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발돋움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돌고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번 영화제는 과연 영화제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 좋은 계기가 됐다. 이른바 '강동원 GV(관객과의 대화) 불참' 논란이 불거지며 영화제가 누구를 위한 영화 축제인지를 되짚어 보게끔 했다.
이번 논란은 양 측의 입장차로 인해 촉발됐다. 우선 강동원 측은 부산국제영화제 측에서 "레드카펫,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을 거라면 부산국제영화제 참석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말을 했다고 알려진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래머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동원 측의 주장이 거짓말이라 반박했다. 이후 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일정 조율의 큰 비중을 담당했던 CGV 측이 강동원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며 이 사건은 일단 잠잠해졌다.
진실공방을 펼친 이번 일은 누구의 의견이 진실 혹은 거짓이냐를 떠나 각자의 입장차를 명확히 느낄 수 있는 사건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개막식 당일 영화의 전당을 지척에 둔 CGV 센텀에서 영화 '더 엑스'의 시사가 예정됐던 강동원에게 서운함을 느꼈을 수 있다. 우리가 초청한 영화의 주연배우가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눈앞에 뻔히 보이는 저 장소에 있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을 법도 하다. 아니면 "영화제는 감독이 주인공인데, 배우가 와서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좋지 않겠냐"며 섭섭함을 내비친 부산국제영화제 한 관계자의 말처럼 감독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행사들에 참석하지 않은 그에게서 아쉬움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강동원 측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강동원 측이 제의 받은 일정은 당초 '더 엑스' 관객과의 대화 하나였다는 것.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 촬영 등 빡빡한 스케줄 탓에 다른 행사에 참여할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았다.
또 레드카펫은 단순히 붉은 양탄자를 밟는 행사가 아니다. 이를 위해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드레스와 달리 일반 관객들에게는 다 고만고만해 보이는 수트인 탓에 레드카펫 위에 입고 설 의상을 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최상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몸도 만들어야 하며, 배우의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움직이는 스태프만 해도 여럿이다. 그 배우 한 사람만의 행사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런 시스템을 알고 있음에도 갑작스럽게 레드카펫 행사를 강요했다고 느낀 강동원 측의 섭섭함 역시 이해가 갈 만하다.
하지만 강동원 측이 가장 크게 섭섭함을 느꼈던 것은 본인들이 고압적이라 느낀 부산국제영화제 측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오지 않을 거면 아예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다니 서운함을 느꼈을 수도 있을 터. 물론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이런 주장이 억지일 뿐 아니라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진실공방은 서로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이들의 논쟁을 바라보며 가장 크게 마음을 졸인 이들은 바로 GV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관객들이 아닐까 싶다. 강동원의 불참 사실이 알려진 3일, 갑작스레 강동원의 GV참석이 알려진 4일. 이 이틀 사이에 관객들은 자신이 만나보고 싶었던 배우를 직접 볼 수 없다는 섭섭함과 만남을 포기한 상황에서 다시 부산을 찾는다는 소식에 기쁨을 느꼈을 것이다.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배우 강동원인데다, 그를 보기 위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GV 예매에 성공한 관객인 만큼 이틀사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맛봤을 것.
영화인과 영화제 개막식에 대한 예의를 요구한 부산국제영화제 측, 배우를 향한 영화제의 예의를 요구한 강동원 측, 양쪽의 논쟁에 신경을 곤두세운 관객들. 물론 이들 모두 영화제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성숙한 주인의식을 가진 주인공이 되기 위해, 부산국제영화제가 관객들과 함께 즐기는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 유연한 태도로 서로를 배려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부산을 방문해 영화 '더 엑스' GV에 참석한 강동원.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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