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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존슨이 계속해서 나를 상대로 득점을 하는 데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23일 고양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스와 부산 KT전. 경기 초반 오리온스가 15~20점차로 리드해나갔으나 경기 막판 KT의 추격전이 볼만 했다. KT는 제스퍼 존슨을 앞세워 경기 종료 6분여 전엔 한 차례 역전에도 성공했다. 경기 막판 KT는 존슨에게 사실상 공격을 전담시켰고, 그의 매치업 상대자 오리온스 리온 윌리엄스도 뒤지지 않고 득점에 성공하며 고양 팬들을 열광시켰다.
결과적으로 승자는 윌리엄스였다. 그는 이날 29분 56초간 27점 11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존슨은 36분 7초간 32점 6리바운드. 점수로는 존슨의 승리. 실제로 경기 막판 연이어 윌리엄스를 바깥으로 끌어낸 뒤 3점포를 림에 꽂아넣었다. 윌리엄스를 상대로 3점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기민함도 선보였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존슨의 공격이 성공된 뒤 곧바로 존슨을 상대로 골밑 득점을 올려놓았다. 지지 않겠다는 자존심이 드러난 것. 결국 존슨은 경기 막판 혼전 상황에서 리드를 잡아내는 점수를 올렸다. 반면 존슨은 경기 종료 25.3초 전 마지막 공격에서 윌리엄스를 상대로 한 포스트업 공격에 실패하면서 승리를 오리온스에 내줬다.
윌리엄스는 존슨의 기량을 인정했다. “존슨은 좋은 슈터다. 뛰어난 기량을 지녔다”라면서도 “존슨이 계속 점수를 만들어내는 데 나도 뒤질 수 없었다. 1대1에서 질 것이란 생각은 전혀 안 했다”라고 했다. 이어 “이 리그에서 오래 뛰지 않아서 아직 라이벌은 없다. 그리고 상대가 누구든 의식하지 않고 내 공격을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포스트시즌 들어 수비수의 거친 수비를 받아들일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내 공격만 하겠다. 더블팀이 오면 공을 빼주겠다”는 원론적인 답을 했다.
사실 윌리엄스는 요즘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추일승 감독이다. 추 감독은 요즘 그의 출전 시간을 조절해준다. 이날도 2쿼터를 통째로 쉬었다. 워낙 출전 시간이 많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겨워졌다는 게 추 감독의 판단. 윌리엄스는 “감독이 날 배려해주는 걸 잘 알고 있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때로는 경기를 어렵게 만드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라고 뒤돌아봤다.
스캇의 활약도 반겼다. “스캇의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내가 체력을 아끼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스캇과 나는 스타일이 다르다. 우리팀은 운영의 폭이 넓어졌고, 상대 팀은 우리팀을 막기가 더 어려워졌다”라며 팀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어 최근의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두고서도 “부상자가 처음부터 나오지 않았다면 더 뛰어난 조직력을 보유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좋아지는 게 확연하게 느껴진다”라며 주위의 걱정을 일축했다.
윌리엄스는 긍정적이다. 체력적으로 힘겹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추 감독과 동료에게 고마워하는 한국형 외국인선수다. 농구 장내아나운서를 10년 넘게 한 현명호 장내아나운서도 그를 두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용병은 처음 본다”라고 칭찬할 정도였다. 오리온스로선 이리봐도 저리봐도 윌리엄스가 보배임이 틀림없다. 윌리엄스는 이날 자존심을 제대로 세웠다.
[윌리엄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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