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젊은 혜진이에겐 일부러 푸시를 했어요.”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 통합 3연패를 달성한 최강 우리은행, 정규시즌 MVP 2연패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거머쥐며 올 시즌 MVP 2관왕에 오른 간판스타 박혜진의 공헌도가 높았다. 위성우 감독은 4차전 직전부터 “그래도 딱 1명만 꼽으라면 혜진이가 정말 잘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위 감독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우리은행은 올 시즌 힘겹게 우승했다. 아시안게임 준비로 밀도 높은 시즌 준비를 하지 못했다. “훈련이 곧 성적”이라고 믿는 위 감독으로선 선수들에게 충분한 훈련을 시킬 환경이 되지 않았다. 본인도 대표팀에 다녀오느라 팀을 오랫동안 비웠다. 주전선수들 모두 대표팀 일정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시즌에 돌입했다. 그래서 위 감독은 예년보다 선수들에게 강한 훈련을 지시하지 않았다.
▲강력한 푸시
시즌 도중 우리은행 선수들 입에서 “감독님이 부드러워졌다”라는 식의 코멘트가 수 차례 나왔다. 실제 위 감독은 확실히 예년보다 선수들을 덜 다그쳤다. 지친 선수들을 격려했다. 물론 통합 2연패 이후 우리은행에 위 감독 농구가 완전히 이식, 상대적으로 위 감독이 잔소리 할 부분이 줄어든 것도 사실.
그러나 위 감독은 박혜진에게만큼은 예외였다. 그는 “영희는 나이도 있고 해서 푸시를 하니 힘들어 하더라. 하지만, 혜진이는 한창 뛸 때다. 혜진이가 힘들어하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푸시를 했다”라고 털어놨다. 위 감독이 말하는 ‘푸시’는 선수를 강하게 다그치면서 농구의 세밀함과 완벽함의 극대화를 요구하는 것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박혜진은 챔피언결정 1~3차전서 풀타임 활약을 했고, 4차전서 처음으로 경기 중 휴식을 취했다. 철저히 체력안배를 시켜준 다른 선수들과 박혜진의 기용방법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대성공. 위 감독은 “나도 놀랐다. 혜진이가 그걸 극복하고 이겨내더라. 한 단계 올라섰다”라고 했다. 박혜진은 “4차전서는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고 힘들었다. 하지만, 3차전까진 전혀 힘들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마치 마라톤 선수가 사점을 넘으면 더 좋은 기록을 내는 것처럼 박혜진도 극한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보면 된다. 올 시즌을 통해 극한의 상황을 버텨내는 박혜진의 경쟁력은 더 올라갔다.
박혜진은 정규시즌 MVP에 선정된 뒤 “솔직히 작년에는 될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올해는 전혀 몰랐다”라고 했다. 실제 올 시즌 박혜진의 활약은 지난 시즌에 비해 임팩트가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2013-2014시즌은 박혜진이 잠재력을 터트리면서 크게 치고 올라온 시즌이었다면, 올 시즌은 지난 시즌의 장점을 공고히 유지한 채, 경기력의 세련미가 붙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농구관계자는 “혜진이는 지난 시즌이나 올 시즌 여전히 좋았다. 다만 13-14시즌 워낙 확 튀어 올라서 올 시즌 성적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정확한 지적.
현재 박혜진은 완성형 가드로 성장했다. 외곽에서 공을 잡은 뒤 슛과 돌파 모두 완벽하게 구사 가능하다. 특유의 곧고 빠른 릴리스를 자랑하는 원 핸드 3점슛과 178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빠른 돌파력은 매우 위협적이다. 박혜진은 올 시즌을 기점으로 1대1로 막기가 쉽지 않은 선수 반열에 올랐다. 흔히 말하는 ‘붙으면 파고, 떨어지면 쏘는’ 농구의 정석에 완벽히 눈을 떴다. 그런 활약을 박빙의 승부처에서 냉정하게 해낸다. 또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다. 절제된 슛 셀렉션과 효율성 높은 농구를 추구한다. 챔피언결정전서도 흐름이 우리은행으로 이동할 땐 대부분 박혜진의 득점이 있었다. 여기에 위 감독의 푸시로 체력이 향상되면서 수비력 역시 향상됐다.
▲위성우 감독 기대와 완벽주의
위 감독은 왜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박혜진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고, 또 왜 극한의 상황에서 푸시를 했을까. 위 감독 특유의 완벽주의와 박혜진을 향한 남다른 기대와 믿음이 섞여있다. 박혜진이 애당초 될성부른 떡잎인 건 분명한 사실. 하지만, 위 감독의 눈엔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박혜진은 “아직 수비 로테이션을 할 때 제대로 하지 못해 혼이 난다”라고 했다. 실제로 조직적인 수비 이해도 향상은 박혜진의 남은 과제.
위 감독은 “내 눈엔 선수들에게 부족한 것 천지다. 외곽수비 로테이션은 물론, 기본적인 맨투맨 수비를 하지 못하는 선수도 많다. 기본기를 다듬어야 할 선수들도 보인다”라고 했다. 박혜진도 예외일 수 없다. 박혜진이 너무나도 잘 하고 있지만, 위 감독은 박혜진이 계속 더 많이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 박혜진의 폭풍성장 속엔 위 감독 특유의 완벽주의가 녹아있다.
또 하나. 그만큼 박혜진에 대한 위 감독의 기대가 남다르다. 위 감독은 “혜진이가 단순히 우리은행을 대표하는 선수로 남아주길 바라지 않는다.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가드로 성장해야 한다. 여자농구가 세대교체가 돼야 하는데, 혜진이가 선봉장을 맡아야 한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박혜진이 우리은행 에이스를 넘어 한국 여자농구를 이끄는 특급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이 있고, 그렇게 돼야 한다는 것. 그런 기대감이 깔려있기 때문에 위 감독은 박혜진을 유독 엄하게 대하고, 다른 선수보다 더 많은 걸 요구한다. 이유 없는 푸시는 없다.
위 감독의 박혜진 강하게 키우기는 우리은행의 통합 3연패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최근 1~2시즌을 통해 우리은행 특급가드로 거듭난 박혜진이 한국 여자농구 에이스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박혜진.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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