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장기로 치면 차 하나 뗀 격이다.”
지난 21일 1군에서 말소된 삼성 최형우. 13일 대구 SK전 도중 수비하다 왼쪽 늑골을 다쳤다. 일본에서 정밀검진을 받았다. 뼈에 실금이 갔다. 최소 2주~최대 1개월 정도 결장이 예상된다. 최형우가 빠진 삼성타선은 침체됐다. 확실히 공백이 컸다. 선발진 부진과 맞물려 전반기 막판 4연패. 최형우가 빠진 좌익수에는 대체할 카드가 많다. 그러나 최형우가 빠진 타선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후반기 첫 게임이었던 22일 부산 롯데전. 류중일 감독이 선발라인업 작성에 고심을 한 흔적이 드러났다. 최형우와 함께 전반기 막판 LG와의 2연전 선발라인업서 빠졌던 채태인이 복귀했다. 익숙한 5번이 아닌 3번. 박석민이 3번서 4번으로 내려갔다. 최강 6번타자 이승엽이 5번으로 올라왔다. 6번 좌익수에는 왼손 선발투수 쉐인 유먼을 의식해 우타자 김헌곤이 배치됐다.
▲ 하위타선 약화
박석민의 원맨쇼였다. 홀로 2홈런 4타점을 해내며 팀 4연패를 끊었다. 박석민은 4번 경험이 있다. 삼성타선 리빌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8년 당시 4번타순에 꽤 자주 들어섰다. 최형우가 5번을 치는 날이 더 많았다. 이후 최형우가 4번, 박석민이 5번으로 굳어졌다. 최형우가 돌아올 때까지 박석민이 4번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표면적으로는 최형우 공백은 완벽하게 메울 수 있다.
하지만, 박석민이 4번에 들어서면서 필연적으로 하위타선의 약화를 불러일으킨다. 올 시즌 삼성타선의 조직력과 밸런스가 9개구단 최상인 이유는 이승엽이 6번서 부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석민이 4번으로 내려가면서 채태인이 3번에 들어갔다. 결국 최형우가 빠진 클린업트리오를 이승엽이 5번서 채워야 한다.
이승엽이 자리를 비운 6번엔 김헌곤을 비롯해 상황에 따라 우동균, 박해민, 정형식 등이 번갈아 출전할 수 있다. 이승엽에 비해 확연히 무게감이 떨어지는 카드들. 물론 이들의 좌익수 수비력은 최형우보다 낫다. 하지만, 상대 투수가 느끼는 무게감 약화는 어쩔 수 없다. 6번서 흐름이 끊어질 경우 7~9번도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없다. 이승엽이 6번서 중심을 잡아줄 때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의 연결이 부드러웠던 게 최대장점이었다. 결국 최형우 공백을 박석민이 메웠지만, 타선위력의 근본적 약화는 피할 수 없다.
최형우가 빠지면서 삼성 타선의 전반적 사이클이 뚝 떨어졌다. 삼성은 4연패를 끊었지만, 22일 경기서 단 4안타에 그쳤다. 박석민이 원맨쇼를 했다는 건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미미했다는 방증이다. 실제 이날 5~9번타순서 안타는 단 1개도 나오지 않았고, 산발적 볼넷만 3차례 나왔다. 류 감독 부임 이후 1경기 최다 4개의 희생번트를 시도했지만, 효과가 아주 크진 않았다. 롯데 마운드가 그만큼 삼성 하위타선과 승부하기가 쉬워졌다. 삼성은 당분간 이런 어려움을 상위타선과 마운드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 물론 타선의 전반적 사이클이 올라오면 최형우 공백은 최소화될 수도 있다.
▲ 6번 좌익수 전쟁
롯데가 22일 경기서 좌완 쉐인 유먼을 선발투수로 내자 삼성은 우타자 김헌곤을 좌익수로 출전시켰다. 그러나 23일 롯데 선발투수는 우완 크리스 옥스프링. 김헌곤 대신 좌타자 정형식 혹은 우동균 투입 가능성이 크다. 좌완 선발이 나올 땐 김헌곤 외에 우타자 이상훈도 있다. 백업요원은 역시 즐비한 삼성이다. 이들에겐 또 다른 기회다.
결국 내부적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류 감독은 고정 라인업을 선호한다. 하지만, 최형우의 결장은 특수한 상황. 류 감독은 당분간 외야 백업요원들을 유심히 살펴볼 것이다.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면 최형우의 공백도 메우고, 내부적으로 건전한 긴장관계를 조성할 수도 있다. 그동안 삼성은 이런 효과를 자주 누렸다. 다만, 최형우가 1군서 빠진 게 한창 부진했던 2012년 5월 말에 이어 2년만이라 낯선 게 사실이다.
최형우의 결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생겼다. 하위타선 위력을 극대화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전체적 타격 사이클도 떨어진 상태라 더욱 힘겨운 상황. 당분간 삼성 라인업은 크고 작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류 감독 부임 이후 최다연패를 피했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최형우와 박석민(위), 박석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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