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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송은범이 자체 홍백전 첫 등판으로 베일을 벗었다. 지난달 15일 1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고치로 출국했으나 바로 다음날(1월 16일) 종아리 통증으로 재활조가 훈련 중인 오키나와행을 통보받았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박상열 투수코치, 홍남일 트레이닝코치와 함께 혹독한 훈련을 소화했고, 지난달 29일 고치에 재합류했다. 그리고 정확히 12일 만인 지난 10일 처음으로 홍백전에 등판했다.
결과는 3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 11명의 타자를 맞아 39구를 던졌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7개. 아웃카운트는 삼진 4개와 땅볼 3개(병살타 1), 뜬공(유격수) 하나였다. 외야로 나간 타구가 하나도 없었다. 박노민과 황선일에 내준 안타는 각각 유격수, 2루수 방면 내야안타였다. 기록만 놓고 보면 올해 첫 실전 등판치곤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하다.
이날 송은범의 최고 구속은 148km. KIA에서 뛰던 지난해 2월 오키나와 홍백전서 나온 최고 구속이 143km였는데, 이보다 5km가 빠르다. 아열대 기후로 따뜻한 오키나와보다 쌀쌀한 고치에서 나온 구속이라 의미가 크다. 전지훈련 출국 전 "죽으러 갑니다"라며 비장함을 드러냈던 송은범이다. 가장 좋았던 SK 와이번스 시절 함께했던 김성근 감독과의 재회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송은범에게 올 시즌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는 지난해 12월 2일 한화와 4년 총액 34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2013년 5월 SK 와이번스에서 KIA 타이거즈로 옮긴 뒤 2년간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KIA에서 2시즌 동안 남긴 성적은 5승 15패 평균자책점 7.33으로 초라했다. 제구가 흔들리면서 위력을 잃은 탓이었다.
김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투수진 육성에 특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임 직후부터 마운드 강화를 천명했고, 외부 FA 3인방을 품에 안으며 본격 재건 작업에 돌입했다. 젊은 투수들을 조련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매의 눈으로 투수들의 폼 하나하나를 관찰한다. 송은범도 김 감독의 잠자리눈을 피해갈 수 없다.
2003년 SK에 1차 지명을 받은 송은범은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2006년까지 101경기에서 13승 13패 4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5.44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 SK 사령탑으로 부임한 첫해인 2007년 24경기에 등판, 6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3.01로 두각을 나타냈고, 이후 2011년까지 꾸준히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특히 2009년 12승 3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하며 생애 첫 두자릿수 승리와 함께 전성시대를 열었고, 이후 2년간 보직을 가리지 않고 희생하며 8승 5패 8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30(2010년), 8승 8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3.43(2011년)을 기록, 리그 정상급 우완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김 감독과 함께한 5시즌 중 3차례나 통합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2011시즌 중반 김 감독의 사퇴 이후에도 SK 마운드의 중심축이었다. 아직 많은 이들이 송은범을 위력적인 투수로 기억하는 이유다.
김 감독은 "가장 이상적인 건 배영수와 송은범이 선발로 자리 잡는 것"이라고 했다. 한화는 지난 2011년 이후 단 한 번도 한 시즌 10승을 올린 투수가 없었고,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은 6.35로 프로 출범 원년인 1982년 삼미 슈퍼스타스(당시 6.23)를 넘어 역대 최악. 지난해 최다승 투수는 7승을 올린 이태양과 윤규진이었다. 그만큼 한화는 투수 한 명이 절실했다. 우승 경험까지 갖춘 송은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설명이 필요 없다.
일단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정식 경기는 아니지만 김 감독과 재회한 이후 첫 실전서 호투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1984년생인 송은범은 한국 나이 32세로 아직 한창 좋은 공을 던질 나이다. 이제 좋은 감각을 정규시즌까지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감독님께 내 몸을 맡기겠다. 감독님께서 나를 10번 내보내면 8~9번은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의욕을 보인 송은범의 올 시즌이 기대된다.
[한화 이글스 송은범이 홍백전서 투구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입단식 당시 송은범이 김성근 감독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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