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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배우 곽정욱에게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 2013'은 도전이었다.
'학교 2013'은 조인성, 임수정, 배두나, 공유 등 수많은 스타를 탄생시킨 스타 등용문 '학교'의 다섯 번째 시리즈였다. '제 2의 임수정, 장혁'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곽정욱에게 부담으로 다가왔고 사람들의 의아해 하는 시선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오정호라는 인물은 이제껏 곽정욱이 밟아온 필모그래피와 전혀 다른 길이었고 곽정욱 역시 잘해낼 자신이 없었다.
"감독님, 저같이 키도 작고 덩치도 작은 애가 어떻게 이종석과 김우빈을 힘으로 대립하나요. 이거 미스캐스팅 아닐까요?" 캐스팅 된 후 곽정욱은 이민홍 감독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시 그는 김민기(최창엽)나 한영우(김창완) 역할이 자신에게 더 어울린다고 느꼈단다. 이 감독은 "넌 평생 그런 것만 할래? 네가 허접한 3류 배우냐"고 호되게 꾸중을 했고, 이 감독의 말은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너 방송 나가고 나면 최고의 캐릭터로 만들어 줄 테니까 대본만 봐"라는 이 감독의 설득에 곽정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덜컥 수락은 했지만 곽정욱은 한동안 불안함과 두려움에 떨었다. 오랜 고민 끝에 그는 오정호를 자수성가한 일진으로 캐릭터로 변화시켰다.
"사실 오정호는 싸움을 잘하는 편이 아니에요. 4회에서 오정호가 고남순에게 죽도록 맞잖아요. (이)종석 형에게 '나 이러다 내일부터 식물인간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심하게 맞아요. 그래도 오정호는 고개 숙이지 않고 끝까지 대들고 계속 고남순에게 맞서요. 그 깡과 꺾이지 않는 자존심, 그게 오정호가 몸집이 작고 싸움을 못해도 일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이민홍 감독님도 제가 만든 오정호를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오정호에 대한 캐릭터가 확립되고 확신이 서면서 곽정욱은 자신 안에 있던 오정호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더 세게 가라고. 방송이 끝나고 맞아 죽을 정도로, 보디가드를 붙여야 할 정도로 양아치처럼 보여야 해"라고 요구했고 곽정욱은 오정호라는 캐릭터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최대한 치열하게 준비하고 연기했어요. 다른 작품보다 더 힘들었죠. 쉬는 시간에도 언제 불려 갈지 몰랐어요. 이 감독님은 인물들을 즉흥적으로 투입해서 장면을 만드시기 때문에 항상 오정호라는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어야 해요. 잘못하다 배우 곽정욱이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곽정욱의 노력과 이민홍 감독의 선택은 결국 지금의 오정호를 만드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거기에 곽정욱은 오정호의 탄생에 있어 큰 도움을 준 배우 류승범의 존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드라마에 캐스팅되고 학교 시리즈 1, 2부터 영화 '파수꾼' '친구' 등을 세세히 살펴보면서 연습했는데 그 중 류승범 선배님을 롤모델로 삼았어요. 류승범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고등학교 때도 저랬을 거야. 양아치가 아닌 이상 어떻게 저렇게 실감 나지'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침을 뱉는 것 하나도 류승범 선배님은 놓치지 않으세요. 저도 류승범 선배님처럼 연기해서 드라마가 끝날 무렵에는 '곽정욱 양아치 아니야?'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목표였죠. 드라마 내내 류승범 선배님 사진을 휴대전화 메인에 해둘 정도였으니까요."
드라마가 끝났지만 여전히 오정호의 눈빛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그는 이제 또 다른 모습을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작품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조연, 아역, 카메오 상관없어요. 어떤 역할이던 나에게 믿음을 보여줬다면 무조건 하고 싶어요. 배우가 작품을 마다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것 아닌가요? 아침드라마, 드라마스페셜, 단편영화 가리지 않고 많은 작품으로 여러 가지 경험을 쌓고 싶어요."
[곽정욱.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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