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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시영이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숙해져 돌아왔다. 앞으로 그를 논할 때 '남자사용설명서' 전과 후로 나눠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본인 스스로도 "시각이 넓어졌고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이시영은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연애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흔하디흔한 '국민흔녀' CF 조감독 최보나 역을 맡았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정체불명의 연애박사 Dr. 스왈스키(박영규)가 전해준 남자사용설명서를 얻게 되고, 톱스타 이승재(오정세)에게 사용하게 된다.
그동안 이시영은 '재미있게' 촬영장에 갔다. 연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워 부담감 같은 그 외의 것을 느낄 순간이 없었다. 여기에는 작품의 흥행 등 책임감을 온전히 홀로 짊어져야 할 원톱 주인공을 맡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남자사용설명서'를 촬영하며 영화를 보는, 연기에 임하는 시각이 조금 더 넓어졌다.
이시영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처음으로 부담감이 느껴졌다"며 "어떻게 보면 부담감을 느끼는 게 너무 늦은 건지도 모르겠다"며 머쓱해했다.
또 "시각이 더 넓어졌고 생각이 크게 달라진 것 같다. 영화라는 작업에 대해 많이 배웠다. 하나의 작품이 나왔을 때 '이래서 뿌듯한 거구나' 같은 걸 느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두 시간에 압축돼 있는데 그걸 보면서 느끼는 뿌듯함이 있는 것 같다. 다음 영화에서는 그런 소속감이 더 느껴질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자사용설명서'가 이시영에게 배우로서 또 다른 깨달음을 일깨워준 작품이긴 하지만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영화에서 차지하는 CG의 비중이 상상 이상이기 때문.
이시영은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영화를 끌어나가는 전개 자체가 CG라는 것"이라며 "출연을 망설인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선택을 한 이유기도 하다. 그럼에도 '잘 될 거야'라고 생각했다. 참고할 만한 작품이 없어서 막막하긴 했지만, 엄청난 액션이나 재난영화 등에서만 볼 수 있었던 CG가 주가 돼 나온다는 것 자체가 획기적이고 신선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많은 시간을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드라마 '난폭한 로맨스' 때 블루 스크린을 두고 연기해보긴 했지만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그는 "'난폭한 로맨스' 때는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 어떻게 될지 알고 있기도 했으니까. 드라마에서 CG를 쓰는 게 너무 좋았다. 드라마는 혹시나 잘못되더라도 나중에 보강할 수가 있다. 캐릭터가 잡히면 설사 조금 부족하다고 해도 보는 분들이 그 캐릭터에 익숙해 있으니 그걸 보지 못한 채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럴 기회가 없다. '영화가 드라마보다 힘든 거구나'를 이번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는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잘 하면 잘하는 대로 여과 없이 나가니까 더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적인 부분에서 영화가 더 힘들 구나를 느끼게 됐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영화는 여러 번 찍어 좋은 컷을 쓴다. 그런데도 전체를 봤을 때 이상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변명할 게 없다. 요즘 보는 눈도 날카로워졌다. 좋은 건 잘했다고 콕 짚어서 말한다. 그만큼 못한 건 더 잘 알고 계시니까 '영화가 훨씬 더 힘들고 부담되는구나'를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시영은 시나리오를 읽은 것을 녹음하고 다시 들어보는 과정을 반복하며 나쁜 습관들을 고쳐 나갔고, 이원석 감독 뿐 아니라 영화 관계자들과 자신의 배역, 영화에 대한 전반적 얘기를 나누는 등 돌탑을 쌓듯 차근차근 최보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이렇게 완성된 최보나 캐릭터기에 이시영의 새로운 변신에 더욱 기대를 모으게 된다.
최근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남자사용설명서'를 미리 봤다는 이시영은 "나는 재미있게 봤다"며 "확실한 건 신선하고 독특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민흔녀'였던 이시영이 남자사용설명서를 통해 '국민훈녀'로 변신하는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는 내달 14일 밸런타인데이에 개봉된다.
[배우 이시영.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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