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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개최국’ 칠레가 수아레스 없는 우루과이를 꺾고 코파 아메리카 4강에 진출했다. 지독한 버스에 가로막혔던 칠레는 어떻게 우루과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칠레는 25일 오전(한국시간) 칠레 산티아고의 에스타디오 나시오날에서 열린 2015 코파 아메리카 8강전에서 대회 사상 가장 높은 점유율(79%)을 기록하며 우루과이의 일명 ‘버스 수비(미드필더와 수비수 간의 간격을 좁혀 마치 두 대의 버스를 주차한 것처럼 밀집수비를 서는 것을 말한다)’를 넘어섰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부친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경기에 나선 카바니가 퇴장을 당하기전까지 우루과이 수비는 완벽한 ‘늪’이었다. 하지만 칠레는 8강 티켓을 가져가기에 충분한 자격을 보여줬다.
포메이션 l ‘다이아몬드’ 4-4-2 vs ‘전통’ 4-4-2
두 팀 모두 포메이션은 전방에 두 명의 공격수를 배치한 4-4-2였다. 하지만 해석을 달랐다. 칠레는 중원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꾸렸다. ‘10번’ 발디비아가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고 아랑귀즈와 비달이 나란히 섰다. 그리고 디아즈가 뒤를 받쳤다. 반면 우루과이는 우측부터 카를로스, 곤잘레스, 아레발로, 로드리게스가 일자로 배치된 전통적인 4-4-2 전술을 사용했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칠레가 가진 이점은 선수들의 포지션이 넓게 포진하면서 공간에 대한 점유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중앙만 봐도 칠레는 수적으로 3대2의 우위를 보였다. 발디비아, 아랑귀즈, 비달이 비슷한 위치에서 패스를 주고 받았다. 반면 우루과이는 미드필더가 일자로 배치되면서 중앙에 곤잘레스, 아레발로 2명만 남았다. 좌우의 로드리게스와 산체스는 전진하는 칠레 풀백 이슬라와 메나를 막기에 바빴다. 그러나 우루과이는 포백과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을 좁게 유지하면서 공간을 커버했다. 아슬아슬한 장면이 있었지만 칠레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적어도 카바니가 퇴장 당하기 전까지, 우루과이는 승부차기를 바라볼 수 있었다.
전반전 l 점유률 79% 대 21%
칠레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산체스도, 비달도 아니었다. 브라질리그에서 뛰고 발디비아는 전형적인 10번 역할을 수행했다. 투톱 밑에 선 그는 공간을 침투하는 동료에게 창의적인 패스를 여러 차례 찔러줬다. 또한 중앙에 머물지 않고 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며 우루과이 수비를 유인했다. 발디비아의 지휘 아래 칠레는 경기 내내 우루과이를 압도했다. 오른쪽 풀백 이슬라의 전진도 칠레의 중요 전술 중 하나였다. 방법은 간단했다. 바르가스가 측면으로 이동해 푸슬레를 시선을 끌면 이슬라가 전진해 발디비아와 이대일 패스를 주고받은 뒤 칠레 수비 뒷공간을 침투했다.
물론 이것이 골로 연결되진 않았다. 이슬라의 크로스를 받아 먹기에 칠레 공격수들의 신장은 크지 않았다. 또 페널티박스 지역에 우루과이 선수들이 많게는 8명이 내려선 상황에서 크로스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건 너무도 어려웠다.
후반전 l ‘멘붕’ 카바니 퇴장&’장신’ 피니야 투입
답답했던 흐름은 후반 18분 카바니가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 당하면서 칠레 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11대10이 되자 삼파올리 칠레 감독은 187cm 장신 공격수 피니야와 플레이메이커 스타일의 페르난데즈를 동시에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그러면서 포메이션도 4-4-2에서 3-4-3에 가깝게 바뀌었다. 피니야가 원톱에 위치하고 산체스가 우측으로, 발디비아가 좌측에 포진했다. 페르난데스와 비달이 뒤를 받쳤고 아랑귀즈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와 메델, 하라와 함께 스리백처럼 섰다.
두 가지를 고려한 변화였다. 칠레는 전반에 측면을 허물고도 박스 안에서 높이를 가져가지 못했다. 산체스, 바르가스로 제공권을 노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전통적인 9번 공격수인 피니야의 투입은 높이에 대한 강화였다. 그리고 페르난데즈의 투입은 또 다른 발디비아의 투입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발디비아에 집중된 창의력 과부하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삼파올리의 승부수는 후반 36분 적중했다. 칠레의 측면 크로스가 올라가면서 순간적으로 우루과이 포백 수비의 밸런스가 깨졌다. 공중볼에 센터백 2명과 무슬레라 골키퍼까지 겹치면서 칠레에게 많은 공간이 생겼다. 교체로 들어간 피니야의 높이 가져온 효과이기도 했다. 이때 세컨볼을 따낸 발디비아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더 좋은 위치에 있던 이슬라에게 패스를 줬고 이슬라는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굳게 닫혀 있던 우루과이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칠레는 환호했다.
[사진 = AFPBBEN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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