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두산 유희관은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2경기 연속 좋지 않았다. 3일 잠실 넥센전, 9일 대전 한화전서 연이어 6이닝 5실점에 그쳤다. 타선의 도움으로 패전을 면했지만, 승수 쌓기에는 실패했다. 아무래도 최근 2경기서 유희관 특유의 정교한 컨트롤이 살짝 무뎌졌다. 한화 신성현과 권용관에게 백투백 홈런을 내줄 당시 커브와 직구 모두 높게 형성됐다.
그런데 유희관의 최근 2경기 연속 5실점을 그렇게 우려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일단 주변에서 유희관을 바라보는 클래스가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젠 리그 최정상급의 경기운영능력을 보유한 특급 좌완투수로 인정한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도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 매 경기 퀄리티스타트를 하거나 꼬박꼬박 승수를 따낼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유희관은 최근 숨 고르기를 했다고 봐도 된다.
▲배가 나와도 통하는 이유
한화 김성근 감독은 "투수는 배가 나오면 안 된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투수의 배에 필요 이상의 지방이 축적될 경우 투구밸런스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직접 투구 자세를 취했다. 배가 지나치게 나온 투수의 경우 튀어나온 배가 원활한 중심이동을 방해하고, 팔이 급하게 넘어가면서 투구 밸런스가 흔들린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배가 나온 투수 중에서 잘 하는 투수는 유희관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런데 유희관의 강점은 정교한 제구력. 김 감독은 이미 수 차례 유희관을 극찬하면서 "야구는 타이밍 싸움이다. 투수가 150km만 계속 던지면 결국 타자에게 얻어맞는다. 유희관은 타이밍 싸움에 능하다"라고 했다. 실제 유희관은 120~130km대 직구를 갖고도 빼어난 정교한 코너워크로 승부하고, 싱커, 커브 등을 활용,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빼앗는다.
김 감독의 지론에 따르면 유희관은 미스터리한 투수. 배가 나오면 투구 밸런스가 흔들릴 가능성이 큰데 정작 유희관의 제구력은 KBO리그서 가장 정교하기 때문. 투구 밸런스가 일정하지 않으면 제구력이 좋을 수가 없다. 두산 한용덕 투수코치가 그 비밀을 풀어냈다. 한 코치는 "희관이는 워낙 유연성이 뛰어나다. 배가 나와도 저렇게 잘한다. 타고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리가 좋다
최근 제구가 약간 흔들렸지만, 2경기 연속 6이닝을 소화하며 선발투수로서 최소한의 몫을 해낸 건 의미가 있다. 초반보다 오히려 5~6회에 더욱 위력이 있었다. 김 감독은 "머리가 좋은 투수다. 영리하더라"고 했다. 무슨 의미일까. 김 감독은 "밸런스와 폼이 좋지 않을 때 자기가 그걸 체크하고 알고 있더라. 그리고 그걸 바꾸더라"고 했다.
투수가 실전 등판도중 좋지 않은 투구밸런스를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투수든 타자든 한 번 좋았던 밸런스를 잃어버리면 슬럼프에 빠지고, 슬럼프에 빠지면 최악의 경우 한 시즌을 망치는 케이스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유희관은 실전서 스스로 자신의 투구 내용을 수정 및 극복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긴 부진에 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이유다.
유희관은 지난해 시즌 중반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시즌 막판 빠져 나왔고, 이후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전반적인 경기운영능력이 더욱 좋아졌다. 경험도 붙었다. 그리고 항상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스스로 멘탈이 흔들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치밀한 면도 숨어있다. 아직 실전서 제대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경쟁력이 떨어질 때에 대비, 일찌감치 포크볼을 연마해왔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타자들을 꺾을 수 있는 또 다른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머리가 좋다"라는 김 감독의 평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유희관이 2경기 연속 5실점에 무너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는 여전히 다승 공동 1위(11승)에 평균자책점 5위(3.48)다. KBO리그 최고의 선발투수 중 한 명이다.
[유희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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