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풍운아’ 이천수(32)가 1381일 만에 K리그 클래식 복귀전을 치렀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이천수는 인천에 새로운 공격 옵션을 제공했다.
이천수는 당초 인천 구단의 예고대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선발은 아니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천수는 후반 7분 수비형 미드필더 구본상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너무 오랜 공백 탓이었을까. 이천수는 끝내 인천의 구세주가 되지 못했다. 인천은 대전에 1-2로 지며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약 40분 동안 ‘돌아온 천재’ 이천수가 보여준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 전술 포인트① - 원톱 vs 스리백
전술적인 측면에서 원톱을 사용하는 팀을 상대로 3명의 중앙 수비수를 배치한 스리백은 비효율적이다. 수비에서 공간을 내줄 확률은 줄어들지만 반대로 중원 싸움에선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예상대로 이날 경기는 인천이 64%의 점유율로 경기를 지배했다. 그리고 대전은 철저히 선수비 후역습 체제로 인천 골문을 공략했다.
▲ 전술 포인트② - 대전의 생존전략
이날 대전은 사실상 스리백이 아닌 5백에 가까웠다. 좌우 윙백인 이웅희와 박진옥이 수비 진영 깊숙이 내려와 5명이 라인을 유지했다. 김인완 대전 감독은 경기 후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극단적인 수비 전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전만의 생존 전략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렇다. 대전은 K리그 클래식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용보다 결과를 얻는데 중점을 뒀다.
▲ 전술 포인트③ - 창의력이 없다
대전의 5백을 뚫기에 인천은 창의력이 너무도 부족했다. 4-2-3-1 포메이션에서 인천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신인’ 이석현이었다. 이석현은 지난 2라운드 서울 원정서 중거리 슈팅으로 시즌 첫 골을 터트리는 등 올 시즌 인천 공격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석현은 문전침투와 박스 정면에서 때리는 슈팅이 좋지만, 기본적으로 패스가 좋은 선수는 아니다. 인천은 좌우 측면의 남준재와 한교원이 5백의 협력 수비에 막히고, 이석현이 고립되면서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하는데 애를 먹었다. 실제로 인천의 득점은 오픈 플레이가 아닌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최진한 경남 감독도 “인천이 측면을 더 활용해야 하는데, 전반전에 그러지 못했다. 중앙을 너무 고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는 이석현의 플레이 스타일과도 연관이 있다. 이석현은 측면보단 중앙에서 더 많이 움직인다. 오히려 이석현은 구본상의 자리로 내려온 뒤 더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 전술 포인트④ - 인천의 수비약점
수비에서는 왼쪽 김창훈이 아쉬웠다. 대전의 두 골이 모두 김창훈이 위치한 왼쪽에서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대전은 그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대전의 한 관계자는 “인천의 김창훈은 공격이 좋지만 그로인해 너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주앙파울로와 김병석이 그 점을 잘 이용했다”고 말했다. 주앙파울로는 1골 1도움, 김병석은 1도움을 기록했다.
▲ 전술 포인트⑤ - 이천수 리턴즈
1-1 상황에서 김봉길 감독은 이천수의 투입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천수가 교체를 준비하는 사이 대전의 주앙파울로가 추가골을 넣었다. 사실 이 때문에 이천수는 여유 있게 자신의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빨리 동점골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플레이가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천수도 경기 후 인터뷰서 “1-2로 지고 있는 상황이 오랜만에 경기를 하는 저에겐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천수는 상당히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 포지션은 처진 공격수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구본상의 자리를 이석현이 내려와 메웠고 이천수가 이석현의 자리에 위치했다. 이천수는 이석현과 달리 사이드로 자주 빠지며 돌파를 시도했다. 이 점은 대전 5백을 흔드는데 효과적이었다. 3명이 포지한 중앙을 뚫는 것보다 측면으로 이동해 윙포워드와 함께 윙백을 공략하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이천수는 한교원이 빠지고 이효균이 투입된 뒤에는 찌아고와 함께 측면 날개로 이동했다. 이때도 이천수는 측면서 중앙으로 파고들거나, 사이드로 치고 들어가 크로스를 올리는 등 대전 수비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확실히 남준재, 한교원보다 이천수, 찌아고 조합이 스피드와 창의력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물론 골이 나오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후반 7분 이천수 교체 투입 이후. 그래픽 =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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