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첫 경기에 올인하라.
지난 11일 대만 전지훈련을 떠나기 위해 인천공항에 모인 WBC 대표팀 선수들은 “1라운드 호적수는 대만”이라고 했다. 애당초 국내 분위기도 “1라운드는 몸풀기이고, 진짜 승부는 2라운드”였다. 큰일날 일이다. 1라운드 B조에서 만날 팀들의 전력이 만만하지 않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대만 현지에서 B조 상대팀들을 파헤치고 있는 KBO 김인식 기술위원장을 비롯한 전력분석원들은 “대만은 예상보다 약하고 네덜란드가 예상보다 세다”라고 평가했다. 그래도 대만이 홈팀인데다 한국을 괴롭힐 수 있는 전력인 건 확실하기 때문에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확실한 1승 상대였던 네덜란드마저 탄탄한 전력을 보유한 상황. 류중일호로선 내달 2일 첫 경기 상대인 네덜란드에 패배할 경우 1라운드부터 가시밭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 네덜란드가 심상찮다
네덜란드는 과거에도 유럽야구 1인자였다. 21세기 들어 더욱 발전하고 있다. 힘 대 힘 위주의 치고 받는 야구에서 공수주에 세밀함을 가미하고 있다는 평가다. 야구 약소국이 복병에 이어 강호로 발돋움하는 전형적인 과정에 놓여있다. 2009년 WBC서 도미니카 공화국을 두 차례나 격파했으며, 2011년 야구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도 메이저리거와 마이너리거,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 등 최종엔트리 28명 중 22명이 자국보다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는 해외파다.
타선에선 최고의 유망주 주릭슨 프로파(텍사스)가 불참한다. 그러나 로허르 베르나디나(워싱턴), 안드렐톤 시몬스(애틀랜타) 젠더 보가츠(보스턴) 등의 정확한 타격, 앤드류 존스(라쿠텐),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의 장타를 경계해야 한다. 마운드에선 빅리그 올스타 출신 자이어 저젠스(볼티모어)가 불참한다. 그러나 216cm의 신장을 자랑하는 록 반 밀(신시내티 트리플A)과 샤이란 마티스(미네소타 트리플A)는 단연 경계해야 한다.
네덜란드는 25일 쿠바와의 평가전서 5-0으로 완승했다. 아무리 쿠바가 최근 약해졌다고 해도 네덜란드가 영봉승 한 건 류중일호로선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차피 단기전, 한판 승부다.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지 못할 경우 곤경에 빠질 수 있다. 네덜란드전 선발투수 선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 국제대회 첫 경기 꼬이면 쫓긴다
국제대회 첫 경기는 항상 어려운 법이다. 과거에도 첫 경기를 잘 풀었을 땐 승승장구했고, 반대의 경우 좋지 않은 결과를 냈다. 2006년, 2009년 1~2회 대회서는 모두 대만과 첫 경기를 치러 2-0, 9-0으로 승리한 뒤 4강과 준우승 신화를 만들었다. 사실 2006년 1회대회 첫 경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전승 우승을 달성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서도 미국과의 첫 경기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8-7로 승리했다. 돌이켜보면 가장 어려운 경기였다.
첫 경기서 악몽을 맛봤을 땐 좌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03년 샷포로 아시아선수권 당시 대만에 연장 10회 4-5 역전패하며 2004년 아테네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첫 경기서도 대만에 2-4로 패배했고, 사회인 팀으로 구성된 일본에도 7-10으로 끝내기 패배를 당하는 등 수모를 맛봤다. WBC와 급은 다르지만, 2009년 야구월드컵과 2010년 대륙간컵서도 첫 경기서 캐나다에 1-8, 대만에 5-11로 패배하면서 각각 9위와 6위에 그쳤다.
류중일호로선 과거의 악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서 패배할 경우 호주, 대만에 승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류중일 감독도 전력분석원에게 받은 네덜란드 자료를 참고해 필승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우승을 노리는 류중일호도 천리 길은 한 걸음부터다.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 모든 신경을 집중할 때다.
[WBC 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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