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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배우 조수향의 첫 등장은 강렬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후아유-학교2015'(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백상훈 김성윤) 첫 회에서 강소영(조수향)은 친구들의 생일 축하 인사를 온 몸으로 받으며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등장했다. 그러나 소영은 그 환한 미소로 이은비(김소현)에게 다가가 악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그 악행은 이은비가 자살을 하고, 추후 고은별(김소연)이 되어 재회한 후에도 계속됐다. 강소영 캐릭터를 너무 완벽하게 살린 탓에 조수향은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아야 했다.
조수향도 처음 강소영 역을 맡고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악역이란 게 많은 주목을 받긴 하지만, 배우 본인에게는 그만큼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후아유-학교2015' 오디션 후 조수향은 내심 이시진을 연기하기 바랐지만 이미 이초희가 낙점된 후였고, 그에게는 강소영이 주어졌다. 드라마 종영 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조수향은 "역할 자체가 막 때리고 괴롭히고 그런 게 많다보니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처음 캐스팅이 결정되고 '설마 내가 강소영 역을 맡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더라고요. 악역 이런 걸 떠나서 역할 자체가 너무 세다보니 고민이었죠. 전작에서도 주로 센 역할들을 해서 부담감이 있었거든요. 또 드라마 출연도 처음이라 과연 제가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고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제가 강소영 캐릭터를 맡았다니까 다 축하를 해주시더라고요. 이게 진짜 잘 된 일인지 몰랐죠. 그래서 일단 최선을 다하자고 결심했어요."
덕분에 조수향은 주연 배우들 못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극중 강소영은 통영 이은비 자살 사건 이후 서울로 강제 전학을 와 은비와 똑 닮은 쌍둥이 언니 고은별을 만나서도 좀처럼 악행을 멈추지 않았다. 뒤늦게 소영이 은비를 자살로 몰고 간 가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친구들의 반응은 싸늘해졌지만, 소영은 당당했다. 그러다 부모님에게조차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면서 소영은 급격하게 무너졌고, 그토록 괴롭히던 이은비를 찾아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소영은 끝내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 언급하지 않았다.
"대본에 '미안하다'는 말이 없었어요. 작가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이 친구가 미안하다는 말을 순순히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없어야 겠다고 판단한 거죠. 소영이 은비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못하지만 처음으로 '나 힘들다'라고 해요. 드디어 내색을 하기 시작한 거죠. 저는 그게 소영이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비록 소영이 나쁜 짓을 많이 하긴 했지만, 스스로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 거죠."
조수향이 처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우연히 발을 들인 연기 학원을 통해 안양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처음 연극 무대에 오른 조수향은 본격적으로 연기에 재미를 들이기 시작했고, 왠지 모를 신선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대학에서도 연기를 전공했지만, 이후 대학로에서는 고된 연습기간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그때의 고생은 모두 지금의 조수향을 있게 해준 밑거름이 됐다. '후아유-학교2015'에서 보여준 범상치 않은 연기력도 그 덕분이었다.
"대학로에서 연습기간을 합쳐 반년 넘게 있었어요. 두 작품을 오버랩시켜서 했는데, 그때 좀 힘들었죠. 관객도 없고, 돈도 못 받고. 하지만 그때 연출해주신 선생님은 저에게는 정말 고마운 스승님이예요. 저를 강하게 키우셨죠. 저는 대학까지 졸업했는데, 엄청 혼나고 꾸중도 많이 들었어요. 그때 욕 먹으면서 저의 부족함을 깨닫게 됐죠. 그래서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했지만 여전히 관객은 없더라고요."
아직도 조수향과 강소영을 동일인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 조수향은 강소영과는 정반대의 성격이었다. 해맑은 성격과 함께 푼수같은 매력도 엿보였다. 그래도 또 다시 악역 제의가 온다면 거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원래 본인이 모습과 닮은, 푼수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뜻도 드러냈다. 최근 영화 '검은 사제들' 촬영을 마치고 후속작을 검토 중인 조수향은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아마 당분간은 저에게 강소영 이미지가 강하네 남을 것 같아요. 어떤 걸 해도 그 이미지가 쉽게 없어지지는 않겠죠. 제가 대중의 생각까지 막을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저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좀 더 다양한 작품에서. 강소영 말고 조수향을 기억해주세요."
[배우 조수향.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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