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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강산 기자]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서 자원봉사자들의 친절이 전 세계의 호평을 받았다. "환대에 감동했다"는 외국인들이 부지기수였다. 한국의 자랑이었다.
그런데 부산 대회를 치른 지 12년 만에 유치에 성공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은 문제투성이다. 서비스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객 응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본분을 잊은 행동도 눈에 띈다. 당사자들도 문제지만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초기 교육을 제대로 한 게 맞는지. 많은 이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부 자원봉사자들의 행태로 인해 이미 홍역을 치렀다. 경기장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들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선수들에게 사인을 요구하고 사진을 찍는 것도 부족해 괴성까지 지른 탓에 아수라장이 됐다. 인기 종목인 수영과 야구, 배드민턴에서는 흔한 일이다. 한 관계자는 "통제를 하는데도 자원봉사자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팬들은 고객이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고객이 경기장을 찾는다. 그런데 불친절한 응대와 모르쇠로 일관하는 행동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대회를 무사히 치르고자 도와주러 왔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게 현실이다.
23일 한 경기장에서는 통제를 담당하는 직원이 주차장 위치를 묻는 '고객'의 질문에 성의 없는 손짓만 반복했다. 참다 못한 고객이 '제대로 알려달라'고 하자 "저쪽으로 가라"며 오히려 화를 냈다. 심지어 아버지뻘 중년 관객에게 반말을 하는 통제 직원도 있었다. 자국민들에게도 불친절로 일관하는데, 외국인 관객들에겐 어떻게 할까. 안 봐도 훤다.
무조건 당사자들 책임으로 돌릴 수만도 없다. 초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다. 대학생 신분인 한 자원봉사자는 "교육을 하긴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도 않는다"며 "만약 잘못된 행동에 제재를 가한다고 단서를 달았다면 자원봉사자들 또는 통제 직원들이 지금처럼 하겠느냐"고 말했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교육이 제대로 안 된 탓이다. 쉽게 예를 들면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고 말하는 것과 아는 대로 답변하는 데 몇 시간씩 걸리는 것도 아니다. 숙지한 사항을 알려주는 건 마치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다. 그런데 셔틀버스 정류장이나 입장 게이트 위치조차 모르고 있으니 고객들은 답답할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고 떠넘기다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MPC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볼링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MPC로 출근하려 했다. 자원봉사자 한 분이 도와주셔서 관계자에게 물어봤는데 '비인기 종목이라 차가 없다'며 모른다고 하더라. 결국 버스를 못 타고 한 시간 후에 다른 차를 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도 21일 "자원봉사자들이 훈련용 공을 주워 와서 사인을 요구하더라. 전반적으로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다. 훈련용 공을 마구 주워가면 안 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사인까지 요구했으나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당사자들 문제도 있다. 똑같이 교육을 받았다고 치자. 철없는 행동을 일삼는 이들이 입방아에 오른다. 그런데 밤낮으로 '고객'을 위해 상냥한 미소로 친절하게 응대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사실. 일부의 철없는 행동 때문에 애꿎은 이들까지 비난받고 있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번 대회를 열면서 '하나 되는 아시아를 만나는 곳'이라고 외쳤는데, 자국민들에 대한 응대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한 일본 취재진은 "메인 프레스센터(MPC)에 가면 친절하게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 그런데 경기장에만 가면 자원봉사자인지 팬클럽인지 모르겠다"며 쓴소리를 했다. 조직위 측은 전날 자원봉사자들에게 "부정적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선수들에게 사인, 사진 촬영 등을 요구하지 말라"는 전체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을 다해 일하는 이들의 가슴에는 큰 생채기가 났다. 버스는 이미 떠난 것 같다. 후회막급이다.
[개회식 사진(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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