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3월 28일. 박철우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됐다.
SK 와이번스는 개막전 엔트리를 26명으로 구성했다. 개막전 선발 트래비스 밴와트를 제외하고는 선발투수들이 엔트리에 모두 빠졌다. 때문에 엔트리 중 투수는 단 9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7명은 야수.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간 야수들 중에는 SK팬들에게도 익숙치 않은 이름이 두 명 보였다. 박철우와 최정민이 주인공. 두 명 모두 내야수다. 박철우는 동의대를 졸업하고 2014년 신고선수(현 육성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으며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에 지명된 최정민은 상무에서 군 복무를 수행한 뒤 SK에 복귀했다.
이에 대해 김용희 감독은 "잘한다"고 운을 띄운 뒤 "박철우의 경우 수비로는 당장 1군에 와서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체력이나 파워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동기 부여 차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단순히 이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실력이 떨어진다면 올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철우의 행보가 더욱 드라마틱하다. 대학 시절만 하더라도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해 야구를 그만두려고도 했지만 육성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2군에서 안정된 수비 속 85경기에 나서 코칭스태프 눈도장을 찍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퓨처스리그에서조차 주전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당당히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누구나 인정하는 '임시 1군 엔트리'지만 1년 전과는 180도 달라진 상황이 됐다. 김 감독 말처럼 실력이 떨어진다면 올라올 수 없는 곳이 1군 무대다.
단순한 엔트리 등록을 넘어 개막전에도 출장했다. 7회말부터 대수비로 그라운드에 선 것. 자칫 떨릴 법도 했지만 박철우는 이지영의 타구를 어렵지 않게 처리했다. 수비 하나만큼은 기존 1군 선수에 밀리지 않는다는 김용희 감독의 말을 증명했다.
박철우는 타석에도 설 기회가 있었다. 9회초에 주자가 2명 나간다면 데뷔 첫 타석도 경험할 기회가 있었지만 바로 앞에서 멈췄다.
'꿈 같은 하루'를 보낸 박철우는 29일 "이렇게 많은 관중 속에서 뛰어본 것은 처음이다. 좋은 경험이었다"며 "처음 나갈 때는 긴장이 됐다. 그래도 서서히 긴장도 풀리고 재미있었다. 동료들이 격려도 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수비를 중점적으로 연습했다"는 그는 "아직 타격 등에서는 부족한 것 같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SK 내야진은 탄탄한 편이다. 1루수 박정권과 3루수 최정은 붙박이이며 유격수와 2루수 센터라인에도 박진만, 김성현, 박계현, 나주환에 이대수까지 있다. 아직까지 박철우가 넘기 쉽지 않은 벽인 것은 사실. 그래도 박철우는 "선배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자신의 실력 향상이 우선임을 드러냈다.
박철우는 첫 타석에 들어가지 못해 아쉽지 않느냐는 물음에 "다음에 더 기회가 있을테니 특별히 아쉽지는 않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물론 KIA와의 홈 3연전이 시작되면 박철우는 1군 엔트리에서 빠질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끊임없이 발전한 것처럼 계속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개막전에 돌아오지 않은 첫 타석도 머지않아 이뤄질 수 있을 듯 하다.
[SK 박철우.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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