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최근 종영한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에서 극중 오지은이 맡은 성민아는 까칠하고 도도한 여배우다. 자신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당하게 작가에게 대본 수정을 요구하고 상대배우와의 분량 싸움도 불사한다.
하지만 실제 만난 오지은은 성민아 캐릭터와는 정반대였다. 오지은 스스로도 "저와 180도 다르다고 느껴요. 제가 배우로서 좀 더 성장했을 때 있을 수 있는 기질들이 성민아를 통해 나온 것 같아요. 지금은 작품에 들어가면 작품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거든요. 좋은 선배들과 하는데 내가 구멍을 내지 말아야지. 늘 그런 마음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지은은 까칠한 성민아에게도 배울 점은 많았다고 한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이고. 나중에는 드라마 제작비까지 대잖아요. 적극적인 성민아를 보면서 정말 프로라고 생각했어요. 한 작품을 맡았을 때 그걸 책임지려는 정도가 저는 수동적이라면 이번 캐릭터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거든요. 앞으로는 저도 그래야겠다고 생각해요."
'드라마의 제왕'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해 까발려 화제가 됐다. 방송국과 제작사간의 권력관계나 배우들 사이의 기싸움 등 드라마가 만들어지기까지 명과 암을 솔직하게 그리고 있었다.
오지은은 이에 대해 "방송 쪽에 있는 사람이지만 그 안에 로비 문제들이나 편성을 위해서 제작자간에 갈등들은 저는 전혀 몰랐던 이야기들 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조직 간의 문제는 전혀 몰랐어요. 은밀한 내용들을 훔쳐보는 느낌이 들었죠. 캐스팅 되는 과정을 배우들은 잘 모르는데 그걸 보니까. 회의실에서 '이 배우는 약을 했으니까 안돼' 이런 말들이 오가는 걸 보면서 배우들이 그런 식으로 평가된다는 걸 느꼈어요. 약간 무섭기도 했고요. 내 사진도 몇번 올라갔고 그때마다 무슨 말들이 오갔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요"라고 털어놨다.
오지은은 드라마에서 배우 최시원과 함께 호흡했다. 극중 까탈스럽고 매사에 진지한 오지은과 백치미가 풍기는 코믹한 최시원은 정반대의 성격으로 초반에는 앙숙처럼 티격태격하다 드라마 '경성의 아침'을 찍으며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최시원 씨는 재밌게 밝혀주는 이미지였어요. 그래서 최대한 자유롭게 하려고 했는데 그게 정말 개그맨 같았어요. 끼가 다분한 것 같은데 표정을 많이 연구해서 배우 짐캐리 같았어요. 보면서 되게 많이 놀랐죠"
특히 오지은과 최시원이 함께한 '마늘 키스'는 큰 화제가 됐다. 드라마 속에서는 연인이지만 실제로는 유치한 싸움을 벌이는 두 톱스타들의 모습이 코믹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오지은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마늘 키스'를 꼽았다.
그는 "장장 5시간 찍었던 장면이었어요. 하면서 재미가 있었거든요. 성민아가 도도한 캐릭터인데 처음으로 욕을 하는 장면이었거든요. 딱딱한 캐릭터였는데 허당 느낌이 날 수 있어서 재밌었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너무나 리얼한 표정 탓에 실제로 최시원이 마늘을 먹고 키스했냐고 묻자 그는 "실제로는 사탕키스로 했어요"라고 답한다. "한 번은 최시원 씨 뺨을 때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일부러 NG를 내는. 사실 성민아는 그런 걸 용납할 것 같지 않은 인물인데 있는 힘껏 치고 있는 모습이 정말 웃겼어요. 손에 독기를 담아서 복수하는 장면이 고상하게 굴던 그간의 캐릭터로 봤을 때 정말 재밌다고 느껴졌어요"
앞으로도 오지은은 다양한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일일드라마 '웃어라 동해야'부터 사극 '광개토대왕',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까지 다양한 캐릭터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해온 지금까지의 행보처럼 말이다.
"한 작품이 끝나면 그에 상반되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어요. 그리고 그게 차기작을 선정하는 기준이 됐죠. 그런데 이번 작품은 아직까지 여운이 있어요. 그래서 이걸 살려서 잘 살려서 해보고 싶어요. 도도하고 까칠한 사람이 말려드는 그런 로맨틱 코미디 물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부잣집 철부지가 하는 만행같은 것들. 또 장희빈 같은 선 굵은 악역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요"
이어 구체적인 캐릭터를 언급해달라고 했더니 배우 심은하의 이름이 튀어나온다. 드라마 '엠'부터 '청춘의 덫',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까지 줄줄이 심은하의 필모그래피를 읊는 모습을 보니 엄청난 팬인 듯 보였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심은하 선배님 캐릭터와 제가 비슷하거든요. 그때는 심은하 선배님 닮았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요. 특히 캐릭터가 제가 하는 행동이랑 많이 비슷하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역할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드라마의 제왕'을 찍기 전까지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고 털어놨다. '드라마의 제왕'은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다. "저한테는 정말 감사한 작품이에요. 또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좋은 시작을 하게 됐다고 생각해요. 그 힘을 받아서 열심히 성실하게 활동할게요."
[배우 오지은.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