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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본격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배우 박민영은 어느덧 올해로 배우 생활 9년차에 접어들었다. 앳된 외모는 그대로였지만 마음가짐은 자신의 키를 훌쩍 넘겨 자라 있었다. 시트콤의 인기 덕에 덩달아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며 순탄한 앞날이 예고됐지만, 정작 그녀의 마음 속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KBS 2TV 월화드라마 '힐러'(극본 송지나 연출 이정섭 김진우)에서 똘끼충만 인터넷 신문 기자 채영신 역으로 열연한 박민영이 오랜만에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섰다. 박민영이 극중 연기한 채영신은 당차면서도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던 캐릭터였다. 박민영은 그런 채영신의 매력을 극대화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 배경에는 그녀의 남다른 노력이 한 몫 했다.
"저에게는 차마 버릴 수 없어서 미련하게 붙잡고 있는 어떤 욕심이 있었어요. 그 고집을 이번에 버려봤죠. 여배우라면 예뻐보이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욕심을 버린거예요. 채영신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헤어스타일과 의상에 변화를 줬어요. 사실 훌륭한 배우라면 그런 인위적인 변화 없이도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드는데, 아직 저는 그런 게 부족해요. 그래서 그런 하드웨어적인 변화를 통해 도움을 받으려 했죠."
채영신은 열정적인 연예부 기자라는 직업에 홀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는 특징을 지녔다. 그래서 박민영은 채영신에게 여성스러움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바쁘게 사는 아이이기 때문에 머리를 손질할 시간도 없다고 봤다. 결국 머리를 거칠게 커트하고, 가볍게 파마를 하는 것으로 헤어스타일을 완성했다. 화려한 색조 메이크업도 생략했다. 여기에 파운데이션 없이 오로지 비비크림만 바르기도 했다. 그러자 재밌는 반응이 쏟아졌다.
"관련 게시판에 '전에는 (박민영의) 외모가 저렇게 못생긴 줄 몰랐다'는 반응이 있더라고요. 그런 반응을 보고 있으니 재밌었죠. 사실 못생겨보이는 건 포기를 하고 카메라 앵글도 거의 신경을 안 썼어요. 땀에 메이크업이 지워져도 상관 안 했죠. 진짜 편하게 놀아 봤어요. 온 몸에 힘을 빼고 해보니까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 욕심이라는 놈을 하나 버리고 나니까 자유로웠어요. 결정적으로 채영신의 옷도 정말 편했죠."
덕분에 박민영은 '힐러'를 통해 본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전작들에서는 다소 어두운 면들이 부각됐다면 '힐러'에서는 굉장히 밝은 모습들이 두드러졌다. 스스로도 "흥이 많다"고 밝힐 정도로 밝았던 그녀의 성격은 채영신으로 표출됐다. 특히 함께 호흡을 맞췄던 스태프들도 이미 전작에서 맺은 인연들이었기에 현장에서도 편하게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 송지나 작가는 그런 박민영을 보고 "이렇게 풀어질 수 있는 아이가..."라며 놀랐다는 후문이다.
"저는 지금까지 겁이 많아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힐러'를 통해 제 껍질을 벗고 나온 느낌이 들었어요. 완전히 틀을 깨버리고 선을 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용기가 생겼어요. '상또라이'나 완전 푼수 백치미 가득한 캐릭터도 재밌을 것 같아요. 도전 의지가 생겼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에게 이번 작품은 참 의미가 깊어요."
2012년 MBC 드라마 '닥터 진'을 마지막으로 약 2년여에 걸친 공백기간을 가진 박민영은 지난해 MBC '개과천선'으로 복귀해 KBS 2TV '힐러'까지 연이어 캐스팅 돼 쉴 틈 없는 행보를 이어왔다. 제법 힘에 부칠법도 했지만, 박민영의 얼굴은 꽤나 밝아 있었다. 표정은 아직도 작품에 대한 갈증을 말하는 듯 보였다. 도대체 그 긴 공백기간 박민영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닥터진'까지 한 5작품 정도를 쉬지 않고 연속으로 했던 것 같아요. 사실 '닥터진' 때는 거의 체력이 바닥 나 있는 느낌이 들었죠. 그러다보니 왠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찍으면서 힘들기도 했고. 그래서 일단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몇 달을 쉬었는데, 마침 소속사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됐죠. 그 다음에 반년 가까이 소속사 없이 있었어요. 남은 스케줄들은 혼자 운전해서 다니기도 했고요. 그렇게 또 반년을 보내다 다시 연기가 하고 싶어서 알아보던 중 지금의 회사를 만났어요."
박민영은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 다시 연기를 시작할 때까지 비워내는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상황이 여의치 않아 쉰 것도 있었지만, 조급함과 압박을 느끼고 있던 터라 그녀는 휴식을 원했다. 그런 상태에서는 어떤 작품을 만나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런저런 잡념들을 떨쳐내기 위해 박민영은 여행을 떠났다. 여행 후 박민영은 문득 다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시점에 만난 작품이 '개과천선'이었다.
"'개과천선'은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이 출연하신다는 사실에 출연을 결심했어요. 제가 오래 쉬었기 때문에 그 선배님들을 통해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아니나 다를까 그 분들이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고 반성도 많이 했어요. 김명민 선배님은 '연기 갈증이 날 때는 쉬지 말고 곧바로 작품에서 푸는 게 좋다'는 조언을 해주셨는데, 그 조언 덕에 바로 '힐러' 출연을 결심할 수 있었죠. 그리고 실제로 '힐러'를 통해 제 안에 쌓인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었어요. 지금처럼 연기가 재밌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올해로 나이가 '서른'이 된 것 아니냐고 말하자, 박민영은 갑자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양 팔을 '엑스'자로 휘휘 저으며 "아직 어린 배우라고 해주시면 안돼요?"라고 소리쳤다. 깜짝 놀란 기자에게 박민영은 "나는 '서른즈음에'가 와닿지 않는다. 갑자기 서른이 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 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욕심을 버린 그녀였지만, 아직 나이에 대한 욕심은 버리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배우 박민영. 사진 = 문화창고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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