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KBL은 외국선수상을 부활했다.
폐지된 2011-2012시즌부터 끊임없는 논란이 있었다. 기자단 투표로 선정하는 MVP는 항상 국내선수들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프로농구 특성상 외국선수 비중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여전히 승부처에서 외국인 에이스에 대한 의존도는 높다. 그럼에도 KBL은 외국선수들에게 아무런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 외국선수상 폐지에 대한 여론은 싸늘했다.
그런 점에서 KBL의 외국선수상 전격 부활은 의미가 있다. 시즌 막판 비디오판독 확대 도입에 이어 환영할만한 조치. 세부적인 부분에서 KBL이 여론에 눈과 귀를 조금씩 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앞으로 KBL에서 뛸 외국인선수들에겐 외국선수상 부활로 건전한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1순위 라틀리프
외국인선수상 1순위는 단연 리카르도 라틀리프(모비스). 단순히 라틀리프가 모비스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기 때문에 높게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 실질적인 팀 공헌도와 파괴력 모두 국내, 외국선수 통틀어 KBL 최정상급. 올 시즌 강력한 MVP 후보로 꼽히는 양동근(모비스)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KBL이 외국선수상을 갑작스럽게 부활한 것도 라틀리프에 대한 여론을 의식했다고 봐야 한다.
라틀리프는 올 시즌 평균 28분52초간 20.1점(2위), 9.98리바운드(1위), 1.7블록슛(2위), 야투성공률65.6%(1위)를 기록했다. 기록에 압도적인 골밑 장악력이 나온다. 올 시즌 좋은 활약을 선보인 대부분 외국선수는 실질적으로 3~4번을 오가는 포워드. 이런 유형은 화려할 순 있어도 실질적인 팀 공헌도는 정통 빅맨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라틀리프는 단 2m의 키로 압도적인 골밑 장악력을 뽐냈다. 리바운드 위치선정이 뛰어나고, 타고난 힘도 좋다. 1대1 수비력도 좋다. 2년 전 모비스 입단 당시만 해도 골밑 공격 테크닉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지금도 투박한 부분은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골밑 공격 기술은 상당히 좋아졌다.
올 시즌 특히 달라진 부분은 중거리슛. 유재학 감독의 충고로 완벽하게 장착했다. 중거리슛 비중이 높아졌음에도 야투성공률 1위를 차지한 건 의미가 있다. 여기에 특유의 빠른 공수전환은 라틀리프의 경쟁력을 올려주는 최고의 무기. 라틀리프와 매치업되는 대부분 외국선수는 라틀리프의 발을 따라가지 못해 어렵게 2점을 넣고 손쉽게 2점을 내준다. 심리적인 타격이 크다. 라틀리프의 빠른 백코트와 속공가담, 양동근의 아웃렛 패스는 모비스의 가장 확률 높은 득점 루트.
▲2% 부족한 후보들
라틀리프만큼 좋은 활약을 펼친 후보들도 있다. 하지만, 라틀리프에 비해 2% 부족했다. 기록과 팀 공헌 모든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평균 22점으로 올 시즌 KBL에서 라틀리프보다 유일하게 많은 득점을 올린 데이본 제퍼슨(LG)은 라틀리프보다 화려해도, 실질적 공헌도는 라틀리프보다 높지 않았다. 제퍼슨은 시즌 초반 몸을 전혀 만들어오지 않았다. 팔꿈치 부상이란 악재도 있었다. 제퍼슨이 시즌 막판 LG의 11연승, 6연승을 이끈 건 분명한 사실. 제퍼슨이 없었다면 LG의 6강 플레이오프 안착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제퍼슨의 미미한 존재감은 LG의 시즌 초, 중반 행보를 어렵게 한 결정적 원인이었다.
애런 헤인즈(SK)는 최장수 외국인선수답게 올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전반적인 임팩트 자체가 압도적인 건 아니었다. 특유의 센스 넘치는 스텝과 돌파력으로 어렵지 않게 점수를 만들었지만, 파워가 좋은 외국인선수에게 약간 밀리는 부분은 있었다. 오리온스 외국인 듀오 트로이 길렌워터, 리오 라이온스의 경우 시즌 중반 이후 한 팀에서 뛰면서 출전 시간을 양분, 개개인의 파괴력과 존재감도 양분됐다. 제퍼슨, 헤인즈, 길렌워터, 라이온스 모두 라틀리프의 꾸준한 팀 공헌에는 2% 부족하다는 평가.
외국선수상 부활로 MVP가 국내선수에게 돌아갈 것이 확실시된다. 외국선수상은 MVP와 마찬가지로 기자단 투표로 선정된다. 라틀리프는 애당초 MVP 후보로도 거론됐다. 그렇다면 올 시즌 외국선수상은 라틀리프가 1순위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라틀리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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