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위기가 곧 기회. 농구에서도 적용된다.
지난 28일 울산 모비스에 로드 벤슨을 넘겨주고 향후 3시즌 중 신인지명권 1장과 커티스 위더스를 받아온 창원 LG.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 역대 지명권 트레이드가 성공만큼 실패 사례도 많았고, 6강에서 멀어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리바운드 2위(10.3개)를 달리는 특급센터를 내준 게 팬들의 분노를 샀다. 시즌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 LG를 위한 변명, 그리고 리빌딩
LG는 지난 여름 김현중과 오용준을 부산 KT에 넘기면서 젊은 팀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KT에서 받아온 에이스 김영환을 축으로 남겨둔 채 리빌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실제 김진 감독의 지도력 속에서 박래훈, 정창영, 조상열 등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신인 지명권 1장을 주겠다던 울산 모비스의 제안.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벤슨을 노리는 팀은 한, 두 팀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 동부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동부산성의 주역이자 KBL에서 세 시즌째 뛰고 있는 벤슨은 이미 국내농구에 완벽하게 적응이 된 상황이었다. 6강을 포기하진 않았으나 더 먼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LG는 쏟아지는 유혹에 결국 ‘현찰’을 주고 ‘어음’을 받아왔다. 향후 세 시즌 모비스의 신인지명권 중 1장 획득.
고려대 입학예정자인 괴물센터 이종현이나 대형 파워포워드 이승현의 영입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당장 올 시즌 포스트시즌서 탈락해도 경희대 3인방(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중 1명을 데려올 확률이 높아진다. 사실 이런 부분들에선 피난을 피하기가 어렵다. 일단 모비스가 향후 세 시즌 중 한 시즌이라도 반드시 하위권으로 떨어지길 기대해야 하고, 또 확률 싸움은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 그래도 누명은 벗었다, 위기가 곧 기회다
전력은 확실히 약해졌다.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젊은 선수들의 위기의식이 발동됐다. 30일 전자랜드전서는 확실히 그랬다. 정창영은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과감한 돌파를 성공했고, 이지운과 박래훈도 고비마다 3점포 6개를 합작했다. 물론 올 시즌 LG 경기력 자체가 들쭉날쭉했고, 이런 위기의식 자체가 장기적으로 동기유발이 될 것인지 검증이 되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벤슨 대신 젊은 선수들이 리바운드를 하나라도 더 걷어내려고 하는 투지는 눈 여겨 볼 만 했다.
벤슨의 트레이드로 가장 수혜를 입은 선수는 아이라 클라크가 아닐까. 그는 올 시즌 평균 15분 55초간 10.7점 5.1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평균 출장시간이 38분 52초였던 지난 시즌 서울 삼성에선 25.9점 9.7리바운드를 기록했고, 2005-2006시즌 대구 오리온스에서도 32분 35초간 22.4점 8.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만 38세의 노장임에도 출장시간만 부여되면 제 몫을 해준다는 에버리지가 나와있다. 당장 이날 30분 55초를 뛴 그는 24점 14리바운드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클라크가 이 정도의 활약을 기복없이 해준다면 LG도 벤슨 공백의 약점을 최대한 메울 수 있다. 출장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체력 문제가 대두할 것이다. 지난해엔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이 부분은 LG가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한다. 김 감독이 벤슨 트레이드를 결심한 것도 클라크에 대한 믿음이 밑바탕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클라크도 기본적으로 힘이 좋고 골밑 플레이에 능하다. 백업으로는 커티스 위더스도 괜찮다.
LG의 선택에 대해선 여전히 말이 많다. KGC인삼공사의 성공한 리빌딩을 결코 일반적인 케이스로 여겨선 안 된다. LG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그래도 LG에 한 가닥 희망이 남아있는 이유는 젊은 선수들에게서 여전히 6강행을 포기하지 않는 프로정신과 투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클라크에 대한 믿음도 커졌다. 이런 부분들은 LG가 지난 며칠간 받아온 누명을 벗어 던지기에 충분했다. LG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슛을 던지는 클라크(위), 정창영과 박진수(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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