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시속 134km.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두산 좌완투수 유희관이 기록한 최고 구속이었다.
시대를 역행하는 것일까. 평소에도 유희관의 최고 구속은 135km 정도에 그친다. 140km 이상 뿌리는 투수가 흔한 요즘, 보기 드문 투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유희관은 이 느린 공으로도 얼마든지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날 유희관은 5회초 2사 후 조성환을 삼진 아웃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몸쪽 아래 스트라이크존을 꽉 차는 '명품 컨트롤'을 선보인 그는 133km짜리 직구로 조성환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이상하게도 133km짜리 직구가 그렇게 빨라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유희관은 2구째 '초슬로우커브'로 조성환의 시선을 뺏었다. 전광판에는 76km가 찍혔다. 비록 볼이 됐지만 이어 106km짜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순식간에 구속이 30km가 증가한 것이다. 타자로선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 유희관이 5구째 던진 133km짜리 직구가 '돌직구'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날 유희관의 최고 구속은 상대 선발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의 슬라이더 최저 구속인 135km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투구 내용에서는 옥스프링보다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7이닝을 소화하면서 5피안타 무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꽁꽁 묶은 것이다. 옥스프링은 6⅓이닝 5피안타 2실점 1자책점으로 선방했지만 유희관이 앞선 게 사실이었다.
유희관은 두산이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물러나 승리투수 요건을 채웠지만 두산이 2-4로 역전패하는 바람에 승리투수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최고의 피칭을 펼친 선수는 유희관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유희관에겐 느린 직구가 있지만 그보다 더 느린 변화구가 있다. 여기에 자신이 자랑하는 컨트롤을 갖추고 있다. 이날 롯데전에서의 승부는 유희관의 호투 비결을 알 수 있게 했다.
[유희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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