 투수 중 하나였던 사이드암 홍성민까지 김주찬 영입에 따른 보상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아직까지 마무리 자리는 공석이나 다름이 없어 10승 투수인 김진우가 마무리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진우의 마무리 기용은 좌완 선발을 선호하는 선동열 감독의 의중과도 관련이 있다. 좌완 외국인 투수 영입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준수한 피칭을 보여준 앤서니와 소사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무리를 안정시키면서 좌완 투수를 로테이션에 넣기 위해 기량이 검증된 선발투수 1명을 마무리로 돌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1차적으로 낙점된 것이 김진우다. 외국인 선수를 마무리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선 감독에 따르면 앤서니는 마무리로서의 배짱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소사의 경우 비슷한 유형의 강속구 투수인 리즈(LG)와 바티스타(한화)의 마무리 실패로 인해 위험 부담이 있다.
지난 시즌 막판 차기 시즌 마무리 후보로 박지훈, 한승혁 등 젊은 투수들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박지훈은 2년차 징크스 우려가 있고 한승혁은 아직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경험이 없다. 한기주가 빠르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 또한 확신할 수는 없는 상태다.
결국 선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기존 선발의 마무리 전환이었다. 그리고 김진우가 선택을 받았다. 김진우의 마무리 전환과 양현종의 로테이션 합류는 팀의 뒷문 불안과 선 감독의 좌완에 대한 상호작용하며 생긴 결과다. 자연스럽게 김진우와 양현종은 이번 시즌 KIA 마운드의 키 플레이어가 됐다. 이들의 활약 여부가 선 감독의 선택이 옳았는지를 가를 것이다.
[양현종(위)-김진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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