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투수코치가 던지는 걸 보고 싶다고 하네."
한화 외야수 김경언이 8일 대전 두산전을 앞두고 1군에 복귀했다. 김성근 감독은 김경언을 등록하면서 왼손투수 문재현을 말소했다. 한화 홍보팀은 이 사실을 일찌감치 취재진에 알렸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전면 수정됐다. 김경언 대신 1군에서 말소된 선수는 문재현이 아니라 조영우였다.
1군 엔트리 등록 마감 시각은 오후 4시30분. 구단들은 이때까지 KBO에 등록과 말소를 신청하면 KBO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받아들인다. 물론 대부분은 전날 경기 직후 혹은 당일 오전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등록 혹은 말소 여부를 결정한다. 김 감독은 8일 등록, 말소 마감 직전 문재현을 1군에 살려놓았다.
▲장신 좌완투수
문재현은 영동중학교,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1년 입단했다. 그러나 그 동안 1군 무대를 밟지는 못했다. 최근 공익근무를 마치고 복귀, 퓨처스에서 몇 차례 등판했다. 퓨처스에서 호평을 받은 문재현은 1군에 올라왔다. 다만, 거의 매 경기 박빙 승부를 펼치는 상황서 등판할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김 감독은 김경언 복귀와 동시에 문재현을 퓨처스로 내리려고 했지만, 니시모토 다카시 투수코치의 요청으로 남겨뒀다.
김 감독은 "투수코치가 던지는 걸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 놔뒀다"라고 했다. 니시모토 코치는 왜 문재현의 1군 말소를 만류했을까. 매우 좋은 체격 조건 때문이다. 문재현은 196cm를 자랑한다. 야구 선수들 중에선 최장신급. 몸무게도 90kg로 괜찮다. 약간 파워가 떨어져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빈약해 보이지는 않는다.
김 감독은 "키가 크다. 타점이 높다. 컨트롤이 좋다는 2군의 평가가 있었다. 정민태 2군 투수코치가 경기를 할 줄 아는 투수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예쁘게 던진다. 1~2년 정도 지나면 좋은 투수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실제 문재현은 8일 대전 두산전 막판 1군 데뷔전을 치렀다. 3명의 타자를 상대했다. 기록은 ⅓이닝 2볼넷 무실점. 강점인 컨트롤이 실전서 발휘되지는 않았다. 물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이 직접 폼을 만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10개구단 전체로 시선을 넓혀도 문재현 같은 체격조건을 갖춘 왼손투수는 거의 없다. 키워볼 만한 가치가 있다.
▲박정진+권혁+김기현의 플랜B
김 감독은 평상시에 위기에 대비, 플랜B, 플랜C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 현재 한화 마운드에 왼손투수가 부족한 편은 아니다. 박정진과 권혁이 필승계투조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맹활약 중이다. 김기현도 원 포인트로 쏠쏠하게 활용 중이다. 하지만, 왼손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닝 부담이 큰 박정진과 권혁의 페이스 저하, 김기현의 대체자로서도 문재현의 성장은 중요하다. 김 감독은 "박정진에게 휴식을 줄 때 쓸 수 있다"라며 문재현의 역할을 제시했다.
김 감독은 "잘 던지면 후반기에는 뒤에 제대로 쓸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일단 첫 등판은 그렇게 완벽하지는 않았다. 다만, 김 감독은 "퓨처스 경기를 봤다. 괜찮았다. 왼손투수는 귀하다. 올 가을부터 내년 봄까지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라며 문재현의 집중 육성을 시사했다. 실질적으로 단기간에 박정진, 권혁 수준의 위력을 갖추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다만, 한화 내부적으로는 체격조건이 매력적이라는 점, 아직 만 23세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극적으로 1군에서 살아남은 문재현. 이젠 1군에서 어떻게 버텨낼 것인지, 혹시 향후 퓨처스로 내려가면 어떻게 준비해서 1군에 다시 올라올 것인지가 관건이다. 김 감독은 문재현을 통해 한화 마운드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문재현. 사진 = 한화 이글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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