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김진성 기자] “좀 애매하다.”
삼성의 올 시즌 히트상품은 누구일까. 정규시즌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스프링캠프지에선 단연 구자욱이다. 잘 생긴 얼굴로 주목을 받았지만, 성실하게 훈련하는 자세로 코칭스태프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구자욱은 24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볼파크에서 진행된 오전 훈련도 충실히 소화했다. 김한수 타격코치와 함께 높은 공에 대처하는 연습에 집중했다. 대선배 이승엽과 한조에 묶여 수비훈련을 받았다.
그런 구자욱을 바라보는 류중일 감독의 심정은 어떨까. 아카마볼파크에서 만난 류 감독은 “너무 띄워준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라고 웃었다. 구자욱에게 기대할 수 있는 실질적 기대치와,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는 뉘앙스.
▲구자욱의 경쟁력과 기대치
구자욱은 대구고를 졸업한 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그럼에도 아직 만 22세. 어린 나이 그 자체가 경쟁력이자 무기. 그만큼 많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있다는 의미. 재능은 확실히 있다. 지난해 상무에서 타율 0.357을 찍었다.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아무리 1군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퓨처스리그라고 해도, 수위타자에 오른 건 간과할 일은 아니다. 류 감독도 이 대목을 높게 평가해 스프링캠프에 구자욱을 데려왔다고 봐도 된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도 나름대로 괜찮다. 적시타, 2루타 등을 곧잘 쳐낸다. 14일 주니치전서는 비거리 120m 우월 만루포를 날렸다. 중거리타자로서 정확성까지 겸비했다는 평가. 구자욱에 대한 주위의 기대치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무릎 부상을 입은 채태인, 잔부상이 있는 박석민의 뒤를 잘 받칠 것이라는 기대감. 여기에 잘 생긴 외모와 성실성까지. 스타가 될 자질을 완벽하게 갖췄다.
▲류중일 감독의 냉정한 시선
하지만, 류 감독은 현실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몰론 타격에 재능은 있다. 그러나 이승엽, 채태인 정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슈퍼스타 이승엽, 현실적으로 당장 포지션 경쟁을 해야 할 1루수 채태인이 만 22세 시절엔 구자욱보다 훨씬 더 잘 쳤다는 게 류 감독의 현실적이고 냉정한 지적.
내야는 물론, 외야까지 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해서도 고개를 내저었다. 류 감독은 “연습경기서 외야에 한 번 내보내봤다. 아직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지금은 그냥 공이 날아오면 잡는 수준”이라고 했다. 심지어 “나도 지금 외야에 나가면 평범한 플라이는 잡을 수 있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외야 수비 경험이 적어서 시야가 좁다. 외야수는 시야가 넓어야 한다. 좌우중간으로 날아가는 타구에 대한 콜 플레이, 펜스 플레이, 타구 판단 등을 종합적으로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시즌 중 1군 경기에 주전급 외야수로 활용하기엔 무리라는 지적.
▲딜레마
류 감독의 구자욱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한다. 외야수로 활용하기 어렵다면, 결국 내야수로 활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주전 지명타자로 쓸 정도로 어마어마한 타격재능을 지닌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삼성 내야에는 빈 자리가 없다. 지난해 12월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중인 1루수 채태인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류 감독은 “쉽지는 않다”라고 했다. 타격과 수비를 종합적으로 평가 및 비교하면 구자욱이 채태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 본래 전공인 3루도 여의치 않다. 박석민이라는 거대한 산이 있다. 류 감독이 애당초 구자욱을 1루수 혹은 외야수 활용을 검토한 건 기본적으로 구자욱이 박석민과의 경쟁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조건이 깔려있었기 때문.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구자욱이 1군 레귤러 멤버로 뛰기가 여러모로 쉽진 않다. 류 감독 역시 “좀 애매하다”라고 했다. 이어 “아직 지켜봐야 한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류 감독은 구자욱을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시켰다. 심지어 경기 도중 교체하지도 않았다. 그는 “지금 구자욱이 많이 힘들 것이다. 그렇게 힘든 것도 겪어봐야 한다. 힘들면 힘든대로 해봐야 한다”라고 했다. 딜레마에 봉착했지만, 구자욱 활용법을 어떻게든 찾겠다는 게 류 감독 속내다.
[구자욱. 사진 = 일본 오키나와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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