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김민성의 스타★필(feel)]
축 처진 눈매와 포근한 미소로 지닌 교회 오빠 같은 이미지였던 정경호, 그가 군 제대 후 카리스마 넘치는 진짜 사나이로 돌아왔다. 드라마 '무정도시'(제작사 DRM 미디어)에서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마약조직 보스로 잠입한 언더커버 경찰로 활약을 펼치며 범죄자와 경찰, 그 간극을 디테일한 심리묘사를 뛰어난 연기력으로 소화하고 있다.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금주하며 운동과 액션 연습에만 매진하여 체지방 3%를 내릴 정도로 혹독하게 자신을 다잡았던 그는 이전에 편안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지우고, 날카로운 눈빛과 서늘한 표정으로 무겁고 깊숙한 카리스마를 입었다.
극 초반 날카롭고 유려한 액션을 선보였다면, 같은 언더커버로 잠입한 여경 윤수민(남규리)와 지독한 사랑에 빠지며 임무와 본심 사이의 심경 변화를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표정 연기와 대사, 제스처로 표현하며 캐릭터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2005년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철부지 톱스타 최윤 역으로 출연하여 단번에 눈도장을 찍은 정경호는 신선한 마스크와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력으로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자명고' '그대, 웃어요'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허브' '님은 먼 곳에' '거북이 달린다' 등 많은 필모그래피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줬다.
주말 저녁에 방송되었고, 3대가 살아가는 가족드라마였던 '그대, 웃어요'를 통해 정경호는 '무자식 상팔자' '엄마가 뿔났다' 등 김수현 작가와 함께 명품 가족 드라마를 만들었던 아버지 정을영 PD와 같이 전 세대에게 모두 사랑받는 배우로 성큼 성장했다. 부전자전이라고 영민하게 캐릭터를 잡아내고, 물불 안가리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것은 꼭 닮은꼴이다. 씨도둑(?)은 못 한다고 그 아버지의 아들답게 진짜 배우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번 드라마 '무정도시'에서는 그동안 부드러운 매력을 버리고 차갑고 날카로운 남성의 모습을 연기하며 군 입대 전과는 180도 달라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선한 눈빛이 서늘한 눈빛으로, 해사한 표정이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표정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때와 상황에 맞게 시시각각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 호평 일색. 종편 드라마답게 공중파보다는 다소 선정적인 폭력 장면도 있지만, 기존 드라마의 틀을 깬 파격적인 시도가 돋보이며, 이는 '시현앓이'를 낳게 한 정경호의 연기가 결정적이다.
연기란 준비하는 만큼 나온다는 철학이 있는 정경호. 한국형 누아르를 표방한 '무정도시'를 통해 파격적인 액션 연기와 섬세한 감정 연기를 모두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는 그는 어떤 역할을 맡겨도 기대감을 높이는 명품 배우로 성큼성큼 성장해가고 있다.
[배우 정경호. 사진 = JTBC, SBS 제공]
이지영 기자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