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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배우 김상경 하면 '진지함'이 먼저 떠오른다. 근엄한 표정과 목소리, 언제나 무게를 잡고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다. 이것이 김상경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현재 방송중인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를 보면 김상경이 맞나 싶다. 또 하나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속 김상경이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속 김상경은 조금 생소하지만 즐겁다. 정감이 넘치고 '저런 아빠가 있었으면' 싶을 정도로 참 좋다. 사실 '가족끼리 왜 이래'보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의 김상경이 조금은 더 편안하다. 큰 다른 점은 없다. 시기상의 문제였다. 먼저 코믹한 모습을 보여준 터라 영화 속에서는 좀 더 편하게 다가왔다.
김상경은 자신의 이런 변화에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단다. 긴장도 했다. 연기 경력이 10년이 훌쩍 넘은 배우였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는 긴장과 걱정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 수많은 세월동안 보지 않았던 댓글도 봤다. 그만큼 반응이 신경이 쓰였다는 것이다. 그는 "귀요미, 졸귀(많이 귀엽다는 의미) 등의 댓글이 달려 있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팬들은 내 이런 모습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사실 김상경의 이런 유쾌한 성격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다만 "세종대왕 역을 하면서 진지한 연기의 정점을 찍었던 지라" 이미지가 그랬을 뿐이다. 그의 유쾌한 모습에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평소 성격에서 비롯됐고, 살아가는 방법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한 번 지나치는 사람이라도 나로 인해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고, 나로 인해 하루가 유쾌했으면 좋겠다. 내 성격중 하나가 이런 면이 있는데 언젠가 작품으로 보여줄 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시나리오가 왔고, 마음에 들었다. 나의 유쾌한 부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김상경의 유쾌한 부분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듯 했다. 농담을 잘하는 아버지. 사소한 것 까지 아버지를 따라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한다고. "아버지가 농담을 잘 하셨다. 어렸을 때 목욕탕에 가서 '어~'하는 소리를 내셨다. 그때는 왜 그러는지 몰랐고 창피했는데, 지금은 내가 그러고 있더라. 지금은 컨디션이 좋지 않으신데, 컨디션이 좋으실 땐 어김없이 농담을 하신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김상경은 10년차 부부를 연기했다. 이제 결혼 7~8년차인 김상경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10년차 부부를 연기 했을까. 사실 7년차와 10년차가 많이 다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누군가는 말한다. 10년차 부부에겐 비슷해 보이겠지만, 7년차 부부에겐 10년차는 미지의 세계라고.
김상경의 경우에는 주변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단다. "친구들이나 형들, 동생들 등 결혼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 결혼생활과는 조금 다르다. 선배들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지겹거나 그렇지 않다. 배우라는 직업 특성이 있는 것 같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기도 해서 적절하게 안배가 되는 것 같다. 아내와 낮술을 마시기도 한다. 그래서 10년차 부부를 표현할 때는 주변의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됐다." 김상경의 말을 듣고 있자니 평범한 7년차의 부부 역시 김상경에게는 미지의 세계 같았다.
이런 미지의 세계를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함께 호흡을 맞출 배우도 중요했다. 문정희였다. 문정희라서 좋았단다. "아내 역에 문정희가 됐다고 했을 때 정말 좋았다"고 했다. 10년차 부부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편안해 보이는 호흡이었다. 호흡이 정말 잘 맞았고,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사이 같았다고.
반대로 10년째 백수는 공감했다. 많은 배우들이 이렇게 말한다. "배우도 일이 없을 땐 백수"라고. 총각시절 김상경은 한 달이 넘도록 집에서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쉴 때는 배우가 모든 스케줄을 정리한다. 밥 먹고 낮잠 자고 운동하고 낮잠 자고, 책을 읽다가도 자고, 누군가와 술을 한잔하고. 듣다보니 딱 백수였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그렇다면 집에서는 어떤 아빠일까. 영화 속 태만의 모습 상당부분이 실제 김상경의 모습이라고 했다. 아빠 대행을 하면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모습은 실제 김상경의 모습과 동일했다. 나이가 돼도 장난꾸러기 아빠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의 아이가 현재 김상경의 나이가 돼도, 본인이 60살이 돼도 그렇게 놀아주고 싶은 게 소망이라고 했다. "아들이 결혼할 때 는 꼭 이벤트를 해 줄 것이다"는 다짐에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김상경은 곧 태만이었다.
김상경은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를 찍으면서 정말 편안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아빠가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영화 속에서 아빠 렌탈 사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사연을 만난다. 아빠의 부제로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부터 미혼모 등 말이다. 촬영을 하면서도 느꼈다. "아바가 필요한 사람이 많구나."
"영화가 코미디니까 호흡이 코믹으로 가 있었다. 원래 유쾌해서 한없이 즐겁다. 작품에 따라 많이 간다. 항상 재밌으니까, 보육원신도 얼마나 웃길까 하고 갔다. 화장실에 가려고 건물에 들어갔다. 화장실에 가면서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을 마추졌다. 그 정도 아이들이 되면 배우네 하면서 사진을 찍고 한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피하더라. 아버지가 필요한, 부재인 사람들에게는 장난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웃으면서 재밌게 찍었지만, 그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가 얼마나 애달프겠는가. 웃긴 장면을 보면서도 울 것 같다."
김상경의 러브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배우생활을 하는 도중에 결혼을 했고, 결혼은 '배우 김상경'에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아버지 역할을 할 때는 '전혀 다른 감정'이 느껴졌고, 원래도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길 원했는데, 결혼 후 아이가 생기고 그 마음이 더욱 커졌단다. "아이를 위해 좋은 아빠고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에게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을 못하게 된다"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면서도 힘든 말이었다. 그렇게 김상경의 인터뷰를 마쳤다.
[배우 김상경,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스틸컷.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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