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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주 김진성 기자] “다음에 봐요.”
11일 전주체육관. KCC가 허재 감독이 사퇴한 뒤 오리온스를 상대로 첫 경기를 치렀다. 경기 전 KCC 라커룸은 어색함이 흘렀다. 추승균 감독대행과 얘기를 나누던 도중, 최형길 단장이 들어왔다. 최 단장이 들어오면서 라커룸 분위기도 많이 풀렸다. 최 단장은 담담히 허 감독의 자진사퇴 순간을 떠올렸다.
추 감독대행은 “LG전 끝나고 9일 용인(숙소)에서 단장님과 감독님에게 소식을 처음으로 들었다. 오리온스전 비디오 분석 중이었다. 감독님이 그렇게 떠나실 것인지는 전혀 몰랐다”라고 했다. 그러나 최형길 단장은 “허 감독이 많이 힘들어했다. 시즌 도중 ‘승균이에게 (감독)연습 한번 시켜줘야지’라고 한 적은 있다”라고 털어놨다.
많이 꼬였다. 비 시즌 김민구의 교통사고를 시작으로 김태술의 저조한 컨디션 문제, 하승진의 여전한 약점(트랜지션, 좁은 수비범위)과 불의의 부상, 타일러 윌커슨과 국내선수들의 부조화 등 악재가 곳곳에서 터졌다. 자연스럽게 조직력 약화로 이어졌다. 지난 두 시즌 연속 나쁜 성적을 감수했던 건 하승진이 돌아오는 올 시즌에 승부수를 던진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게 빗나갔다.
결국 KCC는 추락했다. 허 감독은 9일 사퇴결심을 내렸다. 최 단장은 “처음엔 엄청 말렸다. 하지만, 소용 없더라”고 했다. 허 감독은 본래 한번 결심을 내리면 좀처럼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허 감독과 절친한 최 단장도 말리지 못했다. 최 단장은 “그만둔다고 하고 곧바로 떠났다. ‘나중에 봐요’라고 했다”라고 했다.
최 단장은 허 감독과 함께 KCC에 왔다. 그만큼 각별한 관계다. 그런 최 단장은 아직 허 감독과 제대로 된 송별회를 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한번도 연락하지 못했다. 전화기도 꺼놓은 것 같더라”고 했다. 이어 “허 감독 성격상 한 30일 정도는 연락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좀 쉬어야지”라고 했다.
“다음에 봐요”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떠난 허 감독. 최측근 최 단장은 허 감독은 “천성이 쿨한 사람”이라고 했다. 쿨하게 떠난 허 감독. 분명한 건, 올 시즌 허 감독의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점이다. 허 감독이 최 단장, 그리고 농구계와 다시 언제 만날까. 당분간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허재 전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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