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통합창원시의 행보. 눈 가리고 아웅하기다.
통합창원시가 돌변했다. 신축구장 타당성 평가에서 34군데 중 11위를 차지하며 야구장 부지로 낙제점을 받은 진해육군부지를 30일 새 야구장 부지로 선정했다. 통합창원시의 균형적인 발전이라는 석연찮은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창원, 마산과의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데다 토지 자체가 국방부 소유이며,그린벨트로 묶여있어 토지 이전 절차를 밟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KBO와 약속한 2016년 3월까지 야구장 완공은 불가능에 가깝다. NC만 예치금 100억원을 날려먹게 생겼다.
▲ 통합창원시의 도 넘은 횡포
통합창원시의 속내. 익히 알려진대로 정치적 논리가 숨어있다는 게 중론이다. 통합창원시 새 청사를 창원에, 경남도청 부지 이전을 마산에 해야 한다는 지역 정치인들의 논리 때문에 진해를 달래기 위해 야구장을 배정했다는 소리다. 타당성조사 1~2위를 차지한 창원종합운동장 내 보조경기장과 마산 종합운동장은 보조경기장 폐쇄로 인한 각종 대회 개최 불가능과 야구장 시설 중첩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들로 배제됐다.
언론의 우려는 안중에도 없다. 팬들의 관람 편의와 NC의 야구단 운영도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창원시가 자신들의 소유권도 아닌 부지에 야구장을 짓겠다고 몽니를 부릴 리가 없다. 더 놀라운 건 박완수 창원시장이 야구계의 질타에 오히려 KBO와 NC도 책임이 있고 상급기관 행세를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한 점이다. 방귀 낀 놈이 성질 내는 꼴이다.
NC는 리모델링한 마산창원구장을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2015년까진 쓰기로 돼 있었다. KBO는 30일 오후 늦게 창원시에 공문을 보내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른 진해육군부지 선정 이유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했다. 논란 속에서도 차분하게 대응한 것이다. 그러나 통합창원시가 최근 보여준 행보로는 눈 하나 깜빡 거릴 것 같지 않다.
▲ NC·창원시만의 문제 아니다
비단 NC와 창원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야구인은 “창원시만 이러는 게 아니다. 알고 보면 다른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구단들이 확실하게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야구단을 우습게 본다”라고 혀를 끌끌 찼다. 사실 그렇다. 잠실구장의 경우 한 해가 다르게 임대료가 올라가고 있고, 지난해 가을엔 심지어 은근슬쩍 고척돔구장의 이전을 제안 받기도 했다. 광주와 대구도 새 구장 계획이 백지화를 거듭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삽을 뜨기 시작했다. 또 언제 멈출지 모른다.
야구장을 소유한 지방자치단체가 구단들의 운영에 신경을 쓰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야구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이 전제에 깔려야 한다. 백번 양보해서 지자체들이 야구장을 이용해 돈 벌이를 한다고 해서 비난할 순 없다고 치자. 그렇다면, 방식이 깨끗하고 정당해야 한다. 정치논리에 의해 야구장 건립 계획이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고, 구단들의 원활한 야구장 운영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며, 팬들의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태는 아무리 봐도 아니다.
▲ 구단들, 지자체에 목소리 높일 수 있는 힘 키우자
어떻게 보면 통합창원시가 신생구단 NC를 그만큼 쉽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야구장 문제가 시청사, 도청사 문제의 종속변수가 된 것만 봐도 그렇다. 다른 구단들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해당 지자체들이 언제 자신들을 압박할지 모른다. 그들의 말도 안 되는 논리에 더 이상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풍겨선 안 된다. 이전투구를 할 때 하더라도 구단들끼리 힘을 모을 땐 모아서 본 때를 보여줘야 한다.
한편으로 돈 한푼 못 버는 구단들의 현실이 처량하다. 이 야구인은 “야구단이 흑자를 내고 잘나가면 지자체가 이렇게 횡포를 부릴 수 있겠나. 돈 한푼 못 벌고 야구장 임대료를 타내는 데 급급하니 지자체들이 야구단을 만만하게 보는 것”이라고 했다. 남 잘못 탓하는 것과는 별개로 구단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구단들이 수익구조를 개선해서 지자체의 횡포를 보란 듯이 갚아줄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게 지자체들의 규제완화조치라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통합창원시의 도 넘은 횡포와 전전긍긍하는 NC. 10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는 프로야구의 슬픈 자화상이다.
[잠실구장 전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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