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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이겨도 걱정이네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하 대표팀)을 이끄는 차해원(52) 대표팀 감독은 26일(이하 한국시각) 오전까지만 해도 난감한 심정이었다. 27일부터 내달 1일까지 중국 후난성 천저우에서 열리는 2014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여자대회(월드챔피언십) 아시아 최종라운드 B조 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고 마냥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대회는 중국(세계랭킹 5위)과 한국(10위)을 비롯해 카자흐스탄(28위), 뉴질랜드(71위), 인도(103위) 등 5개 팀이 5일 동안 풀리그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각 조 1·2위가 내년 세계대회 출전권을 거머쥐게 되는데, 객관적 전력으로 보면 한국은 무난히 최소 2위를 거머쥘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년 세계대회와 인천아시안게임 일정이 겹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되면서 대표팀은 반토막으로 나뉘어 2개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국제배구연맹이 아시안게임 일정을 무시하고 세계대회 일정을 짠 탓이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선수층이 두텁다면 A, B팀으로 나눠 2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이라면 한국은 한 대회에 올인하고, 나머지 한 대회는 좋은 성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27일 오후 5시 열리는 뉴질랜드와의 대회 첫 경기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대표팀은 천저우체육관에서 처음 현지 적응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 앞서 차해원 감독은 선수들과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미팅을 가졌다. 그런데 본격 훈련 시작 바로 전, 차 감독은 배구협회 고위 관계자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최선을 다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라. 세계대회와 아시안게임 동시 출전 문제는 협회가 나중에 해결하겠다"는 게 요지였다. 이재화 팀 매니저의 설명이다.
사실 배구협회는 내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대회보다는 인천아시안게임을 더 중요시 생각해왔다. 안방에서 일본, 중국 등 라이벌과 싸워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차 감독은 협회의 전화를 받고서야 "이제 속이 편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속 편하게 하고 가자"고 독려했다.
한국은 카자흐스탄과 2차전(28일 오후 5시), 인도와 3차전(29일 오후 5시)를 치른 뒤 중국과 10월1일(저녁 8시30분) 최종 4차전을 벌인다.
지난 21일 태국 라차부리에서 열린 17회 아시아배구대회 3~4위전에서 한국에 패한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설욕을 노리고 있다. 차 감독은 중국전에 앞서 세계대회 출전권을 확보할 경우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은 김연경(25, 터키 페네르바체)을 기용하지 않고 경기를 치를 방침이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여자배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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