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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원초적인 웃음이 제대로 통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 코너 '배우고 싶어요'에서는 우스꽝스러운 목소리와 행동이 반복 개그를 만나 시청자들을 '빵' 터뜨렸다. 엉성한데 중독성이 있다. 생각 없이 웃다 보면 어느새 "테니스가 배우고 싶어요. 테테레데데데. 테니스. 스파이크 강서브 리시브. 테니스. 티 이 엔엔 아이 에에스. 퉤뉘스!"를 함께 외치게 된다.
인기도 높아졌다. 유행어에 맞춰 음원까지 나왔다. '초통령'이라 불려도 무방할 만큼 어린이들을 사로 잡았다. 10~20대 사랑도 만만치 않다. 술자리 게임에선 '배우고 싶어요' 유행어가 담긴 노래까지 흘러 나온단다.
지난 27일 '웃찾사' 녹화 전 마이데일리와 만난 안시우, 이수한, 이융성은 "이게 무슨 일이냐.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요즘 진짜 기분이 좋다"며 인기에 놀라워 하고 있었다. 일요일 밤으로 편성이 변경 되면서 인기 코너를 이끄는 이들의 책임감은 더 커져 있었다.
안시우는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너무 없다가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이 아직도 신기할 따름이다.
"예전에 '웃찾사'라는 프로그램이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에 비해 시청자에게 주목을 받지 못했잖아요. 요즘 '재미있어졌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예전보다는 많은 분들이 '웃찾사'를 시청해주시는 것 같아요. 예전보다는 사람들이 저희를 호감으로 봐주세요. 예전엔 '웃찾사' 하면 보지도 않고 '재미 없잖아' 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재미있다'는 말도 많이 듣고 안 좋아하는 분들까지도 좋아해 주시니까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요."(안시우)
이수한은 "우리 팀 자체가 팬층 연령대부터 나뉘어진다. (안)시우는 10~20대들이 좋아하고 나는 30~40대. (이)융성 형은 남자들이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수한에게는 족발, 시장 통닭 같은 음식이 봉지에 담겨 선물로 올 정도다. 그는 "단체로 어머니들이 오신 적 있는데 그 분들 중 하나 같다"고 추측했다.
본인들도 예상 못했던 인기를 한순간에 얻게 한 '배우고 싶어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사실 코너 안에 내용이라는 게 없었다. 동네 어눌한 친구가 와서 무작정 테니스가 배우고 싶다고 조르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다 점점 살이 붙었다. '웃찾사'에 선보여지기 전 대학로에서 4주간 공연하며 관객들에게 의외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당시 대학로 공연에서 '배우고 싶어요'를 처음 본 안철호PD는 '저걸 사람들이 볼 때 웃긴 하던데 뭘 잡고 갈까' 싶었지만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테니스~"를 외치고 있더란다. 두번째 볼 때 옆 사람을 때리면서 웃는 관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건 TV에서도 통할 정도로 뭔가 있다는 것이다.
"감독님이 처음에 '이 코너는 모 아니면 백도'라고 하셨어요. 도도 아니었어요. 백도! 정말 날 거였어요. 정말 신기했던 게 대학로 공연장에서 코너 끝날 때 되니까 처음 본 관객들이 다 따라하더라고요. 요즘 운동장에서 어린 아이들이 그렇게 하고 뛰어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제 친구 중에 군대 간 친구가 있는데 20대 초반 군인들도 나와서 따라한대요. 대학가 술집에서도 게임을 하면서 하고 있다더라고요. 수영반 초등부에도 난리가 났대요. '우리 애가 좋아해요', '조카가 좋아해요' 이런 얘기를 많이 듣는걸 보면 확실히 타겟은 어린 친구들인 것 같아요."(안시우)
초통령이 따로 없다. 어린이들, 10~20대를 잡고 가니 트렌드에 맞는 개그가 탄생했다. SNS 역할도 컸다. 일단 4주간 무대에 올리고 추이를 보자고 했던 '배우고 싶어요'는 1회만에 게임이 끝났다. 인터넷에 게재된 첫회 영상은 순식간에 200만뷰가 돌파했다.
"요즘에는 지상파와 케이블의 경계선이 많이 없어졌잖아요. 한발 나아가서 가서 SNS에 퍼지는 동영상 뷰수, 본방송 이런 것도 경계선이 무너졌어요. 휴대폰이 정말 잘 돼있는 거죠. 지하철에서만 봐도 다 휴대폰 하고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배우고 싶어요'는 요즘 문화를 잘 타고 간 느낌이에요. 어떤 내용이 있거나 디테일하게 봐야 웃긴 코너가 아니라 '이게 뭐지?' 해서 보게 되는 공연이니까. 요즘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거죠. 일단 쉽고 내용이 가벼우니까."(안시우)
"SNS 자체가 알려지기 편한 형태잖아요. 한 사람이 보고 공유하면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고."(이수한), "코너별로 나눠서 볼 수 있는 것도 좋죠."(이융성)
안시우의 우스꽝스러운 "배우고 싶어요" 목소리도 한 몫 했다. 처음엔 이 목소리도 아니었고 음도 타지 않았지만 무대에 오르니 방언 터지듯 된 목소리가 관객들 웃음 코드에 딱 들어 맞았다. 유행어로 생각하지 않았던 대사들이 유행어가 됐고 따라해 주는 사람이 많으니 신기할 뿐이다.
가벼운 코너를 이렇게 오래 할 수 있는 것은 '웃찾사'의 시사 개그 코너 'LTE-A 뉴스' 덕분이기도 하다. 안시우는 "'배우고 싶어요'는 '웃찾사'의 'LTE-A 뉴스' 코너가 있기 때문에 나갈 수 있는 코너 같다. 우리 코너만 보면 너무 가벼운데 'LTE-A 뉴스'가 중심을 잘 잡아준다. 이 코너가 없었다면 우리 것 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웃찾사'는 뷔페 같아요. '기묘한 이야기'는 공감이 되고 'LTE-A 뉴스'는 시사를 다루죠. '뿌리없는 나무'는 시사를 조금 넣어요. 근데 저희는 시사를 잘 몰라요.(웃음)"(이수한)
무조건 장난 치고 떠들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내는 팀 분위기도 '배우고 싶어요'를 이끄는 힘이다. 세 사람이 잘 맞아 평소에도 항상 같이 논다. 그러다 보면 게임을 하다가도 아이디어가 나온다. 진지할 땐 또 진지하다.
코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안시우를 향한 이수한, 이융성의 믿음도 단단하다. 이수한은 "일단 시우를 띄우며 해야 한다"고 밝혔고, 이융성은 "시우는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시켜 보면 생각 이상으로 되게 잘 해서 편하다. 알아서 잘 살린다"고 말했다.
"특이하고 신선한건 같이 놀면서 나오더라고요. 그럴 때 나오는 것들이 특이한 느낌이 세죠. 같이 놀면서 개성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 때 아이디어를 짜요. 이제는 제가 왜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 하는지, 이융성이 코치로서 가르쳐 주려 하는 과정의 아이디어도 넣어 보려고 해요. 시합도 하면서 질리지 않도록 다양한 그림을 만들 거예요. 처음에 '무한반복의 재미'로 코너를 설명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몸개그'라고 해요. 이게 제일 어려운 느낌인데 이제 다양한 느낌의 코너 구성을 많이 신경 써서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안시우)
마지막으로 '배우고 싶어요' 팀 세 사람의 개그맨으로서 포부를 들었다.
"개그맨들 사이에선 시청자들이 봤을 때 나오자마자 '저 사람은 재미있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을 '러블리'라고 해요. 이 코너로 어느 정도의 '러블리'가 생긴 것 같은데 이 코너를 바탕으로 훨씬 더 좋은 코너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올해 목표는 저 안시우라는 사람을 봤을 때 '저 사람은 개그맨이다. 재미있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거예요. 돈 많이 버는 것보다 개그맨으로 알아봐 주시는 게 제일 큰 꿈이에요."(안시우)
"'웃찾사' 하기 전까지 대학로 연극판을 돌았어요. 지금까지 비주얼 자체는 웃기게 생겼는데 웃음을 주는 역할보다는 웃음을 주는 사람들을 받쳐주는 역할을 해왔어요. 개그도 다 포지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웃음을 주는 역할이 욕심 나긴 하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받쳐줄 수 있는 코너가 있으면 같이 하고 '웃찾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할 생각이에요.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개그맨이 되고 싶습니다."(이수한)
"개그를 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어디서 보지 못했던 것을 하는 거예요. 이게 되게 어려운데 이런 것들을 많이 하고싶어요. (안)시우랑 하면서도 좋은게 신선한 거예요. 시청자들이 봤을 때 신선한 개그를 하기 위해 더 머리를 싸매고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딱 봐도 '저 사람은 또 무슨 새로운 개그를 들고 왔을까' 생각할 수 있게 계속 새로운 개그를 하는 게 목표입니다."(이융성)
['웃찾사' 이융성, 안시우, 이수한. 사진 = SBS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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