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여유가 생겼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후반기 구상도 해야 한다"라고 했다.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 시점에선 더스틴 니퍼트가 후반기에 선발로테이션에 돌아올 경우 진야곱의 불펜행이 유력한 걸 유추할 수 있다. 김 감독은 6선발 체제 도입에는 부작용을 우려, 일찌감치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새 외국인투수 앤서니 스와잭이 약간 불안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아직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장원준 유희관의 불펜행은 사실상 실현되기 어려운 일. 더스틴 니퍼트의 대체 선발투수 허준혁은 장원준 유희관에 버금가거나 혹은 그 이상의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진야곱은 시즌 초반 구원 등판 경험도 있다. 지난 수년간 구원으로 뛰었다. 지난 8일 대전 한화전서도 오랜만에 구원 등판, 2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진야곱은 당시 선발등판하는 날이었으나 앤서니 스와잭의 선발등판 날짜가 우천취소로 밀리자 구원 등판했다.
▲불펜, 완성체가 필요하다
한용덕 투수코치는 "시즌 개막 후 불펜이 완성체가 된 적이 없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개개인의 부진과 악재 속에 수 차례 마무리 투수가 바뀌면서 나머지 불펜 투수들의 세부적인 역할이 계속 조금씩 바뀌었다. 필승계투조 개개인의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혼란이 가중됐다. 그나마 강력한 타선과 수비력으로 불펜 약점을 만회해왔지만, 위태로웠다.
다행스러운 건 최근 비교적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점. 이현승과 오현택 더블 마무리는 지난 5일 잠실 넥센전서 결정타를 얻어맞았지만, 그래도 계산이 되기 시작했다. 9일 대전 한화전서는 1-5로 뒤진 게임을 6-5로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불펜 필승조의 공헌도가 높았다. 선발 유희관이 6이닝을 버텨낸 뒤 7회부터 오현택, 함덕주, 이현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세 사람은 3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경미한 어깨 통증에서 회복한 함덕주의 구위가 다시 올라오고 있다.
한용덕 투수코치는 "지금 현승이와 현택이의 부담이 크다"라고 했다. 더블마무리지만, 사실상 셋업맨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일단 함덕주가 자연스럽게 필승조로서 두 사람의 몫을 분담해내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시즌 내내 기복이 있었기 때문. 다만, 일시적인 휴식을 취한 윤명준은 여전히 불안한 측면이 있다. 결국 이현승과 오현택을 뒷받침할 수 있는 또 다른 카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후반기 니퍼트의 가세로 불펜으로 넘어올 카드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린다.
▲진야곱의 성장세
김태형 감독과 한용덕 투수코치는 진야곱의 불펜행을 확정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셋업맨' 진야곱의 잠재력만큼은 높게 평가했다. 김 감독은 8일 2이닝 무실점 투구에 "마운드에서 여유가 생겼다. 잘 던져줬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한 코치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선발로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중간에서도 그 자신감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했다.
진야곱은 데뷔 후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5선발로 나섰다. 2일 잠실 LG전서는 6이닝 2실점으로 쾌투했다. 퀄리티스타트는 2회에 불과하지만, 내부적으로는 5이닝 정도는 안정적으로 막아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한 코치는 "투수는 선발, 중간, 마무리 등 다양한 보직을 경험해보는 게 좋다. 각자의 고충을 느낄 수 있다. 야곱이는 선발 경험이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 선발로 긴 이닝을 소화해보면서 경기운영능력을 쌓았고, 자연스럽게 구원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요령도 생겼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진야곱의 특이한 투구폼에서 발휘되는 이점. 진야곱은 테이크백 이후 팔을 반박자 정도 쉬었다가 공을 뿌린다. 정형화된 폼이니 부정투구는 아니다. 때문에 진야곱의 투구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타자들도 많다. 8일 경기 당시 한화 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코치 역시 "타자 입장에선 야곱이의 공을 치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이런 상황서 커브와 슬라이더의 제구가 날카로워졌다. 휘는 각의 크기가 다른 커브와 슬라이더를 동시에 잘 던지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한 코치는 "직구, 커브, 슬라이더를 그 정도로 잘 던지는 왼손투수가 많지 않다. 야곱이는 그런 능력에선 국내 톱클래스"라고 극찬했다.
만약 진야곱이 후반기 불펜에 가세할 경우 이현승, 함덕주와 함께 필승조에서 왼손만 세 명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진야곱의 독특한 투구폼과 스타일을 감안하면 오히려 불펜 다양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진야곱은 12일 부산 롯데전 선발 등판이 예정됐다. 현재 허준혁은 선발로 정말 잘 던지고 있다. 그리고 진야곱은 중간에서도 가능성과 이점을 확실히 보여줬다. 결국 니퍼트 복귀 이후 김 감독의 결단만 남았다. 물론 김 감독으로선 당연히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다.
[진야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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