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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 2013'의 오정호는 분명 나쁜 놈이다.
고남순(이종석)을 밟고 때리고, 한영우(김창환)를 괴롭히며 변기덕(김영춘)에게 빵셔틀을 시킨다. 정인재(장나라) 선생님에게 막말은 물론 몸싸움을 하고도 멀쩡하게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한다.
오정호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에서 욕이 나오는데 정작 오정호를 연기한 곽정욱은 "오정호는 끝까지 죽일 놈, 나쁜 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첫 시나리오 속 오정호는 더 과감하고 셌어요. '드라마에서 이렇게 다룰 수 있을까'싶을 만큼요. 드라마에서 제한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수정됐지만. 그래서 아쉽죠"라고 말했다.
사실 초반 시나리오에서 오정호는 어마어마한 사건을 저지르고 학교에서 쫓겨나다시피 퇴학을 당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었다. 이를 통해 오정호가 스스로 잘못을 인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는데 극의 뒷부분 오정호의 캐릭터는 초반처럼 강하지 못했다.
곽정욱이 이 역할에 캐스팅됐을 때 연출을 맡은 이민홍 감독은 단 한마디 전했다. '너 백만 안티 모을 준비 하고 있어라'라고.
하지만 첫 회가 끝나고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어른들은 '교권이 저렇게 추락하고 저런 학생이 어디있느냐'고 화를 냈지만, 정작 학생들은 '방송이라 약하게 표현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학생들의 반응을 보고 깜짝 놀라서 진짜 고등학생들한테 물어봤어요. 다들 '오정호가 멋있다'고 말해요. 오정호 정도는 인간적이라면서. 충격이었죠. 그때부터 결심했어요. 오정호를 정말 나쁜 놈으로 만들어서 결국에는 어떻게 무너져 가는지 보여줘야겠다고. 학생들이 갖고 있는 오정호, 일진에 대한 로망을 깨고 싶었어요."
"(장)나라 샘의 작고 얇은 손목을 휘어잡는데 도저히 감정이 안 잡혔어요. 안 되겠다 싶어 선생님에게 나를 좀 더 도발해 달라, 때려달라고 부탁드렸죠. 리허설 때부터 맞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총 8대 정도 맞은 것 같아요. 그러면서 마지막 장면에서는 급식판도 발로 차고 미친 듯이 화를 낼 수 있었어요."
이처럼 철저한 준비와 노력 속에 만들어진 장면이었다. 이후 오정호를 향한 거침없는 뭇매는 예상했던 바였다.
"악플은 당연히 예상했어요. 감독님도 '너의 행동들이 뉴스에 나고 문제가 될 거다. 준비하고 있어라. 우리 같이 논란의 불꽃을 터트려보자'고 하셨죠. 저도 더 많은 악플과 뼈아픈 비판을 원했어요. 그게 저한테는 원동력이 되고 공부도 됐으니까요."
그는 드라마 끝까지 배우 곽정욱이 아닌 오정호 역할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마 메이킹 필름 촬영에도 그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배우 곽정욱이 보이는 순간 드라마를 망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죠. 사람들이 '오정호는 실제로도 못돼서 다른 배우들과 같이 어울리지도 못하고 왕따구나'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어요. 이 작품이 끝날 때까지는 오정호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3개월의 긴 여정이 끝나고 곽정욱은 이제 오정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오정호라는 캐릭터를 갖고 있는 것이 버거울 정도로 힘들었어요. 드라마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근데 막상 드라마가 끝났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나요. 다른 학생 배우들과 매일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받아서 그런지 다음 회 대본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오정호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면 조금 개운해질까요?"
[곽정욱.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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