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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주 김진성 기자] 모래알에서 최강자로 거듭났다.
서울 SK가 드디어 정규시즌 우승에 골인했다. SK는 9일 전주 KCC를 잡아내고 41승 9패가 돼 잔여 4경기에 관계없이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SK의 정규시즌 우승은 큰 의미가 있다. 과거 모래알 조직력, 겉만 번지르르한 스타군단이란 소리를 들었던 SK는 올 시즌 국내농구 최강팀으로 거듭나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 잊지못할 모래알 흑역사
SK는 안준호-김태환-이상윤-김진-신선우 등 이름있는 지도자와 스타 선수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집했다. 그러나 1999-2000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2001-2002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이후 번번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2007-2008시즌 이후 4시즌간 봄 농구도 하지 못했다. 주로 하위권에서 전전했다.
공격에만 치중했지 수비는 등한시했다. 개인플레이를 일삼았다. 부상을 달고 사는 선수도 있었다. 팀이 하나로 뭉쳐지지가 않았다. 매년 시즌 전엔 우승후보였으나 시즌이 끝나면 가장 실망스러운 팀으로 바뀌었다. 개인은 있었으나 팀은 없었다. 희생정신도 없었고, 플랜 A가 무너지면 플랜 B는 없었던 팀이었다.
SK는 2007년 이후 스포테인먼트를 도입해 관중 친화 홈 구장을 꾸리는 데 역점을 뒀다. 실제 SK는 매 시즌 10만 관중을 기록하는 인기구단으로 거듭났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발한 이벤트로 팬들을 사로잡았고, 한국농구 마케팅 문화 선도자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팀 성적은 나지 않자 “프런트만 요란한 팀”이란 달갑지 않은 소리만 들었다. 이 역시 팀 성적 부진이 원인이었다.
▲ 스타 문경은, 스타군단에 메스를 대다
SK는 2010-2011시즌을 끝으로 신선우 감독이 사퇴하자 문경은 2군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문 감독 역시 SK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했고, 그 역시 모래알 군단의 일원으로서 SK의 부진을 극복해내지 못한 1인이었기 때문이다. 난파 직전인 SK를 이끌기엔 경험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SK는 문경은 대행을 밀어붙였다. SK는 2011-2012시즌을 9위로 마쳤다.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시즌 초반 잘 나가다 외국인선수 알렉산더 존슨의 부상 공백과 주전들의 기복 심한 플레이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무너졌다. SK 수뇌부는 고심 끝에 문 대행의 대행 꼬리표를 떼줬다. 성적과는 별개로 팀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정식 감독이 된 문경은 감독은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감독대행시절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선수구성부터 신중을 기했다. 신인 최대어 건국대 에이스 최부경을 선택해 혼자 하는 농구가 아닌 5명이 하는 간결한 농구를 가르쳤다. 김선형은 포인트가드 개조 작업에 돌입했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 주희정은 백업으로 돌렸다. 김민수에게 최소한의 플레이만을 지시했고, KT에서 FA로 풀린 박상오를 영입해 주전으로 중용했다. 화룡점정은 에런 헤인즈가 찍었다. 헤인즈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강한 SK가 완성됐다. 크리스 알렉산더도 리바운드를 충실히 해줬다.
▲ 위기란 없었다, 퍼팩트 정규시즌
SK는 완벽한 정규시즌을 보냈다.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탈 때만 해도 ‘저러다 말겠지’라는 평가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단단해졌다. 새롭게 영입한 선수와 신인들의 성장, 헤인즈의 해결사 본능 등이 어울려 SK는 모래알 조직력에서 끈끈한 조직력을 갖춘 팀으로 거듭났다. SK는 팀 리바운드 1위(38.7개), 팀 최소실점 2위(69.0점)를 기록 중이다. 혼자 화려한 농구를 했던 과거엔 절대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없었다. 모비스, 전자랜드를 시즌 중반 일찌감치 따돌리고 선두독주체제를 가동했다.
SK는 올 시즌 10연승 이상만 두 차례 기록했다. KBL 역대 최초다. 41승 9패인 현재 잔여 4경기서 모두 승리할 경우 45승 9패, 승률 0.833으로 지난 시즌 원주 동부가 세운 역대 최다승(44승)과 최고승률 0.815를 한 시즌만에 갈아치운다. 또한, 이미 정규시즌 홈 20연승을 달리고 있어 지난해 동부의 16연승을 깼다. 홈 경기 성적도 21승 2패. 잔여 4경기서 3승 이상 할 경우 2006-2007시즌 모비스 이후 최고 성적이 가능하다.
SK는 완벽한 정규시즌을 보냈다. 모래알 군단에서 공수겸장 스타군단으로 거듭났다. 안 될 것 같았던 흥행-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명실상부한 국내농구 리딩구단이 됐다. 포스트시즌을 겨냥해 크리스 알렉산더와 김효범을 KCC에 내주고 받아온 코트니 심스도 점점 팀에 녹고 있다. 퍼팩트 정규시즌에 이어 퍼팩트 포스트시즌을 치를 준비도 끝났다. SK의 정규시즌 우승은 SK 시대의 본격 개막을 의미한다.
[SK 선수들. 사진 = 전주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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