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시즌 중 교체가 제일 힘들어요.”
7월 24일은 웨이버 공시 마감일이었다. 삼성과 KIA를 제외한 모든 팀이 기존 외국인투수들을 안고 갔다. 7월 31일은 트레이드 마감일이었다. 소문만 무성했지만, 실제 상위권 팀 국내선수와 하위권 팀 외국인투수의 빅딜은 없었다. 결국 대부분 팀이 마음에 완전히 들지 않는 외국인투수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신임한 것이다.
왜 그럴까. 현 시점에서 해외에서 새로운 외국인투수를 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확대엔트리가 시행되는 9월 1일이 딱 1달 남았다. 현 시점에선 마이너리그 수준급 투수들이 어지간한 몸값엔 꿈쩍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대체 외국인투수가 대박을 치기는 사실 쉽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 외인 스카우트 8년 경력자 염경엽, “5년은 해야 노하우 생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코치와 프런트를 두루 거쳐 감독 자리에 오른 최초의 야구인이다. 염 감독은 현대, LG, 넥센에서 8년간 외국인선수 스카우트로 일했다. 염 감독은 지난달 31일 목동 한화전을 앞두고 “5년은 해봐야 노하우가 생긴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시즌 중에 대체 선수를 뽑는 게 가장 어렵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염 감독은 당시 빡빡한 업무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라고 회상했다.
스카우트들은 구단 내, 외부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외국인선수 위시리스트’를 작성해 놓는다. 그러나 염 감독은 “일단 처음 시작한 스카우트는 미국 마이너리그 60여개 팀을 다 둘러봐야 한다. 막상 실제로는 리스트에 있는 선수보단 현지에서 처음에 딱 보고 괜찮아서 뽑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염 감독도 훗날 노하우가 쌓인 뒤에는 예전의 기억과 자료를 토대로 후보군을 좁혀 꼭 봐야 할 선수만 챙겨서 보고 동선도 최소화했다고 한다.
염 감독이 마음에 드는 외국인선수를 점 찍은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메이저리그 40인 엔트리에 들어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40인 엔트리에 들어있지만, 실제 메이저리그 경기에 뛰는 25인 엔트리에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 일단 40인 엔트리에 들어있지만 25인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해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빅리그 콜업 가능성 때문에 한국에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 40인 엔트리 밖에 있는 마이너리거들은 상대적으로 한국에 데려오기가 수월하다고 한다.
막상 어렵게 찾아간 경기장에 점 찍어뒀던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에이전트가 만나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염 감독은 “스케줄이 빡빡해서 빨리 이동해야 한다. 특히 비행기 시간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때로는 비행기 시간이 다 됐다고 말한 뒤 리스트에 있는 선수를 빨리 보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라고 웃었다.
▲ 페타지니 영입 교훈, 실력보단 멘탈이 중요하다
염 감독은 “LG 스카우트 시절 페타지니를 뽑았다”라고 했다. 로베르토 페타지니는 2008년 LG에 대체선수로 영입돼 2009년까지 맹활약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일본 야쿠르트에서 뛰었다. 염 감독은 “예전에 훌리오 슐레타를 데려오기 위해 일본에 갔다. 페타지니를 우연히 봤는데 치면 안타고 안 치면 볼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당시에 잘 봐뒀던 페타지니를 결국 2008년 영입한 것이다.
염 감독은 “페타지니를 당시 20만 달러에 데려왔다. 일본에서 더 많은 돈을 받고 뛰었던 선수인데 돈에 개의치 않더라. 야구 그 자체를 정말 좋아했던 친구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외국인선수를 잘 뽑으려면 기량도 기량이지만, 멘탈, 마인드가 중요하다. 절실함도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단순히 실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례로 멕시칸리그에선 외국인선수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염 감독은 “거기에 가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잘 만나주질 않았다. 트레이드 머니를 너무 많이 요구해 힘들었다”라고 했다. 야구를 통해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 협상이 쉽지 않았다는 것. 염 감독은 “돈을 벌 목적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 선수들은 자기한테 불리한 게 있으면 떠나려고 한다”라고 꼬집었다.
▲ 염경엽 감독의 결론 “외국인선수, 신인과 똑같이 대접한다”
또 하나. 염 감독은 “외국인선수의 성패는 첫 경기가 좌우한다. 첫 경기서 잘 풀리지 않는 선수는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나중에 꼬여서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했다. 그만큼 외국인선수들에게 처음부터 한국야구에 적응하기 쉬운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염 감독은 “외국인선수는 신인과 똑같이 대접해야 한다”라고 했다.
실제로 염 감독은 브랜든 나이트와 앤디 벤헤켄에게 특혜는 주지 않지만, 배려는 확실하게 한다. 벤헤켄의 경우 그동안 삼성에 약하다고 생각해 의도적으로 기용하지 않다가 지난 주말 등판시켰다. 염 감독은 외국인 스카우트를 해본 경험이 있으니 외국인선수를 보는 안목도, 그들을 대하는 시선도 확실히 다르다.
염 감독은 “운영, 회계, 용병 스카우트, 전력분석, 연봉계약, 우승축하연, 코치 등 야구단에서 안 해본 게 없다”라고 웃었다. 결과적으로 과거의 다양한 경험이 지금의 염 감독과 넥센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염경엽 감독(위), 페타지니(가운데), 염경엽 감독과 벤헤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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