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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연예

'미생' 강대리·하대리…'대리'들의 진짜 속사정 [MD포커스]

시간2014-11-17 07:33:56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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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미생'은 완생이 되기위해 발버둥치는 현실 속 미생(未生)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이에 미생을 표현하기 위해, 바둑의 세계에서 갓 현실에 내던져진 장그래(임시완)의 눈을 통해 더욱 냉혹한 사회를 그리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신입사원 장그래(임시완), 안영이(강소라), 장백기(강하늘), 한석율(변요한) 네 사람이 각자 팀에서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사회의 군상을 드러내고 있다. 장그래는 김동식(김대명) 대리의 말처럼 갓 사회에 나온 장기수같기도 하고 장백기는 기본도 안 돼있는 엘리트라는 모순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20부작 '미생'에서 신입사원만큼이나 주목해야 하는 캐릭터는 '대리'들이다. 신입사원 4인방이 겪었던 실수와 당시 상황들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느꼈을 대리들은 간혹 악역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미생' 속 악역은 없다. 그저 각자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미생'에 나오는 대리들은 신입사원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 직장에 한 명쯤 있었으면…든든한 '김대리'

귀여운 파마머리에 푸짐한 뱃살, 옥상에서 매일같이 담배를 손에 쥐고 있는 김동식 대리는 불같은 성격을 가진 오상식(이성민) 과장의 의리있는 오른팔이다. 오과장의 눈빛만 봐도 의중을 파악하고 특유의 우직한 성격으로 군말하지 않고 일을 돕는다.

26년동안 스펙이라고는 전무후무한 장그래를 보며 "요새 보기 드문 인재다"라고 반어법을 통해 놀라움을 드러냈지만, 적재적소에서 발군의 활약을 하는 장그래를 보며 점차 마음을 열고 '우리'라고 표현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김대리다. 김대리는 다른 팀에 비해 인력충원이 절실히 필요한 영업3팀에서 일당백 일을 하면서도 오과장을 챙기고, 무시당하는 장그래를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며 '워너비 대리'로 통하고 있다.

▲ '강대리'의 이유있는 장백기 길들이기

엘리트 신입사원 장백기(강하늘)의 직속 상관인 강해준 대리, 일명 강대리(오민석)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철두철미한 업무태도를 보이고 있다. 눈치백단 시청자들은 장백기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라는 것을 찾아냈고, 이에 강대리가 자격지심에 그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생'의 애청자라면 알 수 있다. 강대리는 장백기의 오만함을 스스로 깨닫고 기본부터 충실하게 해나가길 바라고 있었다. "왜 내게 일을 주지 않는거냐"라고 항의하는 장백기에게 강대리는 "회사의 기본서식을 제대로 훑어봐야할 기간"이라고 말했지만 장백기가 그에게 내민 것은 자신의 기량을 뽐낼 제안서였다.

이에 강대리는 장백기에게 분명 충분한 시간을 줬지만 엘리트사원이라는 칭찬 속에 갇혀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다. 외부에서 장백기에게 전화를 건 강대리는 마치 제안서를 보고 있는 듯 장백기가 빠트린 것들을 체크하며 회사 서식에 맞게 다시 쓸 것을 제안했다. 이어 헤드헌터를 통해 회사를 그만두려 했던 장백기에게 "내일 봅시다"라고 인사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장백기는 강대리의 조언을 통해 자신이 부족했던 점을 비로소 깨닫게 됐다.

▲ '하대리', 악역이라 하기엔 억울하다

박과장(김희원)만큼이나 '미생'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는 인물은 하성준 대리, 하대리(전석호)다. 신입사원 안영이의 직속상관이자 상사들도 가끔 두려워하는 인물로, 후배로 들어온 안영이를 지독히도 무시하고 괴롭힌다.

하지만 하대리는 그동안 여자상사와 줄곧 일하면서 여자들에게 노이로제가 걸렸다. 특히 자원팀은 길게는 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를 하는 팀으로, "여자들은 중간에 나간다, 고로 방해요소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의욕이 앞선 안영이의 등장은 전혀 반가울 것이 없었다.

이에 안영이를 대놓고 자신의 부하처럼 활용하는 것도 모자라 폭언도 불사한다. 하지만 지난 10회에서 그는 팀원 모두의 허드렛일을 하는 게 당연시된 안영이를 보며 답답해했고, 특히 트럭 파업에 묵묵히 자신이 일을 완수하려는 안영이의 모습을 뒤늦게 알고 소리치며 "급한 거 아니니까 당장 회사로 와라"고 말해 점차 안영이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 후배는 봉? 한석율 이용하는 '성대리'

'미생'에서 마부장(손종학)만큼이나 시청자들의 매를 부르는 캐릭터는 어찌보면 성준식 대리, 성대리일지도 모른다. 10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성대리는 개벽이로 통한 '미생'의 분위기메이커 한석율을 분노하게 한 섬유1팀 대리로, 그를 이용하며 봉처럼 막 부린다.

한석율은 "이건 아니지 말입니다"라며 그에게 곧바로 대꾸했지만 성대리는 "너는 날 어떻게 생각하는거냐. 내가 내 일을 후배에게 떠넘기는 사람으로 보이느냐"라고 크게 맞받아쳐 한석율의 어깨를 더욱 축 처지게 했다. 자신의 가치관을 후배에게 관철시키려는 성대리는 어느 회사에서나 있을 법한 인물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회사에서 대리는 부장, 과장의 밑이면서 사원보다 윗사람으로 사원들의 행동을 책임지면서도 자신의 성과를 내야하는 인물이다. 날개를 펴기위해 야근은 있되 칼퇴는 없는 대리(代理)들의 고군분투, 어쩌면 '미생'의 진짜 미생(未生)일지 모른다.

한편 '미생'은 매주 금, 토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배우 김대명 오민석 태인호 전석호(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 tvN 방송 화면 캡처]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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