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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안성기는 한국영화의 역사나 다름없다. 배우로 살아온 세월만 58년. 그동안 '바람불어 좋은 날', '만다라', '고래사냥', '기쁜 우리 젊은 날', '투캅스' 등 한국영화사를 관통하는 작품들에 출연했고, 스스로 살아있는 역사가 됐다.
안성기가 다시 한국영화사에 의미 있는 작품으로 돌아왔다. '영원한 현역'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 '화장'이다.
김훈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안성기가 안상무 역을 맡아 한 남자의 심리를 섬세히 표현한다.
그는 단편소설 '화장'을 읽었을 때부터 '영화화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는 전집이 이상문학상 작품집인데, 2004년 '화장'이 대상을 봤을 때 읽어보고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직감했다.
"김훈 작가의 소설은 스타일, 주제, 문체 등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스타일이에요. '화장'도 단편소설이었지만 임팩트가 있죠. 영화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굉장히 예술성이 있으면서도 재미가 있는 영화가 될 텐데'라고 생각했다가 어느 순간 잊어먹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제작사인 명필름 쪽에서 연락이 왔고, 아주 반가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죠."
연기하기 쉬운 작품은 아니었다. 16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안성기지만 "특히 '화장'이 힘들었다"고 말할 정도다. 장례식장, 병원 등에서 촬영이 진행된데다 작품 분위도 무거웠다. 아무리 실제가 아니라지만 그가 감당해야할 삶과 죽음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관념적 이야기들이 연기하기 어려워요. 특히 '화장'은 문학작품이 원작이기 때문에 관념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소설이 발표된지 오래 됐는데도 영화로 만들 수 없었던 게 아닐까요. 그런데 임권택 감독님은 연세도 있으시고, 모든 것을 관조할 수 있는 분이다 보니 잘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안성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전회차를 촬영했다. 보통 주연이라도 전체 촬영일의 70~85%만 촬영하는데 43회 촬영일 중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촬영장으로 향했다. 힘들수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 그래도 일이 많은 편"이라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천상 배우' 안성기였다.
그는 자신이 이처럼 오랜 시간동안 그리고 주연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를 '욕심'에서 찾았다. 연기 외에 욕심이 없어야 마음 편히 연기만 할 수 있기 때문. 영화가 "동반자이자 큰 행복"인 만큼 더 집중하기 위해 욕심을 버리는 작업들을 반복했다.
"이것 자체가 큰 욕심일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는 욕심이 없어야 한다고 봐요. 일 자체에 대한 욕심은 많아야겠지만 일 외적으로 욕심이 많으면 안 되죠. 그럼 내가 편할 수가 없어요. (대인관계, 인기, 명예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의 폭을) 넓혀 놓으면 연기할 때 집중이 안 돼요. 그러니 배우에게 좋은 일이 아니죠."
반평생동안 연기를 하고, 한국 영화사를 장식하는 굵직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한 안성기지만 아직도 그의 꿈은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전 좋은 영화를 하는 게 꿈이에요. (63세 인데) 지금 와서 다른 걸 할 수도 없고. (웃음) 따뜻하면서 감동적인 영화를 하고 싶어요."
[배우 안성기.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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