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 삼성 주전 중견수는 누구일까.
박해민이다. 74경기서 타율 0.295, 18타점 39득점 27도루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이 치른 전 경기에 출전했다. 그 중 65경기서 중견수로 선발 출전. 최근 8경기 연속 안타를 때렸다. 그리고 올 시즌 단 1개의 실책을 범했다. 수비율 0.993. 이종욱(NC)과 함께 10개구단 주전 중견수 중 가장 좋은 수치.
박해민은 공수에서 견실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구자욱 때문. 류중일 감독은 지난 1~2일 목동 넥센전서 구자욱을 주전 중견수로 선택했다. 그렇다고 해서 구자욱을 주전 중견수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박해민으로선 꽤 신경 쓰이는 존재. 올 시즌 1군 멤버로 도약한 구자욱은 타율 0.317 9홈런 30타점 46득점으로 생애 최고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주전 중견수 경쟁 본격화
그동안 구자욱은 전천후 백업으로 뛰었다. 그럼에도 삼성이 치른 74경기 중 70경기에 출전했다. 그 중 절반이 넘는 37경기서 선발 1루수로 뛰었다. 주전 1루수 채태인이 무릎 수술 및 재활로 뒤늦게 시즌을 시작하면서 그 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이후 박해민의 타격부진 때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박한이가 옆구리 통증으로 1군에서 빠졌을 때는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최근 박석민이 허벅지 통증으로 1군에서 빠졌을 때는 3루수로 선발 출전. 주전들이 연쇄적으로 이탈한 자리를 절묘하게 메워왔다.
지난달 30일 박석민이 1군으로 돌아왔다. 무릎 통증이 고질이 된 채태인도 최근 꾸준히 1루수로 나왔다. 모든 주전이 정상적으로 출전하면서 구자욱은 본연의 임무인 백업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구자욱을 최근 2경기 연속 중견수로 내보냈다.
묵직한 의미가 담겨있다. 구자욱에게 채태인(1루수) 박석민(3루수) 박한이(우익수)의 벽은 높다. 세 사람은 수년간 해당 포지션 주전으로 뛰면서 공수 리그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인정 받는다. 하지만, 구자욱은 그들에 비하면 보여준 게 많지 않다. 반면 지난해 주전 중견수로 도약한 박해민은 상대적으로 구자욱에겐 주전 경쟁을 해볼만한 포지션. 올 시즌 박해민이 잘하고 있지만, 류 감독은 일찌감치 멀티포지션을 소화 중인 구자욱이 궁극적으로 외야수로 정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최형우와 박한이가 굳건한 상황에서 중견수로 뛰는 게 현실적이다. 결국 류 감독의 2경기 연속 구자욱 주전 중견수 기용은 주전들이 모두 아프지 않다면, 구자욱이 박해민과 주전 중견수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수비·주루는 박해민 타격은 구자욱
두 사람은 우투좌타에 발이 빠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파고 들면 스타일이 좀 다르다. 아무래도 수비와 주루는 박해민이, 타격은 구자욱이 낫다. 류중일 감독은 2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사람들은 내가 고정된 라인업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매 경기 조금씩은 변화를 줬다. 주전을 선택할 때 여러 가지를 본다. 상대 선발투수와의 데이터, 구장 환경, 최근 컨디션, 팀 사정 등을 고려한다"라고 했다.
최근 2경기 연속 구자욱이 선발 중견수로 출전했지만, 2경기 연속 박해민도 교체로 경기에 나섰다. 1일 경기서는 박해민이 구자욱의 대주자로 투입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도루 2위를 달리는 박해민의 주루 센스가 구자욱보다는 좋다는 게 류 감독 평가. 수비 역시 박해민은 리그 톱 클래스. 류 감독은 "송구능력이 약간 떨어지지만 중견수 수비만 보면 리그 최고 수준이다. 자욱이는 어제 콜 플레이를 해놓고도 타구를 놓치기도 했다(1일 경기)"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구자욱은 방망이 실력에서 박해민에게 비교 우위. 펀치력과 장타력에서 앞선다. 박해민은 아직 올 시즌 홈런이 없다. 구자욱은 호리호리한 몸매로 벌써 9개의 홈런을 때렸고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도 예약했다. 팀 득점력을 극대화하려면 박해민 대신 구자욱을 중견수 선발로 넣어도 나쁘지 않다. 아무래도 수비력 위주로 선발라인업을 짜는 류 감독 성향상 종합적으로 볼 때 아직은 박해민이 구자욱보다 약간 앞선다. 하지만, 최근 2경기처럼 박해민이 주전 중견수를 안심할 수는 없다.
▲배영섭이 돌아온다면
그런데 이 구도는 향후 더 복잡해진다. 올해 9월 배영섭이 경찰청에서 제대한다. 삼성은 올 시즌 등록선수 정원을 다 채우지 않았다. 배영섭은 제대한 뒤 1군에 등록만 하면 곧바로 경기에 나서도 된다. 류 감독도 "그렇게 해도 문제는 없다"라고 했다. 류 감독으로선 욕심이 날 법하다. 배영섭은 입대 전 리그를 대표하는 톱타자-중견수였기 때문.
하지만, 류 감독은 배영섭의 활용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무래도 1년동안 같이 한 선수들과 계속 함께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했다. 어지간한 상황이라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더라도 배영섭 대신 박해민이나 구자욱, 박찬도, 이영욱 등 기존 자원들을 데려가는 게 옳다는 생각. 류 감독은 "배영섭의 몸 상태도 확인해봐야 한다"라고 했다.
전략적으로 봐야 할 부분도 있다. 만약 삼성이 배영섭을 올 시즌 등록시킨다면 시즌 후 예정된 2차드래프트 때 보호해야 할 카드(40인)가 1명 더 늘어나게 된다. 배영섭 대신 누군가는 보호되지 못한다는 의미. 삼성이 설령 FA 시장에 뛰어든다고 해도 20인 보호선수에 배영섭까지 묶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배영섭이 돌아온 뒤에 펼쳐질 삼성의 주전 중견수 구도는 더욱 흥미로울 듯하다. 아직 군 복무를 하지 않은 박해민이 시즌 후 군 입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배영섭, 박해민, 구자욱의 주전 중견수 싸움이라면 류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 같다.
[위에서부터 박해민, 구자욱, 배영섭.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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