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첫날부터 진풍경이 발생했다.
한국식 심판합의판정 제도가 후반기 첫날 22일 전국 3개구장서 동시에 시행됐다. 시즌 중반에 도입된 특수한 규정. 아직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다. 대전과 부산에선 해프닝이 일어났다. 합의판정제도 도입으로 그라운드 풍경은 많이 달라질 전망. 감독과 심판 모두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 합의판정 대상이 아닌 상황도 있다
한화-NC전이 열린 대전구장. 4회초 3-1 NC 리드. NC는 2사 2루 찬스서 나성범이 우익선상 2루타를 때렸다. 2루주자 이종욱이 홈을 밟았다. 나성범은 3루까지 달리다 아웃됐다. 그러자 한화 이종범 주루코치가 심판에게 합의판정 대상이 맞는지 문의했다. 나성범의 타구가 파울인 것 같은데 합의판정을 신청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 것.
결론적으로 이 장면은 합의판정 대상은 아니었다. KBO가 제시한 합의판정 대상에 파울/페어 타구 판정이 포함됐다. 그러나 타구가 곧바로 외야로 넘어간 상황일 때만 파울/페어 타구를 합의판정으로 번복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내야에서 바운드 된 타구가 선상으로 빠지는 경우는 합의판정 대상에선 제외된다. 나성범의 타구가 이런 케이스.
하지만, 이 코치의 질의로 한화가 손해를 본 건 아니었다. KBO가 정한 시행세칙에 따르면, 감독이 합의판정 대상이 아닌 상황서 합의판정을 요청할 경우 심판팀장이 합의판정 대상이 아니라고 감독에게 정확히 알려주면 된다. 이럴 경우 합의판정 요청 가능 횟수(조건부 2회)카운트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제도가 완벽하게 정착되기 전까지 이런 상황은 종종 나올 전망이다.
▲ 선수도 벤치에 사인 보낸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수신호에 매우 익숙하다. 경기 중 사인을 주고 받기 때문이다. 이는 사전에 약속된 움직임이다. 경기 중에도 긴박하게 사인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합의판정제도가 도입되면서 대부분 팀에 또 다른 형태의 수신호가 추가됐다. 이제까진 벤치에서 나가는 사인을 선수가 읽고 움직이면 됐지만, 이젠 반대로 선수와 코치가 벤치에 사인을 보내는 일도 벌어질 전망이다. 이제까지 선수가 벤치에 보냈던 사인은 몸이 아파서 교체해달라는 게 대부분이었다.
합의판정 신청은 이닝 도중에는 상황 발생 이후 30초 이내, 3번째 아웃카운트 혹은 경기 종료 상황일 때는 10초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 스피드 업과 경기장의 어수선함을 막기 위한 조치. 메이저리그엔 30초 규정은 없다. 어쨌든 감독이 합의판정을 결심하고 그라운드에 나가서 말할 때까지 30초는 결코 여유있는 시간이 아니다. 10초는 두말할 것도 없다.
때문에 그라운드의 선수와 코치가 벤치에 상황을 잘 전달해야 한다. 대부분 감독은 “나보다 그라운드 선수, 코치가 더 잘 안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세이프/아웃 상황은 그 수비와 주루에 직접 가담한 선수가 멀리 떨어진 벤치에 있는 감독보다 더 잘 안다. 억울한 판정이 내려졌다 싶으면 벤치에 즉각 수신호를 보내면 된다. 그러면 감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합의판정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1루와 3루 주루코치는 가장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책임감도 커졌다. 대부분 팀은 간단한 수신호를 통해 합의판정 요청 여부에 대해 의사소통을 하기로 했다.
▲ TV 모니터 요원 가동?
해프닝은 또 있었다. 롯데-삼성전이 열렸던 부산 사직구장. 경기 전 롯데 덕아웃이 분주했다. 덕아웃에서 뒤로 돌아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위치에 TV가 설치됐다. TV 설치이유는 명확했다. 벤치에서 합의판정 요청을 해도 될만한 상황인지 아닌지를 신중하고 기민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다. 물론 그라운드에서 코치와 심판이 사인을 보낸다. 하지만, 합의판정 요청 제한시간 내에 느린 그림을 통해 판정 번복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 최초 합의판정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두번째 기회는 사용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삼성 류중일 감독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불공평하다. 그렇다면 원정 덕아웃에도 TV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라며 “KBO에 공문을 보내서 전 구장 덕아웃에 TV를 설치해야 한다. 모든 팀이 공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류 감독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합의판정 요청을 위한 환경은 공평하게 조성돼야 한다. 현재 규정상 덕아웃에는 전자장비를 들일 수 없다. 롯데도 덕아웃에서 볼 수 있는 위치에 TV를 설치했다. 덕아웃에 직접 설치한 게 아니라 규정 위반이 아니었다.
각 팀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팀별로 TV 모니터 전담요원이 생길 조짐이다. 판정 번복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합의판정을 요청할 수 있다. 대부분 팀은 감독실에 설치된 TV를 보고 벤치에 상황을 알려줄 가능성이 크다. 지정된 구단 프런트가 감독실에서 TV를 전담으로 시청해 합의판정 상황이 나올 때 벤치에 신속하게 알릴 수 있다. 또, 상황에 따라 관중석 중앙 본부석에서 경기를 꼼꼼하게 분석하면서 선수들에게 고과점수를 부여하는 직원이 있다. 연봉협상 자료로 쓰인다. 이들이 느린 그림을 잡아서 벤치에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감독이 일단 그라운드 밖에 나와서 수신호를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규정상 이런 의사소통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부산사직구장 1루 덕아웃에 설치된 TV(위), 벤치-심판 대화 장면. 사진 = 부산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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