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칠 수 없는 공을 던졌다. 엄청나게 좋았다."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이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을 극찬했다. 그럴 만 하다. 루카스의 올 시즌 18경기 성적은 5승 6패 평균자책점 4.53. 아직 썩 좋은 성적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갈수록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인다. 구위와 제구, 평정심까지. 지금 같으면 LG로선 외국인 투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일단 루카스의 월별 성적을 한 번 살펴보자. 5월까지 11경기에서 3승 5패 평균자책점 6.05(58이닝 39자책)으로 부진했다. 150km대 초중반 빠른 공을 쉽게 던졌으나 제구가 불안했다. 4월까지 6경기에서 삼진 24개를 잡아내는 동안 사사구가 26개였고, 5월에도 27탈삼진-21사사구로 비율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 번 흔들리면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퇴출설이 흘러나왔다. LG가 잭 한나한의 웨이버 공시를 발표했을 때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 것도 이상하지 않다. 많은 이들은 루카스가 교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양 감독은 "루카스의 교체는 없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공교롭게도 한나한이 웨이버 공시된 지난달 15일을 기점으로 루카스는 완전히 살아났다. 지난달 21일 넥센 히어로즈전에 구원 등판,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26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이닝 1실점 호투로 반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7월 2경기에서는 그야말로 언터처블급 호투를 선보였다. 7월 성적은 1승 평균자책점 0.61(14⅔이닝 1자책). 6월까지 5.26이던 평균자책점도 4점대 중반으로 끌어내렸다. 무엇보다 침착함이 돋보인다. 스트라이크-볼 판정 하나에 흔들리던 모습은 이제 없다. 지난 8일 롯데전에서 보여준 7⅔이닝 12탈삼진 무실점투는 그야말로 백미. 최고 구속 151km 빠른 공과 커브 등을 적절히 섞어 롯데 타선을 봉쇄했다. 그야말로 환골탈태가 따로 없다.
루카스는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던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시절과 비슷한 느낌이다. 한국 야구에 적응하다 보니 더 나아지는 것 같다"며 "싱커 제구가 잘 되면서 땅볼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초반에 침착성이 부족했는데, 그 부분이 좋아지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다. 처음에 기대했던 그 모습이다. 볼넷을 줄이면서 빠른 템포로 승부하니 전체적으로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루카스는 포심, 커터, 싱커까지 패스트볼 계열 구종 3개를 던진다. 8일 롯데전에서 형성한 구속은 포심 147~151km, 커터 139~145km, 싱커 145~150km였다. 무엇보다 몸쪽 승부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롯데 타자들은 루카스의 몸쪽 패스트볼 공략에 대단히 애를 먹었다. 양 감독이 "칠 수 없는 공을 던졌다. 엄청나게 좋았다"고 칭찬한 이유.
양 감독이 꼽은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침착성. 그는 "구위로 보면 루카스는 역대 외국인 투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지금 잘하고 있는 건 마운드 위에서 침착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도 마인드 컨트롤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의 침착함을 유지한다면 남은 시즌 활약도 문제없다는 얘기다.
루카스의 의지도 강하다. 승수에 대한 아쉬움도 없다. 첫째도, 둘째도 팀이다. 그는 "개인 목표는 없다"며 "올스타전이 끝나면 몇 경기 안 남는다. LG의 포스트시즌 진출만 생각한다. 전반기 남은 경기에서 어느 정도 끌어올리면 포스트시즌 진출도 가능하다고 본다. 베테랑 선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돌아오면 더 잘할 것이다. 류현진(LA 다저스)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잘하고 있는데, 나도 한국에서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LG 트윈스 루카스 하렐.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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