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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위 아래 위위 아래~”
하루에 신곡이 수십곡씩 쏟아지는 요즘 가요계에서 정주행하기도 어려운데, 뒤늦게 관심을 받아 역주행하는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그런데 이 같은 기적을 이뤄낸 가수가 올 상반기에는 두 팀이나 있다. 걸그룹 EXID(이엑스아이디)와 가수 백아연이 그 주인공이다.
EXID의 ‘위아래’는 지난해 8월 발매된 후 조용히 사라지는 듯 했다. 멜론 진입 순위는 88위로, 다소 비참한 성적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곡은 얼마 지나지 않아 100위권 밖으로 ‘광탈’했다. EXID는 지난 2012년 야심차게 데뷔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멤버 교체라는 초강수도 뒀지만 ‘위아래’는 좀처럼 화제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3개월 후 ‘위아래’ 뮤직비디오와 팬이 직접 찍은 영상인 ‘직캠’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11월에는 갑자기 음원 성적도 급상승했다. 100위권 밖으로 떨어져 불운의 명곡이 되는가 싶었는데, 화려하게 차트로 부활한 것이다. 하니를 집중적으로 찍은 직캠 영상 덕이었다.
그렇게 ‘위아래’는 뒤늦은 관심 속에서 12월 말 음원 실시간차트 1위를 찍더니, 곡을 발표한지 3개월만에 다시 음악방송에 출연하게 되는 이례적 행보를 걷게 됐다. 다시 말해 네티즌들의 힘으로 ‘강제 컴백’하게 된 것이다.
EXID를 향한 ‘폭풍 기대’가 쌓이고 쌓여 음악 방송 1위라는 쾌거까지 거뒀다. EXID는 데뷔 1,095일만에 처음으로 1위 트로피를 거머쥔 후 눈물을 펑펑 쏟았다. 기적을 이룬 것에 대한 감격스러움, 긴 무명 시절을 견딘 설움이 담겨 있는 눈물이었다.
EXID의 강제 컴백은 그들의 진가를 확인케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처음엔 하니의 비주얼만이 화제가 됐었지만 이후 솔지의 가창력이 MBC ‘일밤-복면가왕’을 통해 재조명받았고, 래퍼 LE의 작곡, 작사 실력까지 집중 관심을 받게 됐다. 현재 하니는 예능 대세가 됐고, 여러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엄친아’로도 극찬을 받고 있다.
놀라운 점은 EXID의 이런 성공과 주목이 단순한 ‘원 히트 원더’로만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EXID는 지난 4월 새 앨범 ‘AH YEAH’(아예)를 발매했고 이번엔 역주행이 아닌 정주행에 도전했다. 물론 결과는 성공이었다. 각종 음원차트에 1위로 진입했고 또 하나의 히트곡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 EXID의 앞길은 ‘탄탄대로’다.
EXID의 역주행은 ‘직캠’이라는 중요한 매개체가 있었는데, 백아연의 경우는 뚜렷한 계기가 없어 더욱 신기하게 느껴진다. 약 2년간 공백기를 견디며 슬럼프를 겪던 백아연은 자신의 경험담을 가사로 쓴 자작곡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를 지난달 발표했다. 미니나 정규앨범도 아닌 팬서비스 차원의 디지털 싱글이었고 특별한 방송활동 계획도 없었다.
이 가운데 약 3주가 흘렀고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는 네티즌들 사이 입소문을 타더니 단숨에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음원 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던 톱 아이돌 빅뱅, 엑소까지 밀어낸 터라 눈길을 끌었다. 팬들의 폭풍 스트리밍이나 음원 사재기 꼼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팬덤의 영향력이 대형 보이그룹에 비해 약한 솔로 여가수에겐 놀라운 일이었다.
백아연의 역주행 신화는 공감가는 가사의 공이 크다. 지난 1월 썸탔던 남성에게 상처받고 썼다는 이 곡은 “이럴 거면 바래다주었던 그날 밤 넌 나를 안아주지 말았어야지” “혹시나 하며 올린 우리 얘기에 좋아요 누르지 말지 괜히 기대 하게”등의 솔직한 가사가 특징이다. 이 내용은 여성 네티즌들의 공감대를 샀고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및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탔다.
결국 백아연 역시 ‘강제 컴백’했다. 작은 공연장에서 팬들과 가깝게 호흡하는 무대를 가져왔던 백아연은 예정에 없던 음악 방송에 출연해 직접 무대를 선보였고 극찬을 받았다. 현재까지도 엑소, 빅뱅, 씨스타, AOA 등 쟁쟁한 아이돌 가수들의 신곡 속에서 음원차트 상위권 내 순항 중이다. 이 같은 백아연의 성공은 비주얼이나 자질구레한 이슈가 아닌 곡 자체가 주는 감동에서 일어난 것이라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백아연의 행보야 말로 많은 가수들이 배워야 할 ‘모범’이 아닐까.
[EXID, 백아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JYP 엔터테인먼트]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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