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월 초 여자프로농구는 블록버스터급 트레이드가 단행됐다.
신한은행과 KDB생명의 3대3 맞교환. 잘 알려진대로 강영숙, 이연화, 캐서린 크라예펠트가 KDB생명으로 옮겼고, 조은주, 곽주영, 애슐리 로빈슨이 신한은행으로 옮겼다. 2경기를 치른 현재 희비가 엇갈렸다. 최하위 KDB생명은 이적생 효과를 톡톡히 봤다. 2연승을 달리며 대역전 4강을 노린다. 반면 신한은행은 3연패에 빠지며 정규시즌 우승의 꿈이 멀어지고 있다.
선수층이 얇은 여자농구 현실에서 이 트레이드는 두고두고 팬들에게 회자될 것이다. 또 하나. 신한은행과 KDB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4팀에도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게는 정규시즌 막판 판도 지각변동과 크게는 향후 선수 이동 및 적극적인 트레이드 문화 공감대 형성 등을 꼽을 수 있다.
▲ 정규시즌-포스트시즌 판도 꿈틀댄다
신한은행이 통합 6연패를 하던 시절. 순위싸움이 그리 치열하지 않았다. 여자농구가 팬들에게 외면받은 이유였다. 올 시즌엔 다르다. 일단 만년 최하위 우리은행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정규시즌 우승을 눈 앞에 뒀다. 중위권 혈투는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다가 트레이드 직전까지만 해도 하나외환, KDB생명은 4강이 힘들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됐었다.
트레이드 이후 판도에 또 한번 변화가 몰아치고 있다. 최하위 KDB생명이 심상찮다. 1일 현재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에 놓인 4위 KB와 공동 5위 하나외환, KDB생명의 게임차는 3. 8경기 남은 상황에서 반전도 충분히 가능하다. KDB생명은 기존 5팀에 많이 뒤쳐졌으나 트레이드 이후 공동 5위로 올라섰고, 이날 KB를 잡을 경우 최하위 탈출과 동시에 단독 5위, KB와의 승차를 2경기로 좁힌다. 그럴 경우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판도는 알 수 없게 된다.
신한은행은 현 시점에선 일종의 잠룡이다. 내, 외곽 화력이 업그레이드 돼 트레이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KDB생명과는 달리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팀 컬러상 기존 선수들과의 손발이 맞지 않아 시너지효과가 미미하다. 그래도 무시할 수 없다. 농구 관계자들은 “신한은행이 포스트시즌엔 분명 달라질 것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6연속 통합 우승한 저력이 어디로 가지 않으며, 하은주-로빈슨의 트윈타워 위력과 그에 파생되는 전술 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정규시즌 우승을 넘어 포스트시즌까지 접수를 노리는 우리은행엔 잠재적 불안요소다. 젊은 선수 위주의 우리은행은 단기전서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팀이다. 결국 이번 트레이드로 포스트시즌 흥행 요소가 추가된 것이다. 우리은행, KB를 비롯한 다른 팀들도 이 트레이드에 영향을 받고 있고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팀 수가 6팀인 현실에서 일종의 나비효과인 셈이다.
▲ FA 시장 꿈틀? 트레이드 문화 바뀔까
좀 더 멀리 볼 필요도 있다. 올 시즌 후 FA 시장에 신한은행과 KDB생명에서 대어가 많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하은주와 조은주, KDB생명은 신정자, 한채진, 강영숙, 김보미 등이다. 트레이드를 통해 FA 선수 숫자가 변했고, 포지션이 달라졌다. 이는 올 시즌 후 FA 계약 방침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주전급 3~4명이 FA로 풀릴 경우 현실적으로 모두 잡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나아가 FA 시장 자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여자농구 관계자는 “두 팀의 트레이드가 FA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레이드 성과에 따라 두 팀에서 잡을 선수와 그렇지 않을 선수를 나눌 수 있고, 다른 팀들의 FA 영입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했다. 오프시즌이 기대 되는 대목이다. 지난 1월 두 팀을 떠났던 선수들이 FA 계약을 통해 친정팀으로 컴백하는 시나리오도 예상해볼 수 있다.
또 하나. 신한은행과 KDB생명이 대형 트레이드를 하면서 여자농구에 만연했던 경직된 트레이드 문화에 경종이 울렸다. 그동안 여자농구는 얇은 선수층으로 인해 모든 팀이 트레이드 부메랑 역효과를 걱정했다. 이번 트레이드 결과에 따라 리그 전체적으로 좀 더 과감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여자농구는 그동안 선수 이동이 너무 적었다. 내주는 선수보다 받아올 선수의 가치를 생각하고 손해도 감수한다고 통 크게 마음을 먹으면 여자농구에서도 트레이드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래야 리그에 흥미가 생긴다.
두 팀의 대형 트레이드는 단순히 두 팀의 이해관계로만 생각할 수 없는 요소가 많다. 정규시즌 막판, 포스트시즌으로 갈수록 리그 전체에 미치는 나비효과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여자농구의 흥행과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OK다.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로빈슨(위), 이연화(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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