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훈련에는 시간개념이 없다.
홈 팀은 통상적으로 오후 6시30분 야간경기 때 약 오후 2시30분부터 4시 2~30분 정도까지 훈련한다. 이후 원정팀 연습을 위해 그라운드를 비워준 뒤 라커룸으로 이동, 샤워와 식사를 하고 경기 전까지 휴식을 취한다. 그 사이 원정팀이 경기 시작 2~30분전까지 훈련한다.
취재진은 보통 오후 3시30분 전후로 홈팀과 원정팀 순서로 덕아웃 취재를 진행한다. 한화가 7~9일 두산과 홈 3연전을 치르는 스케줄. 그런데 대전구장에 7~8일 오후 3시30분 전후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인 한화 선수는 거의 없었다. 한화가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이 예상됐지만, 알고 보니 한화는 이미 3시 정도에 모든 훈련을 마치고 휴식을 취했다. 한화가 홈 팀일 때 다른 홈 팀보다 훈련을 빨리 시작하고 빨리 끝낸다. 일종의 훈련의 고정관념을 파괴한 것.
▲시간개념은 없다
한화 관계자는 "딱히 언제부터 그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라고 했다. 다른 팀보다 1시간 정도 훈련을 먼저 시작하지만, 사실 상황에 따라서는 훈련이 늦게 끝날 수도 있다. 다른 홈 팀보다 훈련을 빨리 시작하지만, 원정팀이 훈련을 하기 직전까지 계속 훈련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는 증언.
김성근 감독은 "주전 멤버들은 오후 2시 정도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외의 선수들은 오전 11시부터 훈련을 시작하는 편이다. 1군에서 제외된 몇몇 어린 선수들은 아침 8시부터 훈련을 시작할 때도 있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어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주전들도 낮 12시부터 훈련을 시작한다"라고 덧붙였다. 훈련을 강조하는 김 감독다운 발언. 한화의 훈련은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다. 단지 다른 팀들보다 일찍 움직이기 시작할 뿐이다. 상황에 따라서 빨리 끝날 때도 있고,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김 감독이 단순히 훈련의 양보다는 품질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8일 대전 두산전 패배 직후 "특히 3회 실점이 아쉽다"라고 했다. 당시 3루수 주현상이 선두타자 오재원의 타구를 옳게 처리하지 못하고 실책을 범했다. 그 실책을 빌미로 두산은 3회 2점을 추가, 5-1로 달아났다. 김 감독은 그 실책 하나가 승부를 지배했다고 봤다. 주현상은 즉시 임익준으로 교체됐다. 경기는 밤 10시10분에 끝났다. 주현상은 약 10분 뒤 그라운드에 등장, 3루에서 한 동안 김 감독의 펑고를 받았다. 김 감독 훈련에는 경기 전 혹은 경기 후가 중요하지 않다. 따지고 보면 고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도 그랬다. 훈련을 할 수 있다면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생활은 노터치
한화가 다른 팀보다 경기 전 훈련 시간이 딱히 긴 건 아닌 듯하다. 단지 경기 전 훈련 스타트 시점이 빠르고, 빨리 휴식을 취한다. 당일 경기력을 감안한 선택이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라고 했다. 훈련의 효과가 그날 경기서 곧바로 드러나는 건 아니다. 경기 직전 좀 더 충분히 쉰다고 해서 그날 경기력이 좋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김 감독의 모든 훈련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한화 경기력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선택이다.
김 감독은 훈련 시간에 대해 선수들에게 따로 이해를 구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훈련을 지시하고, 진행할 뿐이다. 김 감독은 "사회인들이다. 술을 먹든 여자를 만나든 간섭하지 않는다. 그런 건 본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여긴 고등학교, 대학교가 아니다. 사회인들에게 굳이 그런 걸 말할 필요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사생활은 개인의 몫이지만, 프로 세계에선 오로지 그라운드에서 결과로 말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훈련을 통해 보완하는 게 당연하다는 지론.
김성근 감독표 강훈련에는 갑론을박이 있다. 다만, 그 속에는 나름의 짜임새도 있고 이유와 목적도 분명하다. 김 감독은 고정관념을 파괴한 특유의 강훈련을 통해 한국야구가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했다.
[김성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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