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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주호성 감독이라는 말, 쑥스럽다기보다는 예술을 감독·감시한다는 표현이라서 별로예요. 감독이라는 건 예술과 어울리지 않는 말 같아서요. 너무 오래 사용한 말이어서 고치자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일의 본질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봐요."
주호성(67)은 성우와 연극배우로 시작해 영화배우, 연극 연출에 이어 최근 영화 '폴라로이드' 연출로 감독 데뷔를 했다. 70세가 가까운 나이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장나라 아빠'로 잘 알려진 주호성 감독은 1년 동안 공들인 자신의 첫 작품을 내놓으며 "졸작을 봐줘서 감사하다"고 말한다. 주호성 감독은 욕심보다, 20대보다 더 뜨거운 도전정신과 열정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
주호성 감독은 한중합작 영화 '폴라로이드'로 감독 데뷔를 했다. 오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폴라로이드'는 중국 아이스하키 선수 양밍(양범)과 어른스러운 아이 수호(김태용)이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그의 엄마 은주(정재연)와의 용서와 사랑 등을 그렸다.
"현재 우리 사회가 누군가를 원망하고 사납고, 잘 싸우는 분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많이 변모한거죠. 저는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그런 점을 걱정하는 거예요. 영화는 대중을 향한 대중예술로서, 사회적 책임이 따라야한다고 생각해요. 폭력, 살인 등 자극적인 내용이 영화로 많이 만들어지다보니까 자극적인 풍조로 흘러가고 있잖아요. 사회를 정화시킬 일부분의 책임이 영화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작품을 지향해요."
6개 도시 시사회를 마친 주호성 감독은 온라인을 통해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접하고 있다. "오랜만에 나온 전체관람가 영화다"라는 한 관객의 반응에 대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사회가 좀 더 용서하는 사회로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 속 은주의 아들 수호는, 자살을 하려는 양밍에게 "아저씨 왜 그랬어요. 사는게 얼마나 좋은 건데"라고 말한다. 이는 연예계에 몇 십 년간 몸 담고 있던 주호성 감독이 더욱 피부로 와닿는 자살이라는 고통과 사회적인 병폐에 대해 아이의 순수한 시각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결과물이었다.
촬영 현장에서 주호성 감독은 자신에게 "감독님"이라고 부르는 현장 스태프를 회식에 부르지 않았을 정도로 '감독'에 대해 쑥스러우면서도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다.
"나라 아버지여서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친구들도 있고, 중국에서는 저를 '장빠'(장나라 아버지)라고 불러요. 아이들을 많이 가르쳤으니까 제작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선생님이라고도 하고요. 감독이라는 말 뿐만 아니라 '연기'(演技)라는 말도 그래요. 연기라는 말을 쓰니까 마치 기술적인 게 돼버렸어요."
주호성 감독은 "돈 독이 올랐다"는 근거없는 비난부터, 자선활동을 하는 모습에 "정치에 뜻이 있느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나는 어디서 줄반장도 못하고 동창회장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며 루머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남 앞에 서서 그렇게 하는 것들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아요. 그래서 감독님이라는 말도 대장같아서 싫고요. 1등보다 꼴찌나 중간이 좋아요. 물론 도전정신은 있지만, 앞장서서 리드하는 것은 제 자신이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도, 흥행을 목표로 한다면 흥행 공식요소들을 마구 넣었겠죠. 하지만 진심으로 사회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보려고 한 거예요."
[주호성 감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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