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광판 안 본지 한 달 넘었다."
두산 오재원은 지난해 110경기서 타율 0.318 5홈런 40타점 60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커리어 하이 기록. 그러나 올 시즌 스타트는 매우 좋지 않았다. 5월까지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5월 마지막 경기를 끝낸 뒤 타율은 0.244. 4월 0.256, 5월 0.221로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생애 처음으로 주장이라는 감투를 쓰면서 남몰래 부담을 가졌던 것도 사실.
오재원은 6월 극적으로 반등했다. 김태형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2스트라이크를 당하고 시작했다. 자기 스윙을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활약을 두고 "자기 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친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오재원은 25일 현재 타율을 0.285까지 끌어올렸다. 6월에만 16경기서 타율 0.407 2홈런 10타점 9득점을 기록 중이다.
▲더 잘하려고 했다
오재원은 지난해 커리어하이를 찍은 뒤 누구보다 올 시즌을 충실히 준비했다. 하지만, 남몰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그는 "겨울에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 무작정 지난해 좋았던 것을 지키려고만 하니 더 나빠졌다. 스스로 구멍을 만들었다. 더 잘하려고 했던 의욕이 함정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결국 지난해 좋았던 페이스를 너무 의식한 것.
개막 이후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오재원은 "소극적이었다. 어떤 폼으로 치는지도 몰랐고, 공이 보이지 않으니 타석에서 노림수도 생길 수가 없었다. 똑같이 방망이를 들었지만, 불편할 때가 있었다. 야구장에서도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주장 스트레스도 인정했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부담도 됐다"라고 했다.
▲전광판 안 본지 한 달 넘었다
오재원은 "지난해 좋았던 그 타격감이 왜 다시 찾아오지 않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라고 했다.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굳이 지난해를 그리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타율이 많이 내려가면서 마음을 비웠다"라고 털어놨다. 그러자 반등했다. "어느 날부터 타격이 재미있어졌다. 지더라도 신나게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라고 밝혔다.
주장 스트레스도 털어냈다. 오재원은 "그 자체를 받아들이다 보니 괜찮아졌다. 주장이라는 자리는 꼭 필요하다. 10명밖에 되지 않는 프로야구팀 주장을 맡고 있다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고 야구를 하려고 한다. 타격감이 좋지 않았을 때도 주장의 권위를 세워주기 위해 라인업에서 빼지 않은 감독님에게 감사한다"라고 했다.
다른 팀 선배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오재원은 "언젠가 다른 팀 선배가 2루타를 쳐서 만났다. 그 선배가 올해는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하라고 했다. 그 말씀이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 그 결과 그는 "기록에도 신경을 쓰지 않게 됐고, FA는 더욱 의식하지 않는다. 전광판을 안 본지 한 달이 넘었다"라고 했다.
▲즐겁게 야구한다
마음을 비워낸 오재원은 "다 같이 야구를 즐겁게 하기 위해 세리머니도 만들었다. 지더라도 우리끼리 신나게 하자는 생각으로 세리머니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게 시켰더니 안 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도 생겨 재미있다. 4점 차까지는 하고, 5점차 이상이 되면 안 한다. 지고 있을 때는 무조건 해야 한다"라고 웃었다. 오재원이 말하는 건 타점을 올린 타자가 손으로 헬멧을 툭툭 치는 두산 타자들만의 세리머니.
물론 오재원은 최근 타격폼이 살짝 바뀌었다. 미세한 폼 변화 없이 반등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차피 타격폼은 1년 내내 똑같이 지켜낼 수 없다. 오재원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심적인 변화에 주목했다. 마음을 비워내고 부담감을 내려놨다. 즐겁게 하는 야구가 언제까지 상승세를 이끌지는 모르지만, 6월 대반격의 포인트인 건 분명하다.
[오재원.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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